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 43.
코로나 19가 시작된, 업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 2월 말.
그 후로 3달째 접어들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론 모든 삶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누구도 코로나 이전으로 똑같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하며, 처음에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에, 그다음에는 직장인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재 지금, 회사에 적을 두고,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7월에는 최악의 사태가 올 거라고, 어떻게 서든지 조직에 붙어있는 것이 최선이지 싶다.
그럼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회사의 분위기는 ‘막연함’과 ‘막막함’ 그리고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 무기력함이 더해진다.
회사에서는 구조 조정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수시로 검토 중이다.
솔직히 회사에서 어떤 방침이 언제 떨어질지 아무도 모른다.웃으며 출근하지만, 웃는 게 아니고,
업무도 싫고, 불만도 많지만, 말 안 듣는 팀원도
퇴사는 하고 싶지만, 이렇게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게 감사하다고 한다.
매일 고용 노동 시장은 얼어붙었고, 실업급여 신청자는 역대 최대에 작년 동월 대비 40% 이상 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앞으로 감원 대상이 되는 항공업계, 호텔업계, 등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휴직자, 퇴직 예상자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한다.
회사도 불안하지만, 밖은 더 불안해 보인다. 그럼에도 펙트풀니스 책을 읽고 나서인지, 미디어에서 조장하는 이 불안감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기도 하다. 고용 시장이 불안하지만, 여전히 일손을 구하는 구인공고는 꾸준히 나오고,신기하게도 헤드헌터에게도 연락이 간간히 온다.
그 사이에, 이 시기에 이직을 하는 것은 불안하기도 하지만, 현 직장에서의 위태로운 분위기와 보장받을 수 없는 자리 보존에 대한 불안감이 공존한다. 또한, 커리어 적으로도 업무가 축소되고, 팀원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보자도 없고, 예산 절감 차원에서는 윗 사람이 빠져야 할 것 같고, 팀원들이 팀에 충성하는 부분도 없고, 뭐라도 해보라는 윗 선의 기대에도 따라와 주지 못한다. 불만만 가득하고, 이해하지 못하며, 수긍하지 못한다.위에서는 이런 위기에 야근이라도 시키며, 강하게 밀어붙이라고 반농담을하지만, 아래에서는 누가 그렇게 일하려고 하겠는가. 나도 그건 반대다. 그래도 뭔가 아이디어나 기획을 했으면 하는데 팀원들은 팀장이 하란다.
그들은 팀장탓만 하고, 하지 못하는 일들이다라는 쉴드로, 나머지 잔업은 안 보이는 밑에서 내가 다 처리한다. 그래도 아직은 내 팀이니, 내가 그들의 부족함을 포장하여 어필하고, 일은 ‘중요하게’ 하고 있다라고 하는 ‘보고의 일’을한다. 그들은 그럼에도, 내가 하는 그런 일들을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나도 힘이 빠진다. 정말 혼자 일하는 기분이다.
사태가 나빠지고, 회사 경영이 회복탄력성을 잃으면, 회사는 구조 조정을 할 것이고, 그렇다고 위에서부터 자를지, 아래서부터 자를지 아무도 모른다. 위에서는 언제 있을지 모르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여, 인원 감축에 대한 부분을 검토하라고 하시고,해외 사업의 타격으로 해외도 축소하면, 본사 인력도 축소할 것이라고 했다.
그 불안감을 팀원들에게 100% 전달하지는 않았으나, 그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팀장과는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회사에서도 인건비 기준에서는 연봉이 높은 사람이 나가면 비용을 세이브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임원부터 나가는 것이 순리이기도 하겠지만. 어수선하고 갈피를 못 잡는 것은 어느 누구의 맘과 똑같을 것이다.
팀원들이 실무를 한다지만, 팀원들이 안 하는, 떠미는 잔업들을 오히려 나에게 강요하는 팀원 때문에 나는 이래저래 방패막이 삶을 살고 있다. 누구도 감사한 마음도 없을 것이지만, 내 팀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나는 나의 책임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이런 감정싸움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보이지 않는 ‘무시’를 참으면서 내 자존심을 버리고 일하고 있는 나...여기에다가 글을 쓰면서도 창피하고 초라하다.
여전히 버릇없는 팀원은 팀장에게 기안을 쓰라고 하질 않나, 기획서를 써 달라고 하질 않나, 어르고 달래고 일을 했지만, 언제는 업무 관련된 건은 수시로 물어보거나 의견을 달라더니, 수정 사항이나 추가 일을 주려는 순간,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 본인이 이 업무는 ‘못하겠는지’, 본인 판단하에 결정했다고 당당히 나에게 따진다. 또 타부서와 협의 회의 내용을 왜 사후 보고 안했냐고 하니 본인들이 잘못했다고 하지만 왜 팀장님이 먼저 물어보시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받들어 모셔야 하는지..알아서 잘 할 거면 팀장이 왜 있나...
