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 ep. 21
이해를 받고 싶은 하루.
- 조직문화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대기업, 중견기업, 아무튼 사람들이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곳 다니면 그래도 중/소기업 보다 나쁘기만 하겠냐고,
- 팀원이 부족하지만 일분배를 할 때 실무경험이 없어 “못한다”라는 태도만 보이고 “왜 나만 일해요”라고 비교만 해서 힘들다고 하면, 연봉도 높고 (상대적이다-연차가 5-6년 차이 나는데 내가 높은 건 어쩌면 당연한 거 아닌가) 이 정도 불만쯤이야 참아야 한다거나 그냥 나보고 실무 일을 하라고 한다. 팀원들을 육성해야 하는 나로서 일분배를 안 하고 일을 쥐고 있고 대신해주는 건 아니라고 본다.
- 하지만 그럼에도, 윗사람인 나는 고로 가진 자로, 가지지 못한 자들 앞에선 항상 행복하게 웃고, 징징거리면 안 되는 건가. 나도 지치고, 내 주변 사람들도 지친 모습이다. 이제 이야기할 곳이 없다.
예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너는 가진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고, 경험한 것도 많은데 왜 갖지 못한 사람 앞에서 힘들다고 하냐”라고. 근데 지금도 이 말을 듣는 것도 내 잘못은 아니다. 이젠 상대방 사람들이 이기적인 것 같다. 조건이 다일까? 우린 다 인간이고, 난 인간으로 존중받고 이해받고 싶지만 사람들은 나의 조건과 배경을 보고 그냥 나의 감정을 무시해버린다.
나도 어느 정도 안다.
내가 아무리 직장 생활에 대해 툴툴거려도, 백수 앞이면 그건 듣기 싫은 말일 거고, 어떤 회사 에피소드도 직장인 일 때만의 특권인 것을. 그걸 알기에 그런 사람들과는 나도 회사 이야기는 잘 안 한다.
하지만 같은 직장인인데 이런저런 고충을 이야기해도, 팀장이 된 순간 사람들은 내 고충을 별로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팀장의 고충을 이야기해도 아직 팀장이 아닌 사람들은 팀원의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이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책에선 “나도 다 겪어봤지만~”으로 말하기 시작하면 그게 “꼰대”라고 하던데.. 그럼에도 그렇게 시작하여 말을 해주고 싶다. 꼰대여서가 아니라 그냥 정말 순수하게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힘들어 보이지만 일만 하는 그 시간이, 그 자리가 지나고 보면 조직에선 제일 성취감 있고 좋은 경험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지만 참는다. 이해 못할 거니까. 조직의 위로 올라갈수록 팀원들 교통정리에, 업무 판단에, 윗 분들 맞추고 중간관리자로 가면 정말 순순히 “일”만 할 수는 없다. 학교 때처럼 학생일 땐 공부만, 직장에선 하고 싶은 일만, 실무만 하면 좋으련만... 팀원들은 아직 모른다. 그들이 가고 있는 길을. 다가올 길을... 다 그 나이에 딱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냥 난 오늘 혈압이 오르고 어지럽다.
잘 지냈던 팀원이 내가 결정한 일에 도가 지나치게 나에게 따지고 든다. 프로젝트 투입되게 되어 업무 조정해 준다고 나름 배려했는데, 오히려 억울하고 섭섭하다며, 카톡을 한다. 나도 반론을 했지만 팀원도 이젠 내 카톡을 바로 읽지 않는다. 내가 한 결정과 행동을 왜 이해받기 위해 구구절절 팀원에게 설명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감정적인 팀원들이 너무 힘들다.
위에선 오늘도 변화무쌍하게 또 팀장들에게는 샌드백처럼 프로젝트 팀원을 바꿔보리는 본부장님 의견을 그대로 담은 이메일을 공유해 주시는 실장님.
지시 아닌 지시 같지만 답하지 않았다. 다른 팀장들도 눈치만 보며 아무도 나서서 답하지 않는다.
다음 주면 프로젝트 시작인데, 업무 인수인계 급하게 다 했는데, 애자일은 직급에 상관없고 일하는 사람이 프로젝트 장도 할 수 있다더니, 이제 와서 팀원들이 다 주니어급이란다. 걱정되니 다시 검토해 달란다. 이럴 거면 그냥 지시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누구누구를 빼라고. 거의 2~3주 동안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결정도 안 해주고, 팀장들의 대안책도 다 무시하고. 맘에 안 든다고 하고.
이 모든 오늘의 상황을 누구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팀원들에게도 혹시나 또 업무 조정을 할 확률이 또 있을 거다라고도 차마 이야기하지 않았다. 물론 안 일어날 수 있으니 동요되지 않게....
너무 열 받고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 애꿎은 후배에게 이 상황을 퍼붓었지만 난 그냥 매번 “있는 자의 징징거림”으로 치부되는 듯 카톡이 읽씹 됐다. 오늘 같은 날, 이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받고... 내가 필요할 때 통화할 사람이 없다.
더 이상 애쓰고 싶지 않다.
난 정말 할 만큼 했다.
상대방이 알아주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
정말 아무 말도 하지 말았어야 했나?
그럼에도 내일... 난 무슨 표정을 지으며 출근해야 할까...
그냥 난 쿨하지 못해 슬픈 하루.
침묵해야 하는 하루.
나 혼자 삭여야 하는 하루.
죄송하단 말도 못 받은 하루.
오늘은 모두와 소통 실패. 공감대 형성 실패.
Disconne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