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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ry Mar 01. 2020

코로나19와 뜻밖의 소비

재택근무 하려고 책상을 샀다. 

2주 차에 접어들었다. 

동생이 잠시 비운 방에서의 재택근무.


막냇동생은 작년 말부터 다른 지역에서 

자취를 시작했고, 바이러스가 두려운 나는 

그의 빈방에서 잠시 기생을 하기로 결정했다. 


나의 사무실은 지하철역으로는 1 정거장,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도 있고, 

걸어서는 25분, 자전거를 타면 10분대에도 갈 수 있다. 

심지어 큰 공원을 가로질러 갈 수 있어, 나의 반려견 산책도 겸해서 데리고 출근하는 날도 많다. 

쟁여둔 KF94 마스크로 무장하면 출근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출근 포기의 이유는 사소하지만, 매우 명확하다.


사무실을 함께 쓰는 OO은 외출 한 뒤 손을 잘 안 씻는다. 

잔소리처럼 들릴까 그에게 조심스레 말해봤자 

흐르는 물줄기 사이로 4초쯤 손을 넣었다 빼는 정도다. 

또한 OO은 외출을 많이 하기 때문에 더욱더 걱정되었다. 


나도 깔끔 떠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30초 이상 비누로 씻자는 기본적인 예방수칙을 

안 지키는 걸 보고만 있자니 힘들었다. 

쏟아지는 코로나19 뉴스에 공포감과 예민함이 

최고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결국 재택근무를 택했다.  





종종 집에서 작업할 때는 노트북을 

부엌 식탁에 늘어놓고 일했는데, 

엄마의 눈치와 식사시간에 치워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언제 끝날지 확신할 수 없는 역병 때문에, 생각은

재택근무와 함께 할 책상을 사야 한다는 데 도달했다.  


쇼핑으로의 귀결은 우리 집에 빈 방이 존재한다는 것과 

아무도 쓰지 않는 이케아 사무용 의자가 있다는 것, 

우리 구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겼다는 소식, 

사무실에는 절대 가기 싫다는 찝찝함이 만들어낸, 

최대치로 쥐어 짜낸 결론이었다. 


주말에 친구 집에서 본 한 테이블을 떠올리며 

뜻밖에 55,700원의 소비를 해버렸다. 


2주 차 재택근무를 함께하고 있는 테이블



오늘의 집에서 산 마켓비 '접이식 테이블'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당근 마켓 아니면 

베란다 창고행이 확실해 보이지만,

덕분에 지난 1주일 동안은 집중해서 일 할 수 있었다. 


싼 가격에 비해 수평도 잘 맞고, 

폭과 길이도 넉넉하다. 

화이트톤은 방의 미관을 해치지 않고, 

식탁에서와는 달리 집중도 잘 된다. 


책상 쇼핑은 재택근무의 조건에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베란다 너머로 바깥 풍경을 멍하니 보면

반려견 산책을 나갈까 말까,  

외출 욕망과 공포심 사이에서 마음이 갑갑하다.

손 안 닦는 OO이 잘 지내는지도 궁금하다. 

 

'접이식 테이블'

이 책상 이름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접이식'.

어서 그 기능을 사용하고 싶다.  

출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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