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몽땅이 스토리
높은 연필꽂이 벽은 작은 몽땅이에게 너무나 거대한 장벽처럼 보였습니다.
그때, 지우개 포슬이가 깡충 뛰며 다가왔습니다.
“몽땅아! 내가 도와줄게. 내 위에 올라가 봐!”
포슬이는 씩씩하게 몸을 세우며 말했습니다. 몽땅이는 망설임 없이 그 위로 올라섰습니다.
“괜찮아? 무겁지?”
“흥! 내가 누구야? 튼튼한 포슬이라고!”
몽땅이가 포슬이 위로 올라가자, 공룡이(접이식 자)가 슬그머니 몸을 쭉 펼쳤습니다.
“자, 이번엔 내 차례야. 내 다리를 밟고 더 높이 올라가 봐!”
몽땅이는 공룡이의 도움으로 조금 더 높은 곳까지 올라섰습니다. 그때, 기린이가 웃으며 고개를 들이밀었습니다.
“내가 마지막 발판이 되어줄게.”
기린이는 길쭉한 목(?)을 뻗어 몽땅이가 손을 뻗을 수 있게 도왔습니다.
몽땅이는 마침내 연필꽂이 가장자리까지 올라섰습니다.
빛나는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자, 몽땅이는 놀라움에 말을 잊었습니다.
이 방은 루카와 니코의 놀이방으로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파스텔 톤의 벽지로 꾸며진 예쁜 방입니다.
부드러운 햇살이 연필꽂이를 넘어 몽땅이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큰 세상이 있다니...”
몽땅이는 감동에 겨워 중얼거렸습니다.
아래에서 친구들이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우와! 몽땅이가 해냈다!”
“멋져! 이제 모험을 시작할 준비가 된 거야!”
“꼭 깨어난 이유를 찾고 돌아와야 해!”
몽땅이는 연필통 속 친구들을 보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모두 고마워요. 제가 꼭 이유를 찾아서 돌아올게요!”
책상 위로 처음 발을 디딘 몽땅이는 사방을 둘러보며 새로운 세상을 눈에 담았습니다. 반짝이는 햇살이 책상을 비추고 있었고, 주변은 크고 작은 물건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때 몽땅이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익숙한 색연필 케이스였습니다.
몽땅이의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저건... 내가 있던 집!”
몽땅이는 힘껏 달려가 케이스를 붙잡았습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감촉에, 고향에 온 듯한 따스함을 느꼈습니다.
몽땅이는 케이스의 뚜껑을 조심스레 열었습니다.
“얘들아! 내가 왔어! 얘들아~ 잘 있었니?”
몽땅이는 환한 목소리로 친구들을 불렀습니다. 케이스 안엔 차곡차곡 누워 있는 친구들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아... 다들 이렇게 편히 쉬고 있었구나.”
몽땅이는 빈틈을 찾아 자신의 몸을 뉘었습니다. 차분하게 잠든 친구들 사이에 몸을 기대니, 모든 걱정이 녹아내리는 듯했습니다.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야. 참 오랜만이다.”
몽땅이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책상 저편, 루카의 작은 의자 뒤에 숨어있던 키키였습니다.
장난꾸러기 고양이 키키는 살금살금 몽땅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던 키키는, 몽땅이가 친구들 사이에 편히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키키는 가만히 중얼거렸습니다.
“몽땅이가 정말 좋아 보이네... 다행이다.”
그리고는 다시 살짝 몸을 숨기며 멀리서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책상 위엔 잔잔한 평화와 햇살이 가득했고, 몽땅이는 친구들과 함께 있는 기분에 행복에 잠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