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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음 - 이직과 경험의 부조화

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02

by 이름없는선인장


이직을 하고,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나이가 먹을수록 이직을 하며 연봉을 올리고 싶다가도, 이 나이에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 것은 면접 때의 자신감과는 꽤 거리가 멀다.

나조차도 때론 면접관으로, 때론 면접자가 되기도 하는 돌고 도는 쳇바퀴 속에서, 과연 조직문화와 가치관을 동일시하게 되는 매칭 작업은 쉽지 않다.


이직을 한 지 1년.

야근의 강도가 높지도 않고, 사람들은 웃고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일한다. 하지만 이것은 흡사 glacier 같다. 진실이 어디 있고, 진심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쉴 새 없이 카톡과 알 수 없는 메신저 창들 속에서 소리 없는 뒷말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대화가 아니라 서로 ‘~카더라’’~그렇다터라’’누가’’네가’ 진실 아닌 진실 공방에, 어떻게 서든지 하나라도 진실은 묻고 자신의 이득을 꿰하려는 움직임들이 포착된다. 기운이 빠진다.


1년 만에 burn out 그리고 내가 정체된 느낌이다.

사람이 좋고, 팀워크가 좋고, 내가 데려가는 팀원이 좋으면 일하기 즐거웠다. 일과 결혼했다는 소릴 들어도 좋았고, 적어도 상대방이 날 또 떠보나 하는 의구심은 없이 일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 직장은 달라도 너무 다르고, 자신들만의 성벽에 둘러싸여 있는 느낌이다.


내가 다니는 곳에 대한 조직애, 애사심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게 진짜 내 잘못일까?

그 조직에 fit하지 않는 느낌, 조직의 비전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느낌이 없아 갈증만 나는 상황이, 오롯이 팀장이라고 해서 다 이해하고 수긍이 가야 하는 건 아니다.


이 곳이 낯설고,

사람들이 낯설다.

그리고...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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