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몽땅이 스토리
몽땅이는 색연필 케이스 안에서 홀로 깨어난 이유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왜 나만 깨어난 걸까? 색연필 친구들은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 왜 오직 나만 깨어 있어야 하는 거지?”
그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도는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그래, 어쩌면 내가 특별한 존재일지도 몰라… 아니면, 도대체 왜 깨어났겠어?”
고요한 밤, 달빛이 연필통 속을 비추고, 연필꽂이 통 속 친구들이 보입니다. 장난꾸러기 포슬이는 조용히 잠들어 있고, 공룡이(접이식자)는 고개를 꾸벅거리며 졸고 있습니다. 모두들 평화롭게 쉬는 모습입니다.
‘다들 이렇게 고요하고 평온한데… 왜 나만 이렇게 복잡한 생각에 잠기게 되는 걸까?’
몽땅이는 문득 자신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부러져서 아주 작아진 색연필.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아련한 물음표가 떠올랐습니다.
“혹시 내가 깨어난 이유가 이 부러진 몸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왜 부러졌을까?”
몽땅이는 며칠 동안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만약 내가 깨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차라리 잠들어 있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몰라….’
몽땅이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그 순간, 연필꽂이 통의 틈새로 가늘고 희미한 아침 햇살이 스며들어 왔습니다.
어느덧 날이 밝아졌고, 여러 물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흐릿한 빛이 몽땅이의 몸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 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바라본 몽땅이는, 그 작은 빛줄기가 부러진 자신의 몸에 닿아 미약한 온기를 전해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온기는 그의 마음 한편에 작은 희망의 불씨를 피워냈습니다.
‘이 빛은 나를 비춰주기 위해 온 걸까? 아니면 단지 여기까지 흘러온 것일 뿐일까?’
몽땅이는 순간, 해바라기 할머니가 아침 햇살을 가슴으로 느끼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도 천천히 자신의 가슴으로 햇살을 받아들였고,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록 작고 약한 빛이지만, 그것은 자신에게 말없이 다가와 뭔가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저 바깥세상에는 이 빛이 더 크게, 더 따스하게 내리쬐겠지. 내가 찾는 답도 그곳에 있을지 몰라.’
몽땅이는 그렇게 스스로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모두들 잠에서 깨어나자, 결심한 듯 몸을 일으킨 몽땅이는 또렷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저 바깥세상으로 나가볼래요! 왜 저만 깨어났는지 알아봐야겠어요. 여러분, 모두 도와주실 거죠?"
그러자 연필통 안이 금세 떠들썩해졌습니다.
지우개 포슬이가 각진 어깨를 흔들며,
"물론이지! 네가 길을 나선다니 멋진걸!"
공룡이(접이식자)가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덧붙였습니다.
"내 등을 밟고 나가라고! 이렇게 튼튼한 자는 어디에도 없을 테니! “
기린 모양의 가위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드디어 힘을 내는구나, 꼬맹이! 정말 씩씩하다니까."
해바라기 할머니 선플라워는 따스한 미소를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