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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평가에 대한 팀장의 속마음

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23

by 이름없는선인장


2019년 상반기 마감.

벌써 1년의 반이 지났다.


지금 회사는 11월부터 한 해를 시작한다.

상반기 평가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5월로 한다.

평가는 누구나 공정성이나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작년엔 영업실적 비중이 70%, 팀 평가 비중이 30%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실적이 안 나오면 끝인 구조.

팀장은 100% 팀 평가 성적으로 성과급이 나와서 팀 평가가 낮으면 팀원들보다 성과급을 못 받는 구조다. (팀원들은 팀 평가가 낮아도 팀 안에서 다시 조정해서 성과급이 나간다)


하여튼 올해는 직원들의 거센 반발과 조정 요청으로 영업 40%, 팀 업적 60%.로 바뀌었다.


그래도 지금 실적이 안 좋아 올 해는 기대도 안 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나는 입사 후에 한 번도 성과급을 받은 적이 없는데 오늘 드디어 성과급이 통장에 들어왔다. 금액의 액수를 떠나 그냥 좀 기쁘네... 그렇게 맘고생도 많이 했고 힘든 시간도 많았던 시간을 돌아보며 팀 평가가 실 내에서 꼴찌가 아님에 기쁘고, 팀원들에게도 평가결과를 공지하고 바로 개인 평가를 들어갔다.


개인 평가에 아이러니 한 건 개인별 상반기 목표를 미리 잡지 않는다는 것. 오롯이 다 수개월이 지나고 나서, 평가 기간에 잠시 목표 설정을 하고 승인하면 바로 개인 자기 평가를 한다. 솔직히 세부 내용보다는 총평점을 S, A, B, C, D등급에 맞게 맞추는 정도다.


나는 취합된 개인평가를 바탕으로 팀원들 간의 등급 비교, 각 팀원의 기존 평가도 다 찾아보았다. 그럴 수밖에. 등급별 자리가 한정되어있으니 ㅜㅜ 종합적으로 보고 또 보고, 팀원들을 점수별로 나열하고 평소의 업무 처리 방식, 여러 부서와의 협업 등을 고루 대입해 보면서 팀원들에게 점수를 주었다. 물론, 진급 후보자에 대한 부분도 고려 안 할 수는 없고, 각 팀원들의 여러 상황과 기여도를 비교하다 보니 한 3-4번 전산 수정을 하고 고민했다. 몇 명은 몇 초도 안 걸리고 점수를 주지만 몇 명은 엎치락뒤치락했다. 오래간만에 팀 평가 결과로 좋은 점수도 줄 수 있는 기회임에도 100% 원하는 데로 또는 그들이 기대하는(?) 만큼 잘 줄 수 없어 맘이 무거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최대한 공평하게 평가했다고...


어제 팀원들에게 평가가 오픈되고 오늘 성과급이 지급되었다. 날 원망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우려했던 팀원은 오히려 평가 잘 줘서 감사하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다른 팀원도 예전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나에게 업무 보고를 한다. 오히려 팀에서 제일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아무런 말이 없다. 오래간만에 잘 받은 걸로 아는데... 그래도 좀 섭섭하다.


평가라는 것이 다 자기중심적이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고, 인사평가는 오롯이 팀장의 권한인데... 내가 평가하고 행여나 팀원들이 맘에 안 들어할까 이리 눈치를 보다니.. 개개인 차별하지 않고 최대한 공정히 평가했는데.. 기분이 참 복잡 미묘하다.


어제는 본부장님 하고 개인 면담까지 했는데, 팀원 충원이 필요하고 적은 인원으로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어필이 됐는지 모르겠다. 1시간 넘게 면담했는데 횡설수설한 건지.. 아님 많은 중복 회의체와 보고서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필요한 업무라 하셨다. ㅜㅜ 그리고 OKR도 평가는 아니지만 업무 체크 툴로 계속 가져가신다고 한다. 우리 팀에 바라시는 게 뭐냐고 했는데, 온라인과 퍼포먼스 마케팅을 좀 더 강화했음 하신다. 이 인원에??? 그리고는 자꾸 휴직중인 팀원을 다시 데려오는 건 어떠냐고 하신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안 되는 사람인데...그냥 나 혼자 넋두리만 하다 나와 맘이 허한 기분이다. 요새는 그냥 많은 기대치를 버리면서 좀 맘이 편해지나 했는데, 다시 맘이 참 무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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