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밀릴 수 없었다
아침부터 아이가 뛰어오더니 나를 흔들어 깨웠다. 정신은 이미 깨어 있었지만, 뜨끈한 전기장판이 붙잡고 있는 탓에 몸은 꿈쩍도 하기 싫었다.
"아빠 일어나 봐. 빨리! 빨리!"
"응? 왜...?"
더군다나 어제 다래끼를 짜고 온 왼쪽 눈에는 연고를 듬뿍 발라놔서, 눈을 떠도 아이 얼굴이 뿌옇게만 보였다. 눈을 비비려다 또 짤까 봐 겁이 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어제 그 안과 선생님의 무자비한 손놀림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그래도 아이의 떨리는 목소리와 허둥대는 손짓을 보니 순간적으로 '큰일 났다'는 직감이 밀려왔다.
불이 났나?
강도가 들었나?
아니면 바*** 벌레라도...?
머릿속에서는 이미 '한 손엔 아이, 한 손엔 강아지' 탈출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아빠, 빨래 안 했어?"
"응? 그렇지."
그래, 불은 아니었다. 다만, 아침 7시에 안방까지 쳐들어와 '왜?'를 외치는 건 싸움을 걸겠다는 의지 표시다.
나에게도 어릴 적부터 내려온 가르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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