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 팀장의 일상 ep25
일에 있어서는 우리는 좋은 사람보다 일 잘하는 사람이 좋다.
아마 팀장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나는 내가 좋은 팀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러기 위해 노력은 한다.
하지만 감정에 잘 휘둘리고, 마음을 다치기도 하며,
불화를 만들기보다는, 모두와 "잘 지내고 싶다"는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약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항상 효과적인 리더십에 대하여 고민한다.
내가 더 힘들어하는 부분이 많아진다.
MBTI로 보면 나는 Intrinic 성향이라 그럴까?
그게 난 섬세하고 디테일에 강하고, 조용히 연구적인 성향과 분석하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생활에서는 외향적인 Extrinsic 성향이 더 돋보이는 건 사실이다.
또한, 다수의 앞에서 발언을 하는 것보다는, 1대 1 면담 형태를 선호한다.
내가 팀원들 대신 나서서 팀원의 업무들을 대변해 줘야 하고, 어필하고, 좀 더 업무가 잘 협업되기 위한 소통과 협상 스킬이 리더의 제일 중요한 덕목인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을 하고 바꿔야 하는 부분은 생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생존에서 무엇을 고쳐야 하고, 또 어떤 성향이 더 잘 성공하는 지도 어느 정도 알게 된다.
그것은 때론 정의와 진실과는 무관한 사내 정치나 어필, 일의 효율성보다는 원하는 일을 해주는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정답이 없는 사회생활... 이래서 힘든거겠지....
한 순간에 나쁜 팀장
3개월 동안 프로젝트 팀에 간 팀원이 다시 복귀를 했다.
그녀가 프로젝트로 가기 전 휴직하던 팀원에게 업무 인수인계받으면서, 계속 발행하던 SNS 월별 리포트의 개선된 효율적인 리포트로 개선해 보라고 했는데, 한 번 만들고 프로젝트팀으로 가서, 한 분기 동안 진행하지 않았다. 물론 설득하기 위해 리포트는 아니지만, 숫자 추이는 내가 모니터링해 줄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러다가 남아있는 팀원들과 팀 KPI를 챙기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기도 해서, 팀장 재량으로, 트래킹을 홀딩했다. 그리고 평상시에 간간히 Insights를 보면서 모니터링은 했다.
온라인 마케팅을 하는 부서에서는 흔히 말하는 퍼포먼스 마케팅과 데이터 마케팅이 혼재되어 있다. 마케팅에서 분석하는 자세는 필수이다. 다른 사람들은 기획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기획도 어느 정도의 분석에 의해 도출된다. 그리고 온라인 마케팅 같은 경우, 대행사를 쓰던 안 쓰던, 어느 정도 내부 분석도 필요하다. 그 내 부 분석 또한, '기록화'하는 부분과 '누적'하는 차원에서의 리포트화는 필요할 수 있다. 팀원들은 가끔 '일에서 일을 만든다'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본인들이 윗 선에 보고할 때 맨 손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라는 걸 인지한다면, '효율적인 보고서' 작성은 모두의 숙제이긴 한다. 1페이지라도.
팀에 복귀하자마자 다음 분기 준비로, 그 업무를 본인 KPI에서 뺏길래, 왜 리포트 제출을 뺐냐고 하니,
그녀는 "무의미한 일 하기 싫다" "불필요한 업무 같다" 하다가 나중에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표현인 "팀장님이 보여주기 식 업무로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로 쐐기를 박았다.
