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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ender 3D,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놀이터

제3장 Blender 3D를 이용한 제작과정

by TongTung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라트비아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Gints Zilbalodis)의 애니메이션 영화

< Flow > 입니다.

이 영화가 특별히 주목받은 이유는, 상업 대작들의 화려한 제작 환경을 제치고, 오직 Blender만을 사용해 만들어진 독립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입니다.


Flow 가 보여준 Blender의 힘


이 영화가 오스카를 수상했다는 건, Blender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보여주는 성과입니다. 무료(Open Source)임에도 불구하고 현업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걸 세계에 입증한 셈이죠.





인간은 만들기를 멈추지 않는다

저는 인간에게는 만들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요.

음악, 그림, 글, 춤… 너무나 많은 분야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죠. 그리고 오늘 저는, 그 수많은 창작의 놀이터 중 하나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바로 Blender 3D입니다.


혹시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AI로 뭐든 만들어내고 있는 이때에 , Blender 같은 툴을 이야기한다는 게, 시대에 뒤처진 건 아닌가?”

사실 요즘은 AI만으로도 애니메이션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여러 번 시도해 봤습니다. 하지만 곧 깨달은 건, 자유도의 한계였습니다. 원하는 결과를 정확히 얻기 어렵고, 결국은 서포트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하기 힘들었죠. 물론 머지않아 원하는 장면을 그대로 ‘찍어내는’ 시대가 오긴 하겠죠.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그 능력이 있어야만, 창작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작품을 이끌 수 있을 테니까요.


Blender 3D, 또 하나의 창작 놀이터


당신도 만들 수 있습니다.

만약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이 툴을 다운로드해 경험해 보세요.
작은 소품 하나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이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당신도 언젠가 멋진 감독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Blender와 나의 첫 만남

저는 게임을 좋아했습니다.

운 좋게도, 게임 업계에서 일한 경험도 있었죠.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저는, 언젠가는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늘 품고 있었습니다.

남편도 같은 꿈을 꾸고 있었죠.
“캐릭터만 만들어주면, 나머지는 내가 다 할게.”

프로그래머인 남편이 했던 말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단순히 “언젠가 3D 모델링을 해보고 싶다” 정도로 생각했을 뿐, 실제로 제가 그것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남편은 Blender 3D라는 프로그램을 알려주었고, 그렇게 저는 인생 첫 캐릭터 만들기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Blender를 만났습니다.


Blender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누구나 제약 없이 시작할 수 있었거든요.

저처럼 혼자 작업하는 창작자에게는,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이야기들을 눈앞에서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그건 어쩌면 이 세상의 어떤 자유보다도 더 매혹적인 일이 아닐까요? 저는 이렇게 Blender를 통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때 만들었던 게임 이야기를 해볼게요.

그 게임은 주인공이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는 힐링게임입니다.


우리의 게임, 스티브


캐릭터를 만들고, 배경을 넣고, 테스트까지 마쳤을 때

……

어떻게든 돌아가는 그 게임을 보며, 우리는 정말 뿌듯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조금은 민망한 완성도였지만,

그땐 그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결과였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출시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다른 기기에서 실행하면 퍼포먼스 문제, 메모리 누수, 잦은 다운 현상이 계속 발생했거든요.

그땐 ‘최적화’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런 문제를 해결할 시간도, 여유도 부족했습니다.

남편은 기업용 시스템(ERP)을 개발해 온 프로그래머였습니다. 게임 개발은 그에게도 전혀 다른 세계의 도전이었죠.

저 역시 그때 처음으로 3D 모델링을 배우며, 간신히 캐릭터 하나를 만들어낸 수준이었습니다.

버텍스 수, 폴리곤 구조, 머티리얼의 개수, 텍스처 해상도가 퍼포먼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전혀 몰랐죠.

렌더링 최적화나 게임 성능 같은 개념은 그때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그저, 만드는 것 자체가 전부였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부족하고 서툰 시작이었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렇게 또 다른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거겠죠.



스티브.

조금은 아련한 이름.

그 게임의 타이틀이자,

주인공의 이름.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던 스티브의 그 뒷모습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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