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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레쉬 휴가와 친구의 응원

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22

by 이름없는선인장

오늘은 조금 사적인 이야기를 담아본다.


파도가 휩쓸려 어딘지 모를 곳에 표류한 기분이 들었던 올해 상반기.

물고기자리인 나는 유독 잡지에서 별자리 운세를 보면, 물의 흐름이 바뀌는 시즌이라 그런지

매해 너무 힘든 봄을 겪는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 겨울과 봄을 지나,

나는 커리어를 쌓으며, 내가 쌓아 올리는 것이 무형인 듯한 허탈감에

내가 가진 능력을, 가져가야 할 능력을 찾지 못해 조바심 냈다.

위에나, 동료, 또는 팀원들에게 인정받고 싶었으나,

결론은 아마 내가 관점을 바꾸면 되는 것이라는 것을..

조금 더 현실에 집중해 보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건, 목까지 차오르고, 버거움과 답답함에 떠밀려

제주도로 리프레쉬 겸 휴가를 갔다.

그건 리프레쉬지만 솔직히 가까운 사람을 챙기고자 하는 맘에

엄마랑 같이 이른 여름휴가 겸 해서 큰 맘먹고 제주도에 갔다.

물론, 엄마의 체력이 예전 같지 않고, 나도 그냥 자연을 보며, 천천히 다니며

그냥 무계획으로 이번 여행을 갔다 왔다.

그러면서 나는 평소에 예민하고, 짜증 내던 막내딸에서, 조금은 미안했던 맘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냥 나 자신을 재촉하거나, 완벽해 지길 바라는 나 자신에게로의 기대를 접기로 했다.

그냥 살기로 했다. 불완전하고, 나약한 인간을 받아들이기로.


그리고 몇 칠 뒤, 내 인생의 첫 친구,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를 만났다.

(그녀와 나는 약 6살때 처음 만났다)

그리고 제일 최근에 그녀를 본 건, 벌써 4-5년 전인 것 같다. (결혼 전에 보고, 지금은 그녀는 결혼해서 딸이 한 명 있다.)


항상 밝은 얼굴로, 그러면서 나를 걱정해 주고, 서로 타국 생활을 했고, (그녀는 현재 타국 생활 중)

그녀는 누구보다 먼저 내 걱정을 하며, 어떻게 살았냐며 궁금해했다.

난 그간 일을 풀어내면서도, 내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그 세부적인 디테일과 사건들을 보며,

내게 그간 어떤 힘든 일이 있었는지 내 자신에게/타인에게 인정받으려고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내 말을 다 듣고, 내 고민을 듣고,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하면서도,

그 외에 내가 가지고 있는 미래의 불확실성, 이직 가능성, 삶의 안정권에 언제 들지...불만을 토로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주 단호하고 부드럽게 그래도 이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이직한 들 또 무엇이 달라질 거며, 현재 지금 나 자신, 내 자리를 누구든 부러워할 것이며,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나쁠 것 없다고, 인정하고 조금 더 현실을 누리고 집중하며 살면 좋겠다고 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지금. 너는 지금 그대로 충분히 괜찮다..”라는 친구의 말에,

난 “그래?”라고 반문했지만, 동시에 수긍했다.


그리고, 내가 듣고 싶었고, 나를 아무 말 없이 응원해 주는 친구 덕에...

난 무거운 맘의 응어리들을 많이 덜어내었다고 하면...

여태까지 나의 힘듬이 진심이 아니었을까? 그건 아니다.

그냥 매일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며, 미간에 주름을 만들지 않는 것.

하루를 편안히 보내게 해 주는 것.

내가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선물인 것 같다.


덧.

누군가 날 바라보지 않는다라고 해서 슬퍼하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사람과 인연이 아닐 뿐이라는 걸, 항상 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어떠한 관계로라도 난 그저 도움을 받았을 뿐이다. 심적으로.

내가 인연이 아닌 사람에게, 그저 의존했다는 것도 나약한 인간이기에 인정.

그러나, 이번에 이렇게 힘들 때,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사람은

나에게도 그다지 좋은 인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의미가 없었다.


이제 내가 그렇게 중요도를 높게 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내 삶의 중심은 오롯이 나여야 한다는 생각.

그래야 내가 더 강해지고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생각.

그래서, 진심으로 40이 넘어서 처음 홀로 여행하는 이번 7월이...

나에게는 정말 나를 위한 시간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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