어떠한 선입견도 가지고 싶진 않지만, 그저 나에게는 '하기 싫은 숙제'를 하기 싫어하는 학생을 보는 듯했고,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다른 팀원들은 본인이 맡은 온라인 채널에 대한 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는데, 본인만 안 하겠다는 걸 수용해 줄 수도 없거니와, 광고비를 쓰는 부분에서 분석을 하지 않겠다는 것, 또 기존 보고서의 대안을 못 가져오면서 지속적으로 업무 결정 방식을 '팀장과 비교'하는 태도가,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가... 내가 정말 만만해서 그런가.... 내가 여태 무언가를 잘못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는 "대안을 가져와라. 네가 말한 것처럼 '기존 리포트가 그렇게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면, 의미 있고, 주요 지표만 재선별하여 리포트를 간소화하여 가져 갈 수 있게 해 봐라. 프로젝트에 있을 때는 광고비 자체를 집행하지 않아서 광고 효율성 분석이 무의미했어서 안 했던 거고, 앞으로 광고를 돌리고자 하면 광고 효율성 분석은 해야 한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리고 난 담당자와 협의를 하는 것이지, KPI에 넣는 것은 팀장인 내가 결정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랬더니 "헐.." 하면서. "본인이 없을 때 KPI를 안 넣고, 왜 이제 와서 넣느냐" 또는 "제가 담당자이고, 제가 해보니 불필요하다고 하는데" 라며 우기기 시작했다....(그녀는 리포트를 프로젝트 들어가기 전에 딱 한 번 작성했다.)..'또 죄송하다'라는 말 한마디 없이, '본인의 감정이 상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내가 그럼 팀원에게 '미안하다. 너의 감정 상하게 해서..."라고 받들어야 되는 건지. 나는 팀원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은 아예 하면 안 되는 것인지, 내 감정은 안 상했을까?....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석 리포트 업무 저 없는 동안 팀장님도 안 하셨으면서, 왜 나한테 시키시는 거냐"라고. "프로젝트 가 있는 동안 트래킹 하신다고 하셨으면, 그 자료나 저한테 보내달라"라고 요구했다. 나는 또 구구절절하려고 했던 모니터링이 광고를 운영하지 않았기에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었고, 팀 KPI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간 너의 KPI를 빼고, 한 분기는 홀딩을 한 것뿐이다 라고 설명했다.
뭘 하라고 하면, 하기 싫을 때마다 "왜 팀장님은 안 해요?"..."그럼 팀장님은 뭐해요?"....
데자뷔다... 또다시 휴직 한 팀원을 보는 듯하다.
내가 왜 팀원들에게 관리자로서 내 업무가 무엇이다, 난 무엇을 했다...라고 설명을 하고, 설득해야 하는 거지? 기분이 참 찹찹하다.
우리 팀으로 옮기고, 업무도 막 익히는 과정에서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이제 막 대리여서 실무의 도움이 절실하여, 내 선에서는 다른 팀원들과는 특별하게 최대한 내 선에서 그녀 업무를 많이 백업해 줬었다. 근데 그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그 전 휴직한 과장도 같은 성향이지만, 마케팅 경력 10년에 과장급으로서의 업무 기대를 한 것이고, 그 정도는 알아서 혼자 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뭐 어쨌든, 팀에서도 소외감을 느낄 수 있고, 업무를 최대한 직간접적으로 배우게 하기 위해 최대한 일주일에 한 번 밀착 관리를 해줬고, 그 덕분에 프로젝트 팀에서는 나를 우수 쳅터장 (프로젝트에 투입된 팀원을 직무적으로 멘토 해주는 역할)의 성공사례로 인터뷰까지 했고, 프로젝트의 팔로우업인 해외 출장도 같이 가줬는데, 그와 동시에 나를 너무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내가 여태 일을 해 준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다시 본인에게 하라고 하면, "팀장은 그럼 뭐해요? 팀장님은 왜 안 해요?"같은 이상한 반론을 하기 시작하거나, 팀장 권한인 대체휴무에 대해서도, 저 팀원이 자기 비웠을 때 일을 해줬으니 "좀 대체휴무 주세요"라고 시킨다. (솔직히 알아서 대체휴무 줄 예정이었는데...)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
잘 키우면 현재 팀원 중에서 제일 적극적이고 배우려는 의지가 많아서 최대한 맞춰주고 있었는데, 이렇게 한 번씩 버릇없이 구니 너무 힘이 든다. 그렇다고 팀원들에게 "강하게 나가라"라고 하는데, 그 강함이 "감정적으로 짜증/화를 내는 것"처럼만 비칠까 봐 그것도 싫고, 내가 논리적으로 더 집요하게 팩트 중심으로 대화를 해야 하는데, 내가 이렇게 눈치를 보고, 감정이 상하다니.. 자존심이 상한다.
편하고 좋은 팀장이라고 하니, 상하 관계가 무너지는 것 같다.
일을 지시하거나 팔로우업 할 때는 냉정하게 일 적으로만 대한다고 하는 것이 나에게는 좀 많이 힘들다. 일도 인간 대 인간으로 하는 것이기에...
오늘도 난 그냥 나쁜 팀장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팀원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