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과 믿음 사이
그날 아침, 현관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문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일정한 리듬으로 부딪힐 때마다 마음은 더 분주해졌다. 빗줄기가 아주 굵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럴수록 더 바빠진다.
비 오는 날의 아침은 언제나 그렇다. 아이를 평소보다 일찍 깨워야 하고, 우산을 챙기고, 신발도 확인해야 한다. 비가 오면 걷는 속도는 느려지고, 우산은 흘러내리고, 아이는 발끝으로만 걷는다. 그 모든 장면이 미리 머릿속에 그려지니 나도 모르게 서두르게 된다.
나는 아이에게 얇은 바람막이를 입히고, 가방의 지퍼를 옆으로 돌려 빗물이 안으로 스며들지 않게 했다.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던 행동들이, 비 오는 날엔 하나같이 조심스럽게 바뀐다.
아이는 현관 앞에서 작은 우산을 집어 들었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우산이었다. 손잡이에 달린 줄을 손가락에 걸며 천천히 펼쳤다. 그 우산을 든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 보였지만, 나는 결국 그 우산을 빼앗아 들었다.
"그거 작잖아. 이걸로 해."
"이게 더 크고 튼튼해. 네가 좋아하는 주황색이야."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짧았지만, 마음속에는 온갖 걱정이 들어 있었다.
'혹시 비가 더 세지면 어쩌지, 바람 불어 뒤집히면 어떡하지...'
나는 늘 그렇다. 아이가 자랐는데도, 세상이라는 비를 막아주고 싶은 마음이 아직 남아 있다.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다행히도 내가 내민 우산을 받아 들고 학교로 향했다. 어쩌면 들기 편한 작은 우산을 더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걱정하는 내 마음을 이해해준 것 같아, 고마울 따름이었다.
하교 시간이 되자 비는 아침보다 훨씬 굵어졌다.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다가 스스로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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