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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성호 Feb 12. 2016

정답을  찾는 또 다른 방법

정답을 찾으려면, 틀린 답을 걸러내는 것도 방법이다.

노래 부르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잘 부른다는 소리를 꽤 들어왔다. 

하지만 가수가 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고, 가수가 될 만큼 실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가수가 되는 것’은 가끔 막연하게 생각하는 그야말로 ‘꿈’이었다

이런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슈퍼스타 K'때문이었다. 

슈퍼스타 K는 기획사를 통한 오디션이 아닌, 방송을 통한 대국민 오디션이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당시로선 획기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시즌 1과 2를 거치면서 슈퍼스타 K는 전국의 숨어있는 노래 고수들을 발견해냈다. 촌스러운 외모와 자신감 없어 보이는 태도의 출연자들이 반전의 실력을 보여줄 때는 그야말로 소름 끼치는 감동을 느끼기까지 했다. 


노래를 좋아하다 보니, 슈퍼스타 K는 한 주도 놓치지 않고 챙겨보는 유일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리고 노래 실력이 나보다 부족한데도 높은 라운드까지 올라가는 참가자들을 보며 용기를 얻은 나는, 기어코 시즌 3에 참가신청서를 냈다. 전화로 심사하는 1차 예선은 가볍게 통과하고 대전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되는 2차 예선에 참가했다. 물론, 당시 다니던 직장에는 어렵게 양해를 구한 상태였다.


2차 예선은 대전을 포함한 전국의 7개 대도시에서 진행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대전에 2차 예선을 위해 참가한 사람만 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1차 예선에 참가한 전체 인원이 62만 명이라 했으니 2차 예선까지 온 것도 나름 선전한 셈이었다. 


오전 아홉 시에 도착해서 줄을 섰다. 참가번호는 미리 받았지만, 오디션은 먼저 온 사람부터 차례대로 진행됐다. 오디션장의 열기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수많은 방송장비들도 여기저기에서 참가자들 인터뷰에, 현장 상황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인기 있는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참가자들은 꼬불꼬불한 줄 안에서 자신이 준비한 노래들을 연습했다. 나 역시 그들에게 지지 않으려 내가 준비한 노래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두 시간이나 지났을까? 목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나름의 고음의 노래를 준비해 왔었고, 먼지도 많은 환경에서 무리하게 연습을 해서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두 시간이 넘는데도 줄이 줄어드는 둥 마는 둥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에게 고민의 순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과연, 지금 이 목 상태로 오디션을 잘 볼 수 있을까?’

‘배가 고픈데, 지금 서있는 줄을 포기하고 밥을 먹으러 가야 할까?’

‘그냥 집에 갈까?’


목에 이상이 오고, 배가 고프기 시작하자 그냥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회사에 가수가 되고 싶다고 설득하고 설득해서 하루 휴가를 내고 여기에 왔다는 사실이었다. 내 몫까지 일을 더 하면서 다녀오라고 보내준 동료들과 사장님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으니 클라이맥스 부분만 짧게 불러주세요.”


아홉 시간을 기다려 들어온 오디션 부스인데, 심사위원은 냉정하게 이야기했다. 목 상태는 여전히 안 좋은 상태로 40초 정도의 오디션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대로 불합격이었다. 그러나 불합격이 결코 아쉽진 않았다. 오히려 더 잘 됐다고 생각했다.

가수가 되고 싶다고 도전한 오디션이었는데, 불과 두 시간 만에 포기하려는 마음을 가진 스스로에게 굉장히 부끄러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가수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노래를 하고 싶었다는 것을.

만약 내가 슈퍼스타 K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막연하게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수능 수리영역 시간,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운 좋게 문제에 필요한 공식이나 원리를 파악하면 쉽게 풀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1점이라도 더 얻어야 하는 수능시험에서 이 문제를 용감하게 포기할 것인가? 

이럴 때 우리가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가 ‘대입(代入)’이다. 

5지선다형의 선택지에 있는 답들을 하나하나 문제에 대입해 가면서 틀린 답을 걸러낸다. 

조금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정답에 다가가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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