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09
평범한 회사원의 단면
마지막 인사
소리 소문 없이 나가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누구는 거대한 환송회를 해 주며 나가는 사람도 있고, 누구는 단체 이메일로 마지막임을 알리는 사람도 있다.
입사
시작은 밝은 인사와 입사 포부, 박수와 미소로 그들을 환영했고, 우리 모두는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새로운 동료들을 맞이한다.
내부 연락망을 받아, 인사 메일을 돌리기도 하고, 부서를 옮겨 다니며 소개받고, 인사도 한다.
조금씩, 한 두 명씩과 밥을 먹고, 회사에 대한 이야기나 문화에 대해 들으며 조직에 적응해 간다.
처음엔 다 설레고 좋다.
백수
바깥세상의 차가운 백수 생활보다, 어떤 일이던 주어지면 일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 버스/지하철을 타고 가는 저 사람들이 부럽다고,
욕할 상사도 있고, 동료도 있고, 그래서 퇴근 후 한 잔 하며, 맛있는 밥을 먹으며 서로 위안을 받고,
각종 아이디어로 기획 회의를 하거나, 업체 사람들과 스타벅스에서 미팅을 하고, 그렇게 정신없이 살던 때도 그리운 것이 백수.
퇴사
하지만, 회사를 다니다 보면, 이직을 하다 보면, 3-3-3 “3주-3개월-3년”의 고비는 매번 같은 것 같다.
신입 일 때는 3일도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아무 경험이 없으니, 더 힘든 것 같다. 3주 만에 회사를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첫 직장에서 거의 6년을 있었으니, 정말 참고 참고 참으면, 조직에서는 남는 자가 이기는 자고, 지나고 보면, 남아서 일을 할수록 얻는 것은 분명 있다.
20대는 정신없이 일했고, 30대는 자아를 찾아 일했고, 대학원도 하고, 해보고 싶던 자격증(사서자격증, TESOL)도 땄다.
그럼에도 삶은 일상으로, 생계의 삶으로 날 이끌었다. 아직 행복도 안정된 삶, 재정적 독립을 하지 못하면,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직장인이 된다.
근무
일을 일 데로, 경력은 경력대로 쌓이지만, 말처럼 30대 후반부터는 “자기 성장”이 되는 느낌이 없다.
일만 해도 바쁘고, 회사-야근-집,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오랜 시간 있고, 대화를 나누는 직장 동료들이 내 친구가 되고, (된다고 믿었고)
어느 순간 그 루틴에 익숙해진다. 일을 하고, 출장을 가고, 돈을 모아 여행을 가고, 다시 일을 하고, 출장을 가고, 여행을 가고...
하지만, 이 모든 순간에 건강을 잃기도 하고, 체형이 변하기도 하고, 나이가 든다.
퇴사 사유
어느 순간 돌아보면, 우린 다들 직장이라는 곳에서 몇 번의 만남과 이별을 하며, 삶을 이어 나간다.
자발적인 퇴사는 자아성찰, 행복, 건강, 자기 계발 등을 위해 투자한다며 퇴사를 한다.
권고사직은 회사에 불명예스러운 행동을 하거나 폐를 끼쳤을 때, 권고사직을 당하는데, 희망퇴직은 겪어봐도, 권고사직까지는 아직 당해 보지 않았다. 아마도 “당한다”라는 표현이 부정적일 수도 있겠다.
요새는 권고사직도 많은 것 같고, 또는 해고를 당해 실업급여를 받는 등, 자의 반, 타의 반의 실직과 이직의 반복이 이루어진다. 해고도 정리해고, 폐업으로 인한 해고 등 여러 가지가 있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직 시, 회사의 규모나 재무적이 부분, 시장 가능성을 보긴 하는데, 솔직히 한 치 앞도 모르는 우리 인생, 사업이, 한 회사가 어찌 될지 누가 알까... 어쩌면 우리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투자하고, 믿고, 계속 성장시켜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동료 또는... aren’t we all?
살면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인연.
한 때는 동료였고, 친구였고, 지인이었고, 거래처 직원일 수도 있었던, 비즈니스 상의 사람들, 그리고 현 직장 동료들.,
그들이 퇴사 후 아무런 인연이 되지 않아도 아무 의미를 두지 않는다. 살아나갈 뿐이다.
예전에는 헛헛함과 허무함도 있었지만 친구가 되지 않는 이상 퇴사 후 전 직장 이야기를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어디던 떠난 자는 떠나고, 남는 자는 남고, 또 새로운 동료가 오고 적응을 한다.
요샌... 맘 속에선 매일 방랑자가 된다.
어떠한 부정도 긍정도 아닌, 기회가 오면 오는 데로 생각하고, 기회가 가면 곱씹지 말고 지나가자고.
더 내가 성장하고, 더 잘할 수 있으면서 감정적으로 덜 힘든 길을 앞으로는 택할 것 같다.
인생을 좀 더 맘이 풍요롭게 살고 싶어서. 감정이 메마르지 않게 살고 싶어서...
나 자신을 보호하며 사는 일은 그런 것 같다.
내 자신을 덜 상처받게 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