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태워주는 체코 철도청과 초행길이 두려웠던 이방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고향으로 유명합니다.
프라하에서 기차로 가려면 오스트리아 린츠를 거쳐야만 갈 수 있습니다.
1번의 환승으로 잘츠부르크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프라하 - 린츠, 린츠 - 잘츠부르크행 열차를 예약했고, 일단 린츠행을 탑승했습니다.
딜레이로 악명 높은 유럽 기차지만, 출발은 순조로웠습니다.
1등석이라고 개인 물도 챙겨주고, 메뉴판을 주며 음료나 식사를 묻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지났을까요?
중년의 빨간 머리를 한 승무원이 갑자기 버스를 타라고 합니다.
똑똑히 들었던 것은 have to~ 가 들어간 문장이었습니다.
1등석은 6인 1실이 주르륵 이어진 구조인데, 제 좌석이 있는 6인실 칸엔 저 혼자였습니다.
1등석 기차 칸을 통틀어 탑승객은 '흰색에 검은색 줄무늬 티를 입은 금발 승객'과 저뿐이었습니다.
시골 기차역에 기차가 멈추고, 정말 40인승 정도 되는 버스 2대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체코 철도청의 준비력 무엇이죠.
예상했다는 듯 승객들이 버스 2대에 나눠 탑니다.
저는 금발 승객 언니를 따라갔고, 금발 언니도 제 짐을 같이 내려주며 저를 챙겨줬습니다.
기차에 있던 승객과 승무원 모두가 버스 2대에 다 옮겨 타고도 자리가 남습니다.
이쯤 되면, 기차 운행비용보다 버스가 싸서 버스로 이동시키는 건가 라는 생각입니다.
아직 2월 말이라 초록색, 갈색, 흰색이 교차되는 체코의 들판이 계속됩니다.
금발 언니는 자기는 곧 여기서 내린다며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잠시 믿고 의지하던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금발 언니 외 몇 명을 다른 기차역에 내려주고 버스는 또 시골길을 달려갑니다.
체코 어느 농장, 불법체류 노예 여성으로 3년쯤 지난 뒤에 발견되려나?
유럽 땅을 처음 밟은 겁쟁이는 몹쓸 상상력이 아주 풍부해졌습니다.
긴장을 풀려고 한국에서 다운로드해 온 영화를 보는데, 어딘지 모를 역에서 또 멈춥니다.
승무원에 지시에 따라 내린 곳은 린츠가 아녔습니다. 아직도 체코입니다.
함께 있던 빨간 머리 승무원이 다시 기차로 안내합니다.
저는 린츠행 '기차-버스-기차'를 예약한 게 아닌데 말이죠.
기차는 지정된 철로만 달리니까, 그래도 좁고 삭막한 시골길을 달릴 때 보단
좀 더 긍정적 상상을 하게 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예약할 때는 분명 환승하기 전까지 30분의 텀이 있는데,
버스를 탄 순간부터였을까요 도착시간이 점점 딜레이 되고 있었습니다.
25분, 20분, 15분..
30분의 텀이 단 5분을 남겨두었을 때 환승역 '린츠'에 도착했습니다.
수명이 3년 정도 닳을 것 같이 뛰던 순간이 지나고, 무사히 갈아탔습니다.
환승한 OBB열차는 쾌적합니다. 분명 같은 1등석인데 말이예요.
글꼴도 외관 디자인도 비교적 최근 느낌입니다.
체코의 기찻길과 버스로 달린 시골길을 추억하며, 체코 맥주로 작은 축배를 들었습니다.
체코 대표 맥주 필스너 우르켈은 1842년부터 만들어져 역사 깊지만,
다른 맥주들의 블랙 레터, 전통적 손맛을 강조한 로고에 비하면 현대적인 로고로 보입니다.
몇 입 마시고, 맥주 로고를 한참이나 쳐다보니 시간이 금방 흐릅니다.
쫄보 겁쟁이는 그렇게 7시간을 보내고 모차르트의 도시 잘츠부르크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