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03
"팀장님, 제 이야기 잘 들어줘서 감사해요~"
이직을 하고 나서, 팀장이 되고, 또 직급이 올라갈수록, 사원, 대리, 과장으로 있는 어린 여자 후배들의 커리어 상담을 종종 한다. 저 말은 언제 들어도 뿌듯하고 좋다.
전 직장에서 10명이 넘는 팀원들과 일하면서, 면담은 거의 나의 일과의 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곳에서도, 배경은 다르지만, 개인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해 줄 수 있고, 또 내 이야기를 나름 경청해주는 후배들에게 감사하기도 하다.
중간관리자로서,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중간 매개체가 된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위에 내용을 아래로 오해 없이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랫사람들의 이야기를 윗 분들에게 알려주는 부분에 더 중요도를 둔다.
그건 내가, 누구나 그렇지만, 회사 밑바닥에서부터 승진을 하며 올라가는 자리들은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뭐 아주 작은 조직이지만, CEO 보좌직을 하면서 느끼는 건, 윗 분들에게도 배울 게 있고, 모든 리더에게서는 배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이나마 그분들이 가진 비전과 조직 문화를 이해시키고, 되도록이면 오래 근속하는 환경과 조직을 만들어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이야 어디든 다 비슷하지 않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인식의 차이를 줄이는 일,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 일이다.
그럼에도,
“여자랑 일하기 힘들어요” vs “여자 팀장이라 모시기 힘들어요”
성차별 일까?... 여자 사원들도 여자가 많은 조직을 흔히 “피곤하다”, “뒷말이 난무하다”, “시기 질투가 많고, 말이 많은 조직이다”라고 한다.
나도 여자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남자 사원들하고 일을 할 때가 더 편하긴 하다. 여자들은 굉장히 섬세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팀원들과 비교하고 “감정이 왜 상한지”에 더 신경 쓰며 면담한다.
남자 사원들과 일을 할 때는 조직 안에서는 기회, 평등, 또는 일 적으로의 해결 부분 중심으로 간단히 면담을 한다.
어떤 직무이냐에 따라 이런 부분들은 여자들이 더 강점이 되기도 하고, 때론 감정적으로 보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오롯이 저의 경험과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그럼에도 저런 말을 듣는 것 자체는 썩 기분이 좋진 않다. 그것이 친해서 농담으로 하는 말일지라도...
남자들의 주 무대인 사회생활에서, 흔히 말하는 “정치적”으로 일해야 하는 환경은 솔직히 너무 남성들에게 특화되어 있다 싶다.
회식, 술, 담배, 의전 등... 뭐랄까... 그렇다. 군대를 안 다녀온 나는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일의 능력과 상관없이 윗 선에만 딸랑거리고,
윗 분의 분위기를 맞추고, 아랫사람들이 퇴사해도 나 몰라라 하는, 아니 우리들 아버지의 일그러진 모습 또는 처자식 먹여 살리려면
생존 본능일까... 그런 임원들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그건 40대 후반부터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간혹 30대에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30대 중반부터는 팀장을 달기도 하니까.
그래도 굳이 “여자”를 강조하는 건 좀 아니다 싶다. 솔직히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내 딸은”...”내 처는” “내 와이프는..” 이런 조직에,
이런 대접은 안 받았으면,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럼 같이 일하고 있는 다른 여자 동료들은, 똑같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상대해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계약”으로 만난 사이이지만, 돈 벌기 힘든 건, 가장이던, 여자던, 싱글이던, 다 똑같다. 남자는 돈을 벌어야 돼서 직장을 못 관두고 , 여자는 육아던, 결혼이던 그만큼 상대적으로 쉽게 관둔다는 생각 자체는 이제 좀 올드(old) 한 거 아닐까. (남자들의 임금이 더 높은 건 사실이다)
우리 서로 다른 가치관을 차별하지 말자. 일도 같이 하고, 고생도 같이 한다.
흘러서 여기까지 왔지만, 난 <Quiet>의 책도 그렇고, 성공한 리더 중에 Intrinsic leader가 더 많다는 부분에 동감한다.
그리고, 세계 각국에, 큰 기업에도 유리 천장을 깨고, 성공한 여성기업인도 많다.
여성 상사를 모시기 힘든 건 너무 섬세하거나 (예민하거나) 까칠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여성이 말하면 잔소리 같고, 남자 상사가 지시하면 쿨하고 그런 건 받아들이기 나름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럼 뭐하나... 내가 난감한 건 어느 순간, 내 팀원들이 팀장에게 원하는 것도 “사내정치”=“업무 조율”이라는 것이다. (정치에는 술 잘 마시기, 윗 분들 회식 자리 참석하여 분위기 맞추기, 정보 물어오기, 팀원들 어필해주기 뭐... 그런 것들 포함이다)
그것은 일을 잘하는 가의 문제가 아니다.
팀장은 일 그 외적 문제 해결반 업무가 주다.
그래서 나 또한 팀장이 되고, 차장이 되고, 부장이 되면서 지속적으로 고민하지만, 꼭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지, 회의나 회식 자리에서 임원들이 듣고 싶은 말들만 하는 것이 팀이 인정받는지, 아니면 팀원들에게 인정받는지, 나는 아직 아무런 기준이 서지 않는다. 팀장도 혼란스럽습니다.
그럼에도,
"저 팀장님은 자리만 차지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팀장님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나요?”
이런 말까지 들으면 더 힘이 빠질 듯하다.
이 부분은 솔직히 회사마다, 부서마다 너무 다를 것이다.
근데 조직이 커지면, 모든 업무를 다 관할할 수 없고, 나눠서 “관리”를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management보다는 monitoring에 가까울 수도 있다.
또한 리더십의 차이이기도 하다. 팀원들의 성향에 따라, 방목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님 정말 하는 일 없이 계신 분들도 물론 있다.)
아주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 써서 보는 리더도 있을 것이다.
근데, 팀장도 팀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너희들은 오늘 어떤 일을 했니?
자신의 업무를 기획하고, 정리하고, 잘 요약해서 보고하는 것도 능력이다. 보고서를 만들라는 게 아니라 보고의 기술을 익히라는 것. 팀원이 보고도 안 하고, 공유도 안 하고, 묻지도 아니하면, 나중에 문제가 터지면 수습해 주는 건 누가 될까?
어떤 관계든, 가족이던, 친구던, 동료던, 팀원이던, “말도 안 하는데 무슨 수로 알까?”
그리고 감정이 상해도 일은 바로 하자.
일 못해서 팀원들 감정 상할까 눈치 보는 상사도 있다. 근데 좋은 말만 할 수 없고, 오롯이 결과로 평가받는 곳이 조직이다. 사이좋게 다니던 학교는 아니다. 극하게 비교하자면, 난 성격 더러워도, 일 잘하는 팀원이 낫다.
어쨌든 이런 인식의 차이를 서로 기억하고 에티켓을 가지고 일을 했으면 좋겠다.
정 원한다면, 딱 일주일만 바꿔서 일을 해 볼까?
결론은,
멘토의 핵심은 소통이지, 일방적 통보가 아니다.
각자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니, 얼마나 자주 이야기했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이다.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좋음 멘토-멘티 충분히 가능하다.
저도 계속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