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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성호 Apr 24. 2017

확신을 갖는 방법

엄마발은 진리

누구나 시장통에서 엄마 손을 놓쳐 원치 않은 생이별을 한 적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나도 세 살이 갓 지났을 때, 어머니와 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가 미아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등에는 이제 갓 태어난 여동생을 업고, 양 손에는 장을 본 물건들을 가득 들었으니 나는 어머니의 옷자락을 붙잡고 따라가는 게 고작이었다.      

엄마 발만 보고 따라오면 돼.    


눈물의 생이별 이후로, 나는 시장통에만 가면 무조건 엄마 발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따라갔다. 정말 신기한 것은,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엄마 발만 보고 따라가면, 그냥 걸어갈 때보다 사람들과도 덜 부딪히고 수월하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강사가 되겠다고 했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몰랐다. 강사아카데미에 다니며 강의 스킬을 기르는 것이 당시 내 생각에는 가장 시급한 일이었다. 생전 읽지 않던 책을 읽게 된 것도 이 강사과정의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머뭇거리는 젊음에게(김승환 저)’     


한창 책 읽는 재미에 빠져있을 무렵, 한 책이 내 눈에 띄였다.  

    

‘20만 대학생들의 고민을 현장에서 풀어낸 청춘해답서’     

 

제목을 보고 살짝 솔깃했던 나는, 소제목을 보고 탄식의 한숨을 내쉬었다.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머뭇거리는 나에게 경종을 울려줄 수 있는 책인가 싶었는데 결국 대학생들을 위한 상담사례집이겠거니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내 눈길을 사로잡는 문구를 발견했다.   

  

‘또 다른 성장통을 시작한 20대에게 청년강사가 제시하는 가장 명쾌한 해답’     

청.년.강.사.


내가 지금 가려고 하는 길이 바로 ‘청년강사’의 길인데, 나보다 먼저 그 길을 간 사람이라면 지금의 나의 고민들을 이해해 줄 것 같았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생각지 못하는 방향을 제시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내 상황과 고민들을 담아 조심스레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김승환 강사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 감기는 안 걸리셨는지 걱정이 됩니다.

강사님의 책, [머뭇거리는 젊음에게]를 읽고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저는 강사준비를 하고 있구요. 이름은 손대희라고 합니다.

김효석 아카데미에서 강사양성과정을 마치고 코칭과정을 하던 중에 김효석 아카데미 황주원 팀장님으로부터 강사님의 책을 소개받고 강사님의 책을 읽게 됐습니다.

솔직히 20대를 위한 책 같기도 하고 이미 저는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 별로 머뭇거림없이 이것저것 다 해왔다고 자부했기 때문에 책제목과 표지가 와닿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강사님을 조금은 알게 되겠더라구요.

강사생활을 하시면서 진심으로 학생들을 위하고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마음, 책 속에 고스란히 묻어 있더라구요.

강사준비를 하고 있는 저의 고민들도 빠짐없이 이야기하고 있구요.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꼭 해드리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좋은 강의 많이 해주시고 머뭇거리는 젊음들에게 변화의 씨앗을 뿌려주는 멋진 강사님이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강사님의 강의도 듣고 한 번 뵙고 싶기도 한데, 여유가 되신다면 언제 강의하시는 지 답장이라도 주시면 강의들으러 당장 달려가겠습니다. 사실 하던 일도 접고 강사 준비를 하고 있는터라 바쁠 때만 바쁘지 한가한 날이 더 많거든요.

이러면 안되겠지만..^^;;; 현장에서 강의하는 강사님들을 보고 오면 잠시뿐이라도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더라구요.

끝으로 좋은 이야기 많이 들려주시려면 건강하셔야 하니까 감기 조심하시고 특히 목관리도 잘 하시길 바랄게요..

[머뭇거리는 젊음에게]를 읽고 감명 받은 독자   리얼리스트 손대희로부터(blog.naver.com/dhsonhero)     

하루 만에 김승환 강사로부터 신촌에서 하는 마지막 출간기념회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는 답장을 받았다. 신촌 토즈 비즈니스센터에서 김승환 강사의 강의를 듣고, 카페에서 차 한 잔을 하며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가 강의를 하겠다고 이 세계에 들어왔지만, 정말 강의가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하고 싶어 보이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강사님 강의를 따라다녀도 되겠습니까? 그냥 따라다니기는 너무 죄송스러우니, 운전은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요. 나도 혼자 다니는 것보다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죠. 다음 주 수요일부터 지방에 강의 일정이 있으니 그 전에 연락할게요. 함께 다녀 봅시다.”     


흔쾌히 동행할 것을 허락받고 연락을 기다렸다. 그러나 약속한 수요일이 됐는데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깜빡하신 걸까? 아니면 일부러 연락을 안 하신 건가?’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목요일이나 되어서 연락이 왔다. 나를 만난 다음 날, 졸음운전으로 버스랑 대형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고 했다.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폐를 찔러서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기에 강의도 모두 취소중이라고 했다. 왠지 내가 죄를 지은 기분이었다. 사고 지점이 오산 IC근처인데 아직 차에서 짐들도 못 뺐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차로 짐들을 가져다 드리겠다고 했다.    

 

“대희씨, 차 있어요?”     


첫 만남에 내 이야기를 너무 불쌍하게 했었는지 김승환 강사는 당연히 내가 뚜벅이 신세인 줄 아셨나보다.      

“대희씨, 나랑 같이 강의여행 다닙시다.”     


취소하고 있던 강의를 다시 잡고 김승환 강사가 내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때부터 강의여행을 하며 수십 번의 강의를 함께 했다. 1박 이상의 일정이 있는 날은 숙소에서 나의 강의 평가가 있는 날이었다. 내가 준비한 강의를 듣고 하나하나 세심한 피드백을 해주는 김승환 강사와의 일정들은 그야말로 설렘 그 자체였다. 가끔은 메인 강의 전, 바람잡이 역할도 해보면서 강의 현장에서 내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대희씨는 강의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영글지는 않았지만 대희씨가 말하는 메시지에는 뭔지 모를 진중한 힘이 실려 있어요. 스킬과 콘텐츠는 조금씩 만들어 가면 되니까 함께 해 봅시다.”   

  

강사가 되겠다는 나의 막연했던 다짐에 확신이 담기는 순간이었다. 내가 만약 그 때 김승환 강사를 찾아가지 않았다면 지금 과연 강사를 하고 있었을지는 모를 일이다. 김승환 강사를 통해 많은 강의 기회도 얻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사이가 되었다. 

전국방방곡곡 청춘들의 고민을 듣고, 공감하는 FYC(Find Your Color) 연구소 모임을 매달 운영하는 것도 그것들 중 하나이다.      


어떤 선택 앞에 머뭇거리는 이유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그 선택이 옳다고, 그대로 가면 된다고 확신을 준다면 방황하지 않고 몰두해서 정진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 확신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그 선택을 하고 그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다. 

     

혼자서만 생각하고 고민하고 머뭇거리지 말고, 그 길의 끝에 있는 사람을 만나보길 권한다. 프리미어리거가 되고 싶다면 박찬호를 만나야 할 지, 박지성을 만나야 할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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