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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관리자가 될 필요는 없다?

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05

by 이름없는선인장



어느 분의 글처럼, 경력을 쌓아갈수록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지, 어느 회사를 다녔는지, 그 회사 브랜드의 힘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물론 회사가 원하는 것이 어떤 기업의 벤치마킹이라던지, 조직문화라던지, 사업 전략이던지 할 경우,

특정 출신의 후보자들을 뽑아서 면접을 보고 채용하기도 한다.

또 각 회사의 평판이나 조직문화에 따라 어떤 식으로 일을 해 왔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한 사람이 향후 조직 적응성도 점쳐 볼 수 있다.



조직에서 성장한다.

내가 이직을 할 때 직무의 fit / 연봉 다음으로 많이 보는 것은 조직의 성장성이다. 내가 얼마나 같이 일하며 성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성장하기 위한 커리어 패스는 어디까지인지, HRD측면은 어떤지, 승급체계나 평가가 어떠한지를 본다.


중소기업이야 외부 교육을 많이 이용하지만,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자체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리고 평가 시스템과 승급 체계가 어떤지

고루 살핀다. 누구나 조직의 사다리(corporate ladder)를 올라가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린 모두 언젠가는 관리자가 된다. 그래서 경력연차가 오르고 면접을 보면 개인이 몇 명의 인원을 컨트롤해 봤는지가 하나의 역량이 되기도 한다. 그때부터 우리는 중간관리자의 세계에 눈을 뜬다.


전문가가 될 것인가, 관리자가 될 것인가

기술이나 전문 영역(디자인, IT, 회계 등)은 일반 사무직보다는 자신만의 고유 영역을 가져가기 쉽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올라가면 모든 사람들이 “관리지” “리더십” “팀장”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고유 능력과 상관없이 “사람을 관리”하고 “육성”하는 부분이 생기면서 어려움을 느낀다.


나 또한 모든 사람이 사장이 될 필요도 없고, 창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조직 위로 올라갈수록 사람을 관리하고, “평가”하고, 팀보다 조직, 회사 전체를 바라보게 되니 이게 뭐가 다른가 싶다. 예를 들어, 팀장급 회의에서는 주로 매출에 대한 논의를 한다. 오고 가는 많은 회사 매출 관련 데이터들은 나의 전문 고유 영역만을 알고 참석하기엔 오히려 팀장으로서의 “전문성”이 떨어진다. 내가 문과생이던 그 태생이 뭐가 중요할까?


우리는 어느 순간 무조건 숫자와 친해져야 한다. 원가절감, 매출 분석, 이익구조 파악, 예산관리 등 내 부서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엮어져 있는 타 부서와의 상황도 파악해야 하고 분석하고 원인 분석을 통해 그 와중에 내 팀을 살리고, 매출 부진의 원인이 우리 팀이 아니라는 방어막 기질도 가져야 한다. 회사에선 소리 없는 총성이 울리는 듯만 하다.


what defines me?

그럼에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난 전문가가 되고 싶다. 그러나 난 마케팅과 스텝부서로서 지내온 시간이 길다. 지금 기술을 익히고 전문가가 되는 것이,

또 어떤 전문가가 될 것인지 알지 못한 체, 그저 관리자로서 회의감이 많이 드는 나날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아웃라이어>에서 약 10년 투자하면 전문가 될 수 있다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것 아닌가?




덧.

회사에선 조직문화를 바꾼다며 전문가 트랙과 관리자 트랙을 나눠서 선택하게 하고, 그 베이스로 평가하고 육성한다는 계획을 가져가겠다고 공표했다. 아직 정확한 세부 내용이 없고 나도 예측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요지는 자신이 관리자가 fit하지 않다면 팀장을 내려놓고 전문가 트랙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한들, 나이 어린 팀장이 나이 많은 팀원을 데리고 일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닌데... 가능할까?




누구나 관리자가 될 필요는 없다? 듣기엔 좋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창업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

1인 창업이던, 스타트업이던, 전문가가 되면서 관리자/경영자가 되는 것을 나눌 수 있을까?


어쩜 우린 모두 관리자로 가는 성장통에 아파하고만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냥 막막한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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