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15
뒷 말이 무성하고 진실은 묻히는 곳, 회사
여긴, 가면 무도회장.
욱하는 사람이 없다.
약간의 빈정거림과 비판만 있을 뿐.
대놓고 욕을 하는 사람도,
강하게 화를 내는 사람도 없다.
그저 모두 격식을 갖춘 교육자로서
젠틀하고 매너 있는 듯 행동한다.
모두 다 웃고 있다. 항상 쿨하다.
(반대로, 진중함이 없고, 진실성이 없다.)
그냥 웃고 있는 이 환경이 난 불편하다.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겉도는 대화.
남들의 평가에, 보이는 친절함이 있다.
한 사람의 잘못을 이야기하면
본인만 아니면 되기에
그 사람이 아무렇지 않다고,
본인은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지극히 개인주의다.
팀원들은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든다.
그리고 자율적 협의를 하면서 일하자 하면서도,
수직은 싫고, 팀장들도 싫고, 꼰대라 한다.
그냥 다 ‘아니오’로 반사신경처럼 반응한다.
불평만 하며 대안 없이 책임도 지지 않고
새로운 것만 찾고 기존 서열을 무시하고,
직급도 무시하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수평 문화인 줄 아는 것 같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잘못한 것을 보고도
분위기 이상해 진다고 아무 일 없이 지내길 바라는 사람들. 웃음으로 다 같이 어색함을 무마하며 지나가는 사람들. 복면가왕이 따로 없다.
누구 하나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안 돼’ 라거나 ‘그건 네가 경솔했다’라고 주의 주지 않는다.
오히려 ‘나랑은 잘 지내니까’ ‘난 같이 일하지 않으니 상관없다’ ‘난 저 사람과 아무 문제없다’ 라며
항상 그들은 사이좋아 보이길 희망한다.
잘못도 덮고, 무능한 직원을, free rider를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뒤로만 수근덕 거리는 회사.
제대로 일을 안 한걸 업무 인수인계 받으며 알게 되더라도, 막상 기존 담당자 업무 리뷰 의견을 달라고 하면, 칭찬 일색이다. 팀원들끼리는 잘 지내야 하니까, 난 다 포용할 수 있고 좋은 성격이다라고 보이길 원하는 이상한 논리. 또는 하하호호 여자들끼리의 사이 좋은 언니-동생 분위기다.
밥 먹으러 갈 때도 서로 눈치를 보고,
티 나지만 몰래 흩어졌다, 붙었다를 하며,
눈치 경쟁을 펼친다.
내 팀을 만든다는 거,
내 라인을 만든다는 거,
어떤 라인에 붙는다는 거.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데...
이 곳에선 누구 하나 믿을 수가 없다.
이 곳에서 자꾸 나를 잃어버린다.
진실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곳.
포커페이스만 가능한 곳.
능수능란하게 가면을 써야 하는 곳.
오늘도 난 실패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