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 27
팀원에게서 아침에 장문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어른인 것처럼, 세상 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말투로,
팀장님이 왜 다 틀렸고, 본인의 주장은 한결같이
맞는지 아침부터 격하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제 말에, 제 단어 하나하나에 집착하며
디테일에 강한 것처럼
어른인 것처럼 논리적으로 보이려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그건 금요일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방향과
본인이 혼자 오해를 하고 크게 잘못된 방향으로
인지하고 있음에도 저에게 한 번 확인하지 않고
그저 팀장에게 자신의 기분 나쁨을 표합니다.
거기다,
이렇게 자신이 부족하고 맘에 안 드는 팀원이면
‘자르시던가’, ‘대행사’를 쓰라는 협박 같은 으름장과 반어법이 난무하고,
왜 내가 지시한 보고서를 하기 싫을 수밖에 없는지
그래서 이메일 어디에도 죄송하단 말은 없으며,
팀장님도 업무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팀원분은 친절히 이메일에 적어주셨고,
(네,, 누가 제가 완벽하다 했나요?)
이메일 하단에는 어디서 긁어온 “책임”에
대한 정의를 붙여놓고 거기다 밑줄 끼지 쳐가며 본인이 나에게 강조하고픈 문장, ‘팀장은 팀원의 “협의”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거기다 진하게 파란색으로 동그라미까지 쳤다.
(이것 좀 제발 보시지!라는 비간접적 행동인데... 솔직히 기가 막혔다...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의도라면 목적 달성.. 한 듯하다)
이메일이 길지만 감정적인 부분이 80%,
내용보다 표현 방식, 어투에 화가 났고,
안 맞는 논리와 맥락에 기가 찼다.
내가 한 지시도 잘못 알아듣고 혼자 열 받아서
싫으면 자르시던가에서 마지막 문장은 “이런 팀원을 너그럽게 봐달라”라니... 나름 쿨해 보이려고 한 문장이 더 어설퍼 보였다.
오늘 하루 종일
내가 한 생각은,
상대방의 마음과 판단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였다...
내가 아무리 다시 화를 내고,
조목조목 그녀의 틀린 부분을 하나하나 지적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지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보였다. 그냥 나도 같이 유치해질 것 같았다.
화를 억누르고 회의실로 바로 불러 의견 차이를 확인하고 정정하고 업무적 면담만 하고 더 이상 감정적인 부분이나 태도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겐 이런 일들이 트라우마처럼 있기 때문이다.
휴직한 그녀를 많이 닮았다.
본인은 오늘 승리했다고 느낄 것이다.
(팀장 이겨먹으면 좋은가?)
어설프게 본인의 주장만 하고, 단어 하나하나에 말꼬리 잡는 설명이 익숙해지고 이런 전개가 사회생활할 때 논리적이라고 보인다고 믿고 자만하던 나이. 내가 옳고, 내가 아는 세상이 다라고 생각하는. 대리이지만 뭔가 일도 익숙해지고, 조직 생활도 뭔가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을 듯한 위치라는 착각.
나름 꽤 본인이 논리적이라고 자만하던 그녀 얼굴.
. 오늘 하루는 월요일이어서 힘든거다 라고 하고 퇴근했다.
여기 적는 순간에도 오늘 일을 많이 곱씹는 것 같아 망설였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맘이,
연못에 던져진 돌덩어리 같이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