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지길 바라는 마음

롱코트 하나에 걸린 아들의 하루

by 피터의펜

금요일의 이른 저녁이었다.

모처럼 여유롭게 왼손에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오른손에 든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보일러가 시원찮게 돌아가는 것 같아 셀프로 할 수 있는 조치가 뭐가 있을지 유튜브를 찾아보던 중이었다.


그러다 알고리즘에 이끌려, 별로 상관없는 영상들을 넘기며 애꿎은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던 차에 카톡 알림이 하나 떴다.


아빠, 엄마, 그리고 나.

딱 세 명만 있는 단체 대화방.


미리 보기로 보이는 문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건 '읽씹'이든 '안읽씹'이든 했다간, 나중에 더 큰일로 돌아올 것 같은 그런 기세였다.


"정국(가명, BTS 아님)이 결혼식에 갈 거지?"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사촌동생 결혼 소식이 모바일 청첩장으로 하나 날아오긴 했었다. 이종사촌인데 나이 차이도 꽤 나고, 사는 지역도 멀다 보니 살면서 스무 번쯤 봤을까 싶은 사이다. 그것도 열아홉 번은 성인이 되기 전에 봤으니, 사실상 연락이 끊겼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른 척할 생각은 없었다. 회사에서 별 인연 없는 사람에게도 봉투 하나는 챙기는데, 그래도 사촌이면 그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사이 아니겠는가. 그보다 두툼한 봉투는 보낼 생각이었다.


직접 가진 않을 거라고 답장을 하려던 순간, 문자가 하나 더 떠 있었다.


"아들, 내일 특별한 일정 없지?"


겉으로 보면 선택지를 주는 말 같지만 아니다. 이건 거의 명령에 가깝다는 걸, 부모님을 평생 봐온 나는 단번에 알아챘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답장을 보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피터의펜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일상을 관찰하고 생각하며 글쓰기를 반복합니다.

47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2화치킨을 기다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