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대한 새로운 관점, 덕업분리
저는 직업을 두 가지로 분리해서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생업과 본업으로 말이죠. 과거에는 제 직업을 단순히 회사원으로 규정하고 그 이외의 것들은 부업 혹은 취미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생각을 바꿨습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회사원으로서의 생활은 생업으로,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잠들기 전까지 하는 글쓰기 및 투자 생활 - 블로거, 전자책 작가, 주식투자자는 제 본업이라고 스스로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말하자면 직장 생활을 본업이라고 여겼을 때 느껴지는 큰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직장인이 된 이후 단 한 번도 일에 대해 흥미, 보람, 열정 등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먹고살기 위해 반복하며 억지로 하는 일이 제 인생의 본업이라고 생각하니, 인생이 막막하고 답답해졌습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곧 잦은 병치레와 우울함으로 신체화되었고, 결국 잦은 퇴사로 이어졌습니다.
생각의 전환, 그리고 새로운 도전
재작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며 큰 결심을 했습니다. 이번에 퇴사하고서는 정말로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돈이 되든, 되지 않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그렇게 저는 퇴사를 하고 며칠 후 바로 필리핀으로 떠났습니다. 단기 어학연수라는 명분으로 2개월간 아무 생각 없이 푹 쉬었습니다. 그동안 지친 제 영혼을 충전하고, 예전부터 갈망해 왔던 원어민과 영어로 대화하기도 현실화시켰습니다.
그렇게 행복했던 필리핀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내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이제 무엇을 해볼까 생각하다, 문득 과거에 제 네이버 블로그(맨땅에 주식하기)에 올렸던 미국 배당주 투자 포스팅 글을 재구성해 전자책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나만의 전자책을 내는 것도 제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었기에 생각난 참에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블로그 글을 모아 적절히 편집했습니다. 책 표지도 직접 만들어보고, 본문의 표절 검사, 저작권 체크 등, 여러 작업을 거쳐 첫 번째 전자책을 완성했습니다. 생각보다 전자책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까다롭고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책을 만든다는 '재미'가 느껴졌기에 단시간 몰입하여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크몽과 탈잉에 정식 서비스로 등록되어 전자책 작가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된 것이죠.
블로거, 작가로서의 삶
전자책을 만들고 보니, 전자책을 팔기 위해선 마케팅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유료 광고 서비스도 이용해 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비싼 비용으로 인해 한계가 있었고, SNS와 같은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어떠한 나만의 매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 예전에 하다 멈춘 그 네이버 블로그를 활성화시켜 내 전자책을 광고해 보자고 마음먹게 됐습니다.
블로그 운영과 관련된 책으로 공부도 하고 꾸준히 포스팅하니, 기대를 넘어 포스팅한 글이 점점 상위 노출되면서 방문자 수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하루 수백 명의 방문자 수를 경험하니 블로그 운영에서도 재미를 느끼게 되더군요. 처음에는 블로그 포스팅 하나를 작성하는 데 6시간 이상이 걸렸지만, 이것도 '재미'가 느껴져서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으로 블로거로서 활동하게 된 셈이죠.
글 쓰는 일이 정말 재미있었고, 블로그 운영이 즐거웠습니다. 그 결과 두 번째 전자책도 발행하게 되었고, 브런치스토리 작가에도 합격해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생업과 본업의 균형
지난 1년간의 글 쓰는 삶과 제가 직장인이었을 때의 삶을 비교해 봤습니다. 글 쓰는 일을 해왔던 지난 1년 간이 저의 인생 중 가장 밀도 있게 살아본 시간 같더군요. 수년간 회사원이 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제는 회사원보다 글 쓰는 일이 제 직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직업이라는 것은 단순히 제가 좋아하는 일을 넘어서 생존을 위해, 먹고사는 일을 지속하게 해주는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일을 하는 것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지난 1년간,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보자며 달려왔지만, 그렇게 살다 보니 오히려 생업에 대한 중요성도 깨우치게 된 것 같습니다. 일단 살아야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아직 저에겐 글 쓰는 일만으로는 먹고살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글 쓰는 일을 놓치긴 싫습니다. 그렇다면 글 쓰는 일을 제 본업으로 삼으면서 생업을 다르게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굳이 제 본업이 생업이 될 필요는 없고, 생업이 본업이 될 이유도 없기 때문이죠.
이제 저는 글 쓰는 일은 제 본업, 그리고 최근에 재취업한 직장, 즉 회사원은 제 생업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렇게 분리해 생각하니 예전처럼 회사 생활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회사에 나가는 것을 제 본업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니, 예전처럼 회사에 출근하는 길이 지옥길은 아니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덕업분리의 철학
덕업일치가 이루어진다면 이상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덕업분리'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저처럼 생각이 많고 욕심 많은 사람들에게 생업과 본업이라는 개념을 분리해 보는 것은 새로운 인생의 시각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생업은 생업대로, 본업은 본업대로 각각의 가치를 인정하며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제가 발견한 새로운 삶의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