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애니메이션 준비작업
배경아트
배경 아트(Background Art)는 시각 매체(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환경이나 공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예술 분야입니다. 주로 콘셉트아트의 한 종류로, 작품의 분위기, 설정, 스토리텔링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넓게는 현실 세계의 풍경이나 도시를 묘사하거나, 판타지나 SF 세계관을 시각화하는 작업까지 포함합니다.
흔히 ‘배경’이라고 하면, 단지 인물 뒤에 놓인 단순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이야기 속 배경은 그저 소품으로 채워진 공간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캐릭터의 삶과 감정, 그리고 제한된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배경은, 또 하나의 조용한 등장인물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몽땅이 스토리의 배경은, 그보다 더 특별합니다.
마음속 친구들이 함께 살아가는
작은 세계이자,
제가 오랫동안 꿈꿔온
첫 번째 이야기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진심을 담아,
이 작은 방이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 되길 바랐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섯 살 루카와 세 살 니코의 놀이방 책상 위에 놓인 연필꽂이 속 친구들이 주인공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연필꽂이 통 속 친구들이 깨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곳.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무드보드도 만들어놓고, 자료도 모아봤지만…
정작 제 마음속 공간은 아직도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저는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
저 자신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이 집은 어디에 위치하고, 어떤 스타일의 집일까?
루카의 아빠, 피터는 식물 연구원이지.
자연을 사랑하는 그는 아파트 생활보다는 땅과 햇살이 있는 집을 원했을 거야.
다행히도 연구소가 교외에 있으니, 가족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 위치해 있는 작은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을 거야. 창밖에는 커다란 나무가 하나쯤 있겠고, 정원에는 잔디밭과 작은 미끄럼틀, 여름이면 고무 풀장도 놓이는 평화로운 공간일 거야.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서 구상해 보았습니다. 큰 감나무가 창 앞에 있었고, 잔디밭에는 고무풀이 있었거든요. 주말이면 늘 땀을 흘리며 잔디를 깎던 아빠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오늘따라 그 모습이 더욱 그립고, 아빠가 많이 많이 보고 싶네요.
두 번째, 놀이방은 누가 꾸몄을까?
당연히 엄마 엘리가, 피터는 아이들 방 꾸미는걸 엘리에게 일임했을 것 같아.
엘리는 일러스트레이 터니까, 아이들의 방을 자신의 정서와 취향이 담긴 공간으로 꾸며주었을 거야.
심플하지만 정돈된 분위기,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컬러, 그리고 곳곳에 놓인 손그림들과 작은 오브제들.
어쩌면, 엘리는 이 방을 하나의 작은 캔버스처럼 생각했는지도 몰라.
점점 배경을 만들 생각에 버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엘리의 감각을 제가 따라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세 번째, 세부적인 상황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루카와 니코의 방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력과 에너지가 살아 숨 쉬는 장소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루카는 낮은 테이블 위에서 상상의 세계를 펼치고, 니코는 방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즐겁게 놀고 있겠지.
햇살이 커튼 사이로 번지듯 들어오는 방.
바닥에 흩어진 색연필, 낡은 책장에 꽂힌 그림 동화책들, 어지럽혀진 작은 쿠션과 루카가 그려놓은 그림들.
누군가 방금까지 놀다 나간 듯한, 그런 자연스럽고 생기 있는 공간 이어야 해.
네 번째, 이 방에 어울리는 톤과 무드, 질감과 빛의 흐름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먼저 이 방이 주는 감정은 어떤 색일까?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오후의 공기는 따뜻한 컬러겠지. 작은 손으로 그린 서툰 그림, 바닥에 흩어진 색연필은 순수함.
아이들이 놀다 나간 듯한 흔적에서는 정적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생기넘침이 느껴져.
나무 창틀, 패브릭 커튼, 나무책상에서는 자연스러움이 풍겨나겠지
따뜻함 순수함 생기넘침 자연스러움
이런 키워드에 어울리는 컬러 팔레트는?
역시 부드러운 파스텔톤이 좋을 것 같아.
연한 민트 살구빛 베이지 크림 아이보리 하늘빛 블루 톤다운된 브라운 우드
이 색들은 방 전체에 안정감을 주면서도, 아이들의 감성을 방해하지 않는 따뜻한 배경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 컬러에 어울리는 가구 소재와 질감은?
책장과 작은 의자, 책상은 나무질감으로
커튼은 패브릭
아이들 방이니 라운드 처리된 낮은 가구들이 어울릴 거야.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을 잡아줄 수 있는 조명의 톤
커튼 사이로 부드럽게 퍼지는 빛
따뜻한 그림자가 깔릴 수 있도록
낮에는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밤에는 작은 스탠드 여러 개로 방 안을 은은하게 밝히는 그런 톤을 상상했어요.
상상 속 세계는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내가 과연 이걸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함께 따라옵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이 주문을 되뇝니다.
“처음처럼, 천천히, 하지만 끝까지.”
지금까지 제1장과 2장의 총 25편 이야기를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글에도 아낌없이 눌러주신 ‘좋아요’와 따뜻한 댓글은, 제가 다음 글을 써 내려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드디어 제3장, ‘Blender 3D를 이용한 제작 과정’이 시작됩니다. 실제로 제작하면서 겪는 이야기들을 담아, Blender 3D의 세계를 함께 펼쳐보려 합니다.
3D라는 분야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에피소드 중심으로 흥미롭게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신다면 더없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