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침대에 엎드려서 쓰는 일기
디자이너 Y에게 퇴사한다고 말했을 때, Y는 좀 놀란 눈치였다.
퇴사 후 유럽에 간다고 했을 때는, Y가 가지고 있던 종이로 된 유럽 지도를 가져왔다.
손가락으로 지역을 가리키며 자기 고향은 여기고, 대학 공부는 이 쪽 지역에서 했고,
여기는 무슨 축제가 유명하고, 그래서 나는 이런 루트를 추천해하면서 설명해주었다.
그의 추천 루트가 100%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나에겐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 여행 가기 며칠 전에는,
내 관심분야 박물관들의 휴관일과 오픈 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표를 그려, 프린트 해 선물로 주었다.
감동 그 자체. 누구도 하기 힘든 정성에 감동했다.
Y는 3개 국어를 할 줄 알지만, 한국어는 좀 서툴다.
나는 한국어만 할 줄 알고, 영어는 서툴다.
Y는 서울에 있고, 난 Y의 고향 나라에 머물다 막 이동해왔다.
처음에는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났는데,
다음에 만났을 때는 회사 동료가 되었다.
Y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는 한 번씩 번역기를 돌리는데,
그건 나보다 훨씬 연장자이기 때문에 영어 높임말과 맞춤법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내가 맞게 썼는지는 아무리 돌려도 확신이 안 선다.
가끔씩 Y가 철자법을 틀리게 쓸 때가 있는데, 그런 모습이 좋다.
지금은 또 다른 나라에 있는 Y가 항상 궁금하고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