본인이 굉장히 논리적이고 타당헀고, 정당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걸 다른 선임에게 내 앞에서 자신이 팀장이 하라고 한 업무를 당당히 ‘커트’했다고 표현했다.
그 선임 팀원은 여러 가지 업무가 추가되어 한숨을 쉬고 일을 한다. 진행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나서서 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직급에는 부족하다. 다른 팀과 협업으로 붙여주면 ‘이건 우리 팀 일이 아닌데’ ‘그렇게 말한 건 아닌데’ ‘그런 의도가 아닌데’를 연발하고, 업무 진행 사항이나 회의 진행 사항을 잘 보고하지 않고, ‘본인 판단하에’ 필요할 때만 한다. 관련해서 물어봐도 ‘본인 판단하에 아직 공유 단계가 아니다’ ‘다 이유가 있어서 사전 보고를 안 드린 거다’‘팀장님이 먼저가 아닌 실장님과 법인에 공유하고 공유 드릴 거다’...라고 한다.그냥 완성 안된 것도 공유하면 안 되나? 난 옆 팀장에게 관련 보고 초안을 미리 받았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그녀는 팀에서 유일하게 시차출근을 하고 있지만, 여기는 출퇴근 시간을 따로 체크하지 않는다.팀장 재량으로 진행하고 있고, 출근 시간이 10시부터 7시이면, 9시 반쯤 오면, 본인이 알아서 (일을 많이 했다고) 6시 반에 같이 나선다.처음엔 양해를 구하고 물어보고, 일찍 가도 되냐고 하다가, 나중에는 너무 당당히 ‘일찍 와서 일했기 때문에 일찍 간다고 한다’.
그 후로 화를 내지 못하는 나. 너무 당당한 모습에 내가 우습나 싶기도 하지만 여태 평가도 잘 받았고, 따라올 때는 잘 따라와주고, 일을 안 한 건 아니라는 걸 알아서...(변명같기도 하다..—) 갑자기 정색도 난해했다. 다행히 오늘 회사에서 결재 시스템으로 바꾸고, 아이디카드로 꼭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공문을 받았다.다들 팀장 말은 안 들어도, 윗 선, 관리부서, 규정의 일이라면 토를 달지 않는다.
남들이 하면 그나마 불만이 있어도 한다.
이게 이 회사 문화인가 싶다.
버릇없는 팀원은 팀장보다 선임을 깍듯이 모시고, 극존칭에, 정말 내가 봐도 가끔 ‘실제’ 팀장이 누구인가 싶다.팀장이 불러서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하면, 예민하게 반응하고, 따지고, 긍정이 아닌 부정적 태도로 반응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이제 의자 뺏기 놀이처럼, 진중하게 회사에서 조직에서 살아남는 자를 구상해야 한다.
솔직히 나는 전문적인 기술적 일이 아니면 보통(?)의 사무직군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 팀에서 ‘불가 대체 인력’은 없다. 0.5명 정도. 어느 정도.
마케팅을 포함 행정/관리/지원 업무가 많아서 누구나 오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무시가 아니라 그 만큼 배워서 할 수 있는 분야라는 뜻이다.
지금 현 팀에서 한 두 명 줄여도, 남는 자들에게서 업무 시너지가 날 것 같지 않다. 서로 똘똘 뭉쳐서 자기네 나름대로 일하던 방식이고, 서로 보완대체적으로 일했기 때문에 누가 빠지면, 더 업무가 가중되거나 펑크가 날 것이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 난 나쁜 팀장이 될 것이다.좋은 팀장이 되려던 맘도 없었지만, 솔직히 ‘자존심’ 버리며 일했는데, 이런 무시까지 당하며 일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오늘은 더더욱 힘든 날이었다.
눈치 보고 싶지 않은데, 팀원들이 불편하고, 팀장의 말을 듣지도 않는 팀원들 세상에..
‘은따’ 같은 느낌이 드는 날...
옆 팀장님이 유일하게 같이 광분하고, 어떻게 그 팀원들은 그럴 수 있냐고 하지만..
그리고 팀의 이야기라, 다른 팀원들이나 팀장은 내 고충이나 내가 무시당하는 걸 이 정도로는 모른다.
다들 ‘일’로서 엮이지만 않으면, 세상 쿨하고, 세상 다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려는 조직.
그러면서도 불만투성이에 서로를 험담하는 조직.
‘책임감’을 위해 ‘나 자신’을 이렇게 버려도 되나 싶게 미안한 하루.
어떤 조직도를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
조직에서 살아남는 자들이 정해지면
차라리 그 팀원들 중에 다시 선택하여
팀과 업무를 재조정하고 싶을 정도다.
그 만큼 작은 팀이고, 팀 내에서 인원 구고 조정은
별 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금요일까지 1차 결정을 해봐야 하는 숙제를 안고 퇴근했는데
참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