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세마소가 프라하 맛집인 이유.

글꼴 디자이너의 프라하 정육점 방문기

by Jerry


유투버들이 극찬한 나세마소를 가다.


프라에서 머무는 동안 꼭 가보고 싶었던 맛집이 있었습니다. ‘나세마소’ 바로 정육점입니다.

정육점에 작은 테이블 몇 개를 갖추고 있어, 주문 후 바로 신선한 고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블로거와 유투버들의 강력추천을 보고 반드시 가야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가장 마지막 날이 돼서야 시간이 났습니다. 아침 8:30 오픈이라는 구글맵의 안내에 따라, 일찌감치 일어나 트램에 거대한 트렁크를 싣고 출발, 나세마소로 향합니다.


마침 프라하 기차역 가는 길 중간에 있어, 포장한 후 기차에서 아침으로 먹을 예정입니다.

정들었던 블타바 강을 지납니다. 트램을 타고, 때로는 걸어서, 매일매일 2번 이상 건넜으니 그리울 거 같습니다. 굿바이.


IMG_0428_.png 정들었던 블타바강. 까를교에서 촬영한 모습.


프라하 인도는 거의 대부분 조각조각 돌로 되어있어, 트렁크를 끌고 가기엔 최악이지만 맛집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갑니다. 오픈 시간에 맞춰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이제 막 오픈, 8:33분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1번 손님입니다.


치즈버거를 주문한 후 정사각형의 깨끗해 보이는 번호표를 받고 자리에서 기다렸습니다. 여기서 생맥주와 함께 먹고 싶은 마음이 이른 오전이지만 불쑥 튀어나옵니다. 알콜귀신을 아침부터 소환할 순 없으니, 포장을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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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자마자 왔더니 1번 손님. 작지만 알찬 나세마소 내부 모습.



핫플레이스는 글꼴도 남다르게.


기다리는 동안 찬찬히 구경해보니 이 가게 핫 한 곳임이 틀림없습니다.


제가 주문한 바로 다음 2번과 3번 손님이 왔고, 주인의 고기사랑과 프라이드가 느껴지는 깔끔한 주방, 인테리어와 디자인에도 꽤 신경 쓴 모습입니다.


내부를 보다가 재밌는 걸 발견했습니다. 일명 '소세지 조명'. 잘 익은 소세지를 사선으로 댕강! 자른 느낌이에요. 통조림 제품 등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이루고 있는 화이트+블루 계열의 패키지가 매력적입니다. 먹음직스러운 느낌은 덜하지만, 파란색이 왠지 깔끔하고 위생적이여 보입니다.


IMG_0479.JPG 색이며 모양이며 소세지 그 자체인 조명.
IMG_0481.JPG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상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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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외부에 있는 메뉴판과 통유리 외관.


나세마소가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임팩트 있는 일러스트, 서체가 주는 인상, 단정하고 깔끔한 블루 계열의 컬러. 그중 서체는 로고부터 인테리어, 메뉴판, 패키지에 일관되게 적용되었어요. 심지어 찾아보니 정성스럽게 웹사이트에도 같은 서체를 사용했습니다.


Futura스타일이 지금 한참 많이 보인다고 생각하는 건 저뿐만이 아닐 거예요. 한국에서도 그렇고 지오메트릭 계열 서체가 다시 부흥했고, 그 유행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서체는 Futura느낌은 나지만 일부 알파벳을 보니 Futura는 아니고, 무엇일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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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Brown 서체 (출처 : www.aurelesack.com/works/ll-brown/)


폭풍 서치. 찾았습니다. LL-Brown.


Aurèle Sack라는 스위스 디자이너가 만들었는데, 푸투라보다 대문자 P, R의 조형감이 유머러스한 느낌이 듭니다. 또 어떤 글자는 보다 안정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세마소에 적용된 모습에 감탄했는데, 5종이나 패밀리가 있고, 라틴확장영역까지 디자인 되어있습니다. 멋집니다.


이렇게나 맛집이 유익합니다. 미각의 충족과 더불어 지식도 확장시켜주네요.


포장한 햄버거와 함께 오스트리아 Linz행 기차에 올랐습니다.

6인용 1등석 한 칸에 오롯이 햄버거와 저뿐입니다. 맥주 대신 편의점에서 산 코카콜라와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포장한 탓에 모양은 눌리고 찌그러졌지만 맛은 최고였습니다. 미디엄 굽기의 두툼한 패티가 신선하고, 후추가 뿌려진 빵도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나세마소, 진정 프라하 맛집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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