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금요일 지하철 출근길 단상

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32

by 이름없는선인장

누군가가 갑자기 뒤에서 내 손잡이 윗부분을 확 낚아챈다. (이게 뭐지?? )

사람이 많다지만 그 정도는 아닐 텐데.. 하고 창문에 반사된 사람을 보니 한 아저씨가 막무가내로 사람들 틈을 비집고 밀고 있었다.

한 손잡이에 두 사람이 매달리는 건 아니다 싶고 기분이 나빠 바로 옆 손잡이로 옮겨 잡았다.

그랬더니 이제 몸을 더 밀고 들어온다.


어디선가 퀴퀴한 술 냄새가 난다.

(물론 이 분이 아닐 수도 있다)

도대체 얼마를 마셔야 다음날까지 술 냄새가 날까...

고단한 삶이지만... 그냥 상쾌하지만은 않다.


손잡이를 내어드렸는데, 몸은 계속 왔다 갔다, 앞 봉까지 잡으시면서 가뜩이나 사람들로 가득 채워지는 지하철 안에서 되도록이면 불쾌감을 느끼지 않으려 외면한다. 그냥 기력이 없을 수도 있고, 아플 수도 있겠거니... 그래도 그냥 피곤에 쪄든 술 취한 모습 같은 건 어쩔 수 없다... 최대한 나는 옆으로 이동한다. 나 자신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불쾌함을 덜어내고 피하는 것.


몇 분 늦었더니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고

오늘은 중간 지점까지도 앉지 못하는 비운이 찾아온다.


다행히 한 자리 걸러 충무로역에서 사람들이 빠지자 그 아저씨와 나는 착석했다. 옆에서 보니 얼굴이 검다. 간이 안 좋으신가.. 하며 난 눈을 감는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앉고 싶을 때 못 앉고,

컨디션 좋을 때는 거의 출발 지점부터 앉는...

나의 지하철 인생.


그래도,

금요일이라 기분을 업 해보자 다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낯설어진 지하철 출근길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