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기타를 치던 크리스마스 밤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는 '나 홀로 집에'를 꼭 본다. 어차피 내용을 다 아는데도, 이 영화는 보고 또 봐도 여전히 재밌다. 앳된 얼굴의 주인공 케빈을 보는 재미도 있고, 순수하지만 잔인한 방식으로 악당을 응징하는 장면에서는 여전히 통쾌함을 느낀다.
딱히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보는 건 아니다. 그냥 크리스마스가 되면 으레 TV를 틀어놓고, 딴짓하다가 눈에 익은 장면이 나오면 잠깐 멈춰 서서 집중해서 보는 정도다.
이 영화를 본다고 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거나 갑자기 눈물을 흘릴 만큼 감성적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그저 매년 이맘때쯤 해오던 일을 올해도 또 하는 것뿐이다.
뭐, 어느 날 길을 걷다 우연히 맥컬리 컬킨을 만나 주차 문제로 말다툼이라도 벌이게 된다면 그땐 이 영화를 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테니, 나는 올해도 그냥 이 영화를 본다.
루틴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일이다.
문득 예전에 중학교 음악 시간에 선생님이 나 홀로 집에 OST를 피아노로 연주해 주시던 장면이 떠올랐다.
음악이 흐르자마자 영화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줄거리가 마치 마법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
그때 나는 '아, 저렇게 음악을 다루는 재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속으로 꽤 진지하게 부러워했다.
물론 나도 피아노를 배운 적은 있다. 다만 "제발 좀 그만 다니게 해 달라"라고 사정사정하며 그만뒀고 그 이후로 피아노는 완전히 남의 악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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