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39
서울에 눈이 내린다.
주말까지 따습했는데...
회사 안 가고 연차를 냈는데 춥네.
거기다 잠을 설쳐서 피곤하다.
오래간만에 ‘반신반의’한 면접을 봤다.
솔직히 헤드헌터 통해 넣어도 서류전형 합격이 어렵고... 이렇게 면접 보러 오라고 한 것도 처음인지라 우선 가보자 하고 갔다.
회사에 대해 검색하고 업무 조건을 봤는데 나한테 잘 맞을까 잘 모르갰더라...
그래서 그럴까...
면접은 떨어졌다.
or more like 그냥 서로 fit하지 않았다고 본다.
경력직 면접은 서로 간 보는 자리이니...
그분도 찾는 사람이 명확하고 (그래서 어려워하고)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인지, 회사는 괜찮은지 비교하게 되고... 왜 이직하려는지에 답하다 보면 그냥 지금 이 곳은 아니구나...라고 서로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면접관은 내 이력서를 덮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면접을 마무리했다. ‘잘 맞는 곳으로 이직하시길..’ 바란다면서. (ㅋㅋ 이런;;)
마케팅 팀장 포지션은
업에 따라 다르지만
extrinsic 외향적 leader를 원한다.
난 intrinsic leader이다.
깝깝한 완벽주의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간혹 워커홀릭(workholic)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에 의미를 두고 일이 재밌는 그런 삶을 살았다.
하지만 사회생활에서 외향적인 사람을
더 선호하는 건 사실이다.
리더로서는 더더욱.
*성공한 리더 중에 내성적이고 intrinsic도 많은데..한국은 유독...더 부정적으로 보는 듯 하다..
면접관은 내가 intrinsic이라고 하자 바로 표정이 좀 변하면서 자기네는 extrinsic이어야 한다며
그리고 본인들의 업무보다 성향이 잘 안 맞을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나 또한 서비스업에 내가 잘 맞을지 의구심이 들었고 업무에 대해 먼저 설명해 주시자 더 자신 있다고 확신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면접 보러 오면서도 내가 하면 잘하겠다, 해보고 싶다 라는 맘이 들지 않았다. 평소에 관심도 없었고 헤드헌터가 넣어보라고 해서 넣었던 것뿐이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무책임한 선택을 한 걸까... 면접 시간에 딱 맞춰 갔지만, 회의가 길어진다면서 10분 늦게 들어오신 면접관님은 그래도 친절하게 응대해 주셨다....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를 느끼는 순간... 그리고 면접을 시작하면서 나도 여긴 아니겠구나 라고 느꼈다. 아무리 현실이 힘들어도 거짓말을 하면서 억지로 옮기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나는 최대한 정직하게 말씀드렸다. 어쩜 그들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고... 나도 그냥 유연하고 스펀지처럼 스며들 수 있는 신입은 아니지 않은가... 서로에게 필요한지 빨리 이야기해주는 게,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면접자로 면접을 다시 보는 건 경력이 늘어가면 늘어갈수록
심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설명하고 어필하고
그럼에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절받는 느낌.
루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내가 한 일에 대하서 20-30분 만에 인정받아야 하는 일.
(물론 그분도, 면접을 잚 봐도, 막상 적응 못하고 나가는 분들도 있고, 일도 그렇다고 했다. 나도 동의한다)
이런저런 맘과 씁쓸함을 뒤로하고
오늘도 다시 현실 직시하며
집으로 가는데... 그 팀원이 또 연락이 온다...
또... 이상하게 말 옮기는 팀원...(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이 조직..)
미주에서 ‘도대체 마케팅팀은 뭐하냐’고 아니 ‘팀장님은 하는 게 뭐냐고, 뭐하시냐’고 했단다.
아니 왜 나한테 직접 말하지 않고, 내가 뭘 하는지, 뭘 안 하는지, 자기네들이 판단하는 걸까..
도대체 그들이 원하는 팀장의 role이 뭐길래... 이렇게 씹어대는 걸까...
없던 정도 다 떨어지려고 한다.
그렇게 대단하면, 자신들이 정말 팀장해라..
완벽한 팀장도 없는데, 옆 팀장은 이래서 욕하고, 이 팀장은 이래서 욕하고...
그 사람에게 ‘카톡’했다. 당신이 이런 말 했냐고...
아직 답이 없다.
답 오면, 불만 있으면 직접 이야기하라고 할 거다.
이런 말 옮기는 거 정말 질색이다.
(빼뚤어질테다!)
어디 intrinsic leader 필요하신 분?
창업만이 답은 아닌데...
나중에 돌아보면 오늘의 나는..어떻게 기억될까요?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