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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평가하는 시대

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06

by 이름없는선인장


당신은 어떤 상사/ 팀원입니까?


우리는 나이를 먹고, 경험이 많아진다고, 그 시간과 삶을 살아나가는 힘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믿었던 사람이 배신을 하고 멀어지기도 하고, 배려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사람들의 무한이기적 행동과 말들에 치를 떨기도 하고, 가면을 쓴 것처럼 앞에선 웃지만 뒤에선 뒷 말이 오가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회생활에 금방 burn out이 된다.

이런 증상은 해가 거듭되고 경력이나 경험이 늘어난다고 해서 결코 무뎌지거나 나아지지 않는다. 무엇으로도 이제 타인을 안다고 하기 어려운, 그리고 익숙해지지 않는 그러면서도 표면적으로 알고 있는 만큼 또는 믿고 싶은데로 서로를 평가하고 상처 받는 지금, 그것이 우리 일상의 단면이다.




상향 평가 vs 하향 평가


우리는 조직에서 성장하면서 처음에는 주로 사수나 동료, 상사 때문에 힘들다. 정말 악덕 같은 사장도 있고, 사이코 같은 사수도 있고, 이간질하는 동료, 일을 떠넘기고 남의 일의 성과만 가로채는 사람들도 때론 능력자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나의 첫 직장에서의 첫 팀장과 사수들을 좋은 분들이었고, 종종 아직까지도 모임을 통해 만난다. 그리나 요즘 문뜩 내가 그들의 자리를 지나고 보니, 막상 내가 그분들에게 어떤 후배고 어떤 팀원인지 여쭤본 적이 없다. 이제는 궁금하다. 요즘 같이 나름 오랜 시간 일을 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아랫사람 때문에 힘든 것은 처음일 때 당황스럽고 답을 찾을 수 없어 너무 힘들다. 이것이 팀장의 성장통이어야 한다면, 난 성인군자는 아닌 것 같다.


팀원들과 함께 팀워크를 이끌어 내고 성과를 내야 하는 팀장의 입장에선 한 두 명의 예외적인 행동과 말을 하는 팀원에게 주의를 줘도 개선되지 않을 때 정말 난감하다. 특히 요새는 무조건 수평조직을 선호하고(막상 겉모습만 그럴 수 있지만) 수직 조직은 무조건 강압적이라고 믿으며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알기에, 나도 무조건 팀장 웨이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당연히 선호하는 팀원은 어느 정도 팀장의 지시를 이해하고 수정을 해서 가지고 오면서 자신의 다른 의견을 어필하는 이다. 수정도 하지 않고 조직문화나 비효율적인 시스템, “보고를 위한 보고”라며 핑계와 불평만 늘어놓은 이와는 일을 할 수 없다. 회사에선 핑계나 불평불만보다 우선 일로 대화했으면 좋겠다.


여러 변수는 있겠지만, 팀장 포지션에서는 이직 시, 부딪히는 평가는 리더십이다. 팀원을 본인이 선발하지 않고 그대로 인수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도 한 동안 “합”이 맞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들은 그들대로 각기 다른 팀장 리더십을 겪으며 전 팀장/타 부서 팀장들과 지금의 새로운 팀장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장은 각기 다른 리더들의 스타일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선호하거나 익숙한 스타일을 알지 못한다. 본인이 팀원들의 인사평가권을 가지고 있고, 각 팀원의 성향과 능력을 고려 면접까지 다 진행하여 팀원을 꾸리는 게 그나마 팀장과 팀원에겐 제일 좋긴 하다.


팀원 개인 평가


팀원을 평가할 때 팀원의 등급을 주기 위해 상대 평가를 한다. 실적에 따르지만 S부타 D까지로 개인 점수를 받는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D등급은 거의 퇴사 수준 또는 복직 제외 대상이 되기도 한다.) 주로 S 1명, A 1명, B2명 등 예상되는 등급별 배수가 있어 팀원들도 팀원끼리 소리 없는 경쟁을 한다.


평가를 하고 개인 면담을 하면, 팀 내 한 두 명씩 있는 프리 라이더(free rider)에 대해 불평불만을 이야기한다. 그 팀원에 대한 불합리한 일 분배와 팀워크 저하로 일의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팀장도 안다. 솔직히 일을 하는 사람만 하거나 일처리 능력에서 속도가 떨어지면 항상 누군가는 일을 더 많이 한다. 그럼에도 아는가? 개인 면담을 하면 일을 덜한 본인은 막상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다들 개인 평가는 후한 편이다. 요새는 동료 평가도 있다는데, 다방면 평가는 진짜 필요한 것 같다.


좋은 리더가 좋은 평가를 받을까?


좋은 리더란 어떤 사람일까? 일을 잘하는 사람, 편하게 일하게 해주는 사람, 지시만 하는 사람, 사람만 좋은 사람, 정치를 잘하는 사람? 주로 좋은 리더는 성격이 좋고, 팀원의 잘못을 모두 본인의 책임으로 하고, 윗사람에게 비위를 잘 맞춰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솔직히 “일”을 잘한다는 사람은 관리직에서는 조금은 중요도가 떨어지는 듯하다. 어차피 그들은 의사결정만 하면 되니까. 그분들을 제외한다면, 실질적인 실무자들을 관리하는 팀장의 리더십만 본다면 주변에서는 이런 나의 고민에 조금 더 강하게 나가라고 한다. 일명 팀에서 악역이 되라고.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포지셔닝이 그렇지도 않았고, 아직까지 나는 악역이 되지 못했다. 여기서 말하는 방식은 정색, 큰 목소리, 적절한 화, 공개적 질타, 팀원과 어울리지 않기 등이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강압적이라고 생각하면 이젠 말 안 통하는 꼰대라고 생각하는 걸 알기에 그런 부분도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나도 그들을 수시로 평가하지만, 그들도 나를 평가한다. 나는 궁극적으로는 팀의 전체 성과로 평가받고 또 성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그들과 같이 가야 한다. 위치가 다른 만큼 서로 다른 걸 바란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난 서로 책임지는 언행을 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존중하며 일을 했으면 한다. 팀장과 팀원의 신뢰가 깨지면 어떠한 변화도 같이 헤쳐나가기 힘들다.





브런치를 하게 되면서 느끼는 것은, 정말 많은 직장인들의 고민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직”, “퇴사”, 창업” “팀장” “조직문화” 등 을 주제로 약간의 자극적인 타이틀로 비슷한 게시물들이 수 없이 올라온다. 그 결정의 고민의 근간은 모두 사람이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그 단면은 우리는 성인이지만 아직도 성장통을 겪는 덜 자란 아이 같다. 우리 모두 성장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지만, 일상은 일과 사람으로 너무 고단하고 지치게 만든다. 그리고 매일 다가오는 일상 탈출의 유혹과 선택의 기로에서 끊임없이 답을 찾거나 자신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받고 싶어 한다. 서점의 책들, 자기 계발서나 심리에세이가 넘쳐나고, 그 책들은 상대방의 평가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본인만이 본인을 평가하고 만족하면 된다라고 한다. 그래야 행복하다고 한다.


근데 그러면.... 정말 평가받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우린 다 우리 자신을 위해 퇴사하면 되는 건가?

이런 상대 평가/비교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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