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17
모든 교육과 가르침의 중요성은 그 기본기에 있다.
어떤 일이던 기본이 탄탄하지 못하면 과정이 오래가지 못하고 결과 또는 완숙도가 떨어진다.
요즘 스타트업이 많이 져서인지 애자일(agile)에 대해 많이 논한다. 업무도 다른 시도들을 해보면서 빨리 바꾸고 새로운 것을 도입하라 한다. 하지만 모든 업무가 그런 유연성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루틴 한 업무를 하는 사람이 있고, 디테일을 봐야 하는 사람,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는 분석력과 섬세함 등 각자 그 일 처리를 하기 위해 필요한 훈련, 과정의 반복, 숙련도의 시간은 다르다. 그럼에도 너무 잦은 조직 개편과 업무 변화는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기도 전에 훅 지나간다. 그러면 누가 어느 분야에서 기본기를 탄탄히 갖출 수 있을까? 어떻게든 성과만 낸다면 어떤 스타일로 일을 하던 상관이 없을까? 전문인력의 헤쳐 모여는 애자일이 가능하지만 팀의 애자일은 팀워크가 맞춰지기도 전에 깨져버린다.
영어로 micromanager는 말 그대로 부정적이고 다소 답답함 표현일 수 있다. 나는 아마 그런 부류일 것이다. (어제도 ‘우리 팀장님은 꼼꼼하세요’라는 한 마디에 나는 ‘마이크로 매니징(micromanaging)’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ㅜㅜ)
근데 나와 같이 일했던 모든 사람들이 다 나에게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았다. 한 때는 칭찬이자 강점이었던 꼼꼼함은 과정을 중시하지 않는 조직, 장기적 관점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조직, 그리고 수평조직문화를 꿈꾸며 팀원들에게 자유를 (자율적 책임은 아님) 주는 조직에서는 내 스타일이 부정적이게 보인다. 그런 조직에선 업무를 해도 팀원들에겐 자칫 ‘꼰대’ 같은 느낌, 좋게 말하면 ‘꼼꼼하다’ ‘디테일에 강하다’라는 평가를 한 순간에 답답하고 사소한 디테일에 집착하는 매니저로 만들었다.
근데 그 사소한 디테일은 업무의 기본기다.
기본기가 탄탄한 팀원들과 일할 때는 그런 관리나 조언도 필요 없고 하지도 않는다. 즉 사람의 역량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듣기 싫으면 마이크로 매니저고 꼰대라고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기본기를 무시하는 거 아닐까. 그럼 어떻게 업무를 가르쳐야 할까? 대충 가르칠까?
나도 모든 업무에서 꼼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실수 반복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지속적 관찰을 통한 코칭, (또는 그들의 눈엔 간섭. 지시, 오더) 또는 관리를 하는 것이고 기본기를 갖춰가고 있는지 보는 것인데, 이제는 그런 ‘관리’ ‘관리자’도 부정적 단어로 본다. (관리를 하지 말라고 한다.)
솔직히 임원이나 CEO 빼고는 팀장/중간관리자는 위아래의 샌드백이 되는 것 같다. 조직문화 바꾸자며 팀장의 힘을 빼라고 하니, 정말 팀장들의 권한이 떨어지고 있다. 어디에서 지시를 하고 어떤 스타일로 관리를 하라는 건지, 뭘 하라는 건지 혼란스럽다. 뭘 해도 팀장은 그냥 욕을 먹는 자리일까? 이런 표현도 그냥 흘려 넘겨야 하는 것일까?
한 주 워크숍을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난 어떠한 리더이고, 리더여야 하는지...
모든 팀원을 만족시키거나, 좋은 팀장이 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일을 해서 성과를 내기 위해 모인 조직이다. 근데 모두 같은 리더십을 강요받는 건 아닌 것 같다. 나도 로봇은 아닌 사람이다.
들판에 홀로 핀 꽃처럼
리더는 이래도 저래도 외롭다는 걸 안다.
그래도 참 서운하다.
금요일 무거운 퇴근길..
안녕, 나의 한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