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블렌더 실전 제작기
처음 Blender를 켰을 때, 화면 한가운데에 작게 놓인 큐브 하나.
그 하나의 큐브에서 모든 상상의 세계가 시작됩니다.
Blender에서 카메라 워킹을 준비하기 위해,
저는 큐브 하나를 기준으로 가구와 소품들을 한 조각씩 퍼즐 맞추듯 배치해 보기로 했습니다.
크기를 조절하고, 위치를 바꾸고, 어울리지 않으면 다시 빼고...
이 반복이 바로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첫걸음이죠.
루카의 놀이방은 2층의 작은 다락방에 자리 잡을 예정입니다.
(사실, 이 다락방은 제 오랜 꿈이 깃든 공간이랍니다. 어릴 적 상상 속에서 수없이 그려보던 그 아지트를, 사심을 듬뿍 담아 마음껏 만들어보려 합니다.)
이곳은 아이들의 놀이방이자, 상상의 세계가 시작되는 곳이죠.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죠.
아직 나이 어린아이들만 2층에 두는 것이, 엘리에게는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놀이방 앞에는 엘리의 작업실을 함께 두었죠. 아이들이 놀이방으로 드나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엘리의 작업실을 지나가도록 말이죠.
엘리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작업 중에도 아이들의 움직임을 가까이 살펴볼 수 있도록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배치했어요.
물론, 아이들이 오가는 공간에서 집중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아마 엘리는, 아이들이 잠든 조용한 밤에야 비로소 작업을 시작했을 거예요.
“그럼, 어떤 가구와 소품을 놓아야 할까?”
저는 복잡한 디테일은 잠시 미뤄두고,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큐브를 이용해 방 안의 모든 가구와 소품들을 하나씩 배치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모형실험이 아니라, 캐릭터들이 실제로 이 공간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생활할 수 있을지를 상상해 보는 과정이죠.
테이블은 어디에 놓는 게 좋을까?
창문은 어느 위치여야 햇살이 가장 잘 들어올까?
장난감 박스는 어느 쪽 벽이 아이들 동선에 자연스러울까?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조금씩 큐브를 옮기고, 크기를 조절하면서 루카와 니코의 세계를 눈앞에 펼쳐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방의 구조가 실제로 루카와 니코가 움직이기에 충분한가?”
“카메라에 어떻게 보일까?”“소품의 배치는 적절할까?”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복잡한 오브젝트 대신 기본 큐브만을 사용해 방 전체의 배치를 실험해 보았습니다.
그럼, 공간에 놓일 가구와 소품을 하나씩 정리해 봐야겠죠. 구체적인 목록을 작성해 보는 일은 모델링 이전의 필수 단계이기도 합니다.
소품 정리가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방의 레이아웃을 잡아볼 차례입니다.
간단한 스케치부터 해보았습니다.
이제 이 스케치대로 큐브를 배치해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스케일 맞추기!
이 작업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유아 2명이 함께 활동하고, 책 읽고, 놀이하고, 가끔 부모와 함께 앉을 수 있는 소규모 놀이방으로 적절한 공간의 크기로
방의 크기: 4m x 3.2m
천장 높이: 3.0m
루카의 키는 약 1.1m
책상, 의자, 창, 문의 높이도 실제 비율로 설정
이 기준 위에 큐브를 배치하며 공간을 확인하는 것
이 작업은, 빈 공간 위에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정확한 스케일을 기반으로 모델링을 시작해야 캐릭터와 배경,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모든 연출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이 스케일에 맞춰 제작한 영상입니다.
이제 기본적인 방의 레이아웃을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에서 진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루카도, 니코도 아닌 바로 몽땅이입니다.
몽땅이의 시선에서 본 이 방은, 그야말로 또 다른 세상일 게 분명합니다.
여기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인간보다 작은 캐릭터’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건, 단순히 카메라를 아래로 내려 보여주는 게 아니잖아?'
그럼 지금 이 시점에 꼭 체크해야 할 건 무엇일까?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뻔한 이야기뿐. 딱 맞는 사례도 찾지 못했습니다.
제 스타일상, 이 상태로 계속 머물러 있다간, 쓸데없는 고민만 길어지고, 결국 작업은 점점 느려질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만드는 일이 있더라도, 일단 모델링 단계로 넘어가자.”
만들어보고, 테스트해 보면, 실제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혹은 단순히 디테일만 보완하면 되는 건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요.
결국, 또다시 무식한(?) 방법을 택하고 말았습니다.
준비부터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제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은
역시, 직접 부딪히는 것.
물론,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