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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헨리포터 Feb 11. 2021

놓치지 않을 거예요

영화든 드라마든 장르를 불문하고 주인공급 인물이 대로하여 소리 지르다가 뒷목 잡고 쓰러지는 장면이 제법 나오는데 혈압이 급상승하여 쓰러진 뒤 벌어지는 뒷일은 반전이 되기도 하고 막장으로 들어가는 서막이기도 하니 극 전체의 기승전결과는 상관없이 어느 때고 등장할 수 있는 장면이거니와 모르긴 몰라도 명실공히 극의 하이라이트 아니면 그 회차의 명장면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현실에선 그런 장면은 응급상황일 뿐 하이라이트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그저 드라마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승패는 모름지기 공감에서 시작되기에 이 말은 달리 생각해보면 실제로 저런 일이 비일비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렵지 않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그 뒷목 잡고 쓰러진 사람이 혈압이 극도로 상승했든 아니면 고혈압을 통해 진작에 시작된 합병증 때문이었든 그도 아니라면 평소에 앓던 다른 지병이 그때 터져 나온 것이든 진실을 알턱은 없지만 어찌 되었든 그 장면을 본 사람의 정상적인 두뇌회전의 순서라면 드라마가 끝나고 극의 몰입으로부터 벗어나 현실로 돌아와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바로 가져보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나도 어른이지만 주변의 더(?) 어른들을 보면 혈압관리에 극도의 노력을 기울이며 시도 때도 없이 그리고 장소와 상관없이 점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완기와 수축기 혈압이 140/90mmHg 이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120/80mmHg인 정상혈압 범위를 지켜내기 위한 그들의 대단한 노력인 것이다.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라면 합병증으로 발전하여 온몸의 구석구석을 병들게 만드는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이며 합병증으로 발전하는 그 시초가 종종 된다고 하며 자주 들은 병을 나열하면 심근경색, 뇌출혈, 뇌졸중, 뇌경색처럼 무시무시한 질병들이다. 물론 고혈압에 대한 보장을 물샐틈없이 보완하며 실비보험도 손을 봐야겠지만 그에 앞서 남은 여생(100년을 더 살든 200년을 더 살든)을 어떻게 준비하고 얼마나 더 건강하게 살아갈지 또는 어떤 변화를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는 일이 필요하다.


고혈압의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고자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우문현답이겠지만 자주 운동 하고 짜게 먹지 아니하고, 술도 먹지 아니하고 규칙적인 식사와 적절한 수면시간을 가지면서 담배는 간접흡연도 하지 말고 채소를 많이 먹고 스트레스도 안 받고 살면 된다(고 쓰여있다). 사실 이러한 일이 우리 삶에 도움을 준다는 그 대단한 진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진작부터 알고 있었는데 꼭 특정 병의 예방 때문이기보단 건강한 삶을 위해 필수적인 생활방식이고 어쩌면 대부분 이미 수행하고 있기에 별다를 것도 없다.


이렇듯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예방법으로 인해 혈압을 관리하는 그 마음가짐이라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더 나아질 내일'을 계획하는 그 마음이면 충분하다. 생각 외로 간단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지난주에 공원을 두 번 나갔으면 이번 주는 한 번을 더해 세 번 나가고 30분 걸었으면 이번엔 35분 걸어보면 분명 삶이 더 나아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좋아지니 이로써 우리는 예방을 조금씩 더해가는 삶이 된다. 먹거리도 마찬가지로 소금 두 꼬집 넣던 것에서 1.9꼬집(마지막 손에 묻은 소금은 털어 넣지 않고 바로 손 씻는 정도면 0.1 빠지려나?)이면 우리의 삶은 어제보단 더 건강해질 수 있다. 하루 이틀 해보고 관둘 것이 아니라 이런 관리는 죽기 전날까지 해야 하므로 신체의 관리라면 현실적인 생활의 습관을 조금씩 바꾸는 편이 좋다.


그다음으로는 마음의 관리가 필요하다. 쿵푸팬더의 주인공 '포'는 종종 '이너 피스'를 외치는데 마음의 평화를 불러오려는 의도적인 그의 행동양식이다. 깊은숨 내쉬며 뱉은 그 한마디 덕에 마음은 순간적인 평온에 이를 수 있고 그와 더불어 혈압의 범위도 120/80mmHg 이하로 내려왔을 것이다. 영화에서 그는 주변의 많은 도움과 극적인 운 그리고 본인의 노력처럼 많은 것들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어렵게 '전설의 용사'로 성장했는데 고혈압으로 하차시킬 순 없으니 뒷목 잡는 일을 그려내지 않는 억지로 비칠 수도 있겠으나 사실 포는 스스로 이너 피스를 외치며 스트레스를 조절함으로써 혈압관리를 하고 있던 것이다. 작년은(음력으로 아직은 12/30이므로 어쩌면 올해는)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마음이 온전치 못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건강한 마음을 위해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라면 사실 스스로에게 외치는'이너 피스'가 아닐까.


가끔은 상대방과 대립하게 될 때가 있다. 물론 억지로 참으며 피해만 보고 사는 방향은 좋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는 아니 된다. 회사에서도 그렇고 어느 구석의 사회건 마찬가지로 적절한 감정의 표출(화)을 보여주지 않으면 얕잡아 보는 못된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실로 그러한 걸 두고 세상의 불합리함을 따져 물으며 굳이 스스로 불행해질 필요는 없다. 뿐만 아니라 세상을 내 힘으로 바꾸려 온전히 그 짐을 내가 스스로 짊어지려 애쓸 필요도 없다(투표를 통해 변화를 이뤄내는 민주주의가 있지 않더냐). 어쩌면 유연한 그 마음가짐 한 번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위에서 말한 대로 상황이 나를 몰아세우며 스스로를 괴물로 만들 때도 있겠으나 스스로 세운 기준에 부합하는 '선'을 지키며 우아함을 유지하려는 노력 한번이면 충분하다.


거기에 더해 내 경험에 비추어 또는 정황상이라는 표현이 어쩔 땐 통쾌한 한방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반대로 상황을 더욱 극한으로 치닫게 할 만큼 좋지 않게 쓰일 때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지만 모르는 게 약일 때가 분명 있다는 말이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다 내 손아귀에 있는 것처럼 넘겨짚지 말고 그저 넘어갈 줄도 아는 생각 한번이 어쩌면 내 화를 극적으로 누그러 뜨리고 상대와의 마찰을 줄이는 길이 되기도 한다. 남이 무엇을 하든 사실은 크게 상관하지 않아야 맞으나 때로 우리는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또는 지나치게 나쁜 상황들로만 점철하여 일부러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려 애쓰기도 한다. 기싸움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진다면 혈압도 분명 내려갈 것이다.


일단 화가 나버린 상황이라면 누그러뜨리는 일이란 참 어렵다. 금방 풀려버릴 바에는 뭐하러 이토록 신경질을 부렸을까 싶기도 하고 때론 이미 풀렸으되 여러 이유로 물러설 수 없어 화난 얼굴을 계속 유지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복잡하게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이 사회구조에서라면 어떤 행동이든 저마다 이유가 있고 절체절명의 그 순간은 존재하며 화를 내야만 하는 골든타임도 존재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도 저도 조금의 여유가 있는 그 상황이라면 일단 다른 것보다 '혈압관리'를 한번 더 생각해보자. 혈압이란 놈은 정말 놓치면 안 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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