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없지만, 기회를 낚는다 - 현금의 진짜 가치
지난 5년간 주식 투자를 하며 참 다양한 종목들을 만나봤습니다. 급등락이 심한 테마주, 탄탄한 실적을 자랑하는 우량주, 매수 타이밍을 도저히 잡기 힘든 성장주까지 정말 다양했죠.
그렇게 수많은 종목을 사고팔아보면서 한 가지 분명히 느낀 점이 있습니다. 주가의 움직임이 불확실하거나 전망이 안 보이는 종목도 어려운 종목이지만, 정말 가장 보유하기 어려운 종목은 따로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종목은 바로 '현금'입니다.
현금이라는 종목?
현금을 종목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 포트폴리오 안에서 분명 하나의 '종목'처럼 취급할 필요가 있는 존재일 것입니다. 문제는 이 '현금'이라는 종목이야말로 가장 인내심을 요구하는, 그러면서도 그 가치는 누구보다 높은 종목이라는 데 있습니다.
현금은 주식처럼 스스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물가상승률이 높은 요즘 같은 시대엔 오히려 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돈을 그냥 손에 쥐고 있는 것만으로는 자산이 늘어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주식으로 바꾸지 않은 현금은 큰 가치를 지닌 자산입니다.
주식 시장은 언제나 인간의 심리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실적이 좋은 회사라도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지면 증시는 하락하고, 주가는 폭락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럴 때, 현금이라는 종목의 힘이 드러납니다. 다른 종목들이 하락으로 손실을 보고 있을 때, 현금만큼은 제자리에 서 있습니다.
게다가 시장이 급락했을 때, 저렴해진 주식을 담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건 오직 현금을 보유한 투자자뿐입니다. 결국 현금은 직접적으로 수익을 내는 종목은 아니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종목인 셈입니다. 가치가 낮아졌을 때 사야 할 주식들을 눈앞에 두고도, 현금이 없어서 정말 아쉬웠던 적이 많았죠.
잡기 쉬워도 버티기 힘든 종목, 현금
그런데 문제는, 저에게 이 '현금'이라는 종목을 들고 있는 게 너무 어렵다는 점입니다. 평소 사고 싶던 주식들이 눈앞에 나타나면, '혹시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그렇게 현금이 생기는 족족 주식으로 바꿔버리는 습관은, 지난 몇 년 간의 투자에서 가장 고치기 힘든 부분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아무리 사고 싶은 주식이 있어도, 현금 비중을 어느 정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치 한 종목을 꾸준히 들고 가듯이 말이죠. 그렇게 현금을 보유한 상태에서 시장의 큰 조정을 마주했을 때, 기회를 포착해 더 나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경험도 했습니다.
'현금'은 성장하지 않지만, 기다림을 통해 더 큰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씨앗' 같은 종목입니다. 꾸준히 보유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이 내 자산 수익률을 지켜주는 방패이자, 수익률을 높여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