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몽땅이 스토리
키키는 크리스마스 이후로 단 한순간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몽땅이를 떠올릴 때마다 죄책감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실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키키를 괴롭혔습니다. 몽땅이가 연필꽂이로 들어간 이후, 키키는 매일 이 방에 와서 멀찍이서 몽땅이의 상태를 살피며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몽땅이와 직접 마주할 용기는 나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몽땅이는 연필꽂이 통에서 나와 색연필 케이스로 돌아왔고, 웃음을 되찾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루카가 몽땅이를 집어 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키키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습니다.
‘내가 그날 실수하지 않았다면… 몽땅이는 지금도 온전한 모습으로 루카에게 사랑받고 있을 텐데….’
그런데 오늘, 몽땅이가 갑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키키는 순간 너무 당황해 도망치듯 방 한 구석으로 숨었습니다.
‘왜 도망친 거야…… 사실을 말했어야지….’
몽땅이가 깨어난 이유를 찾고 싶어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키키는 계속해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힘들어질 거야…. 나 때문에 깨어난 건데…’
며칠이 지나도록 숨어 있던 키키는 더 이상 진실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눈이 퀭해질 만큼 고민하던 키키는 작은 발걸음을 떼어 몽땅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몽땅이는 키키가 나타난 것을 보고,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예의를 갖춰 물었습니다. “키키 님? 지난번에는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괜찮으신가요?”
키키는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야, 몽땅아… 네가 미안해할 일이 아니야. 사실은… 내가 정말 미안해.”
몽땅이는 키키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꼈고, 잠자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키키는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했습니다. “네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건 사실… 나 때문이야. 그날 내가… 색연필 박스를 장난치다가 떨어뜨렸어. 네가 부러진 것도 그때였어…”
키키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간절한 목소리로 이어갔습니다. “그날 이후로 매일 널 보러 왔지만, 말을 꺼낼 용기가 없었어. 정말 미안해, 몽땅아. 나를 용서해 줄 수 있을까?”
몽땅이는 잠시 고개를 숙여 생각에 잠겼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어. 그저… 우연이었을 뿐이야.’
특별한 색연필이라고 생각했던 몽땅이는, 자신이 깨어난 이유를 알고 허탈함과 실망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자신은 특별한 색연필이 아닐 뿐 아니라 부러져서 몽땅한 불필요한 존재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눈물을 꾹 참고, 마음을 강하게 먹고는 고개들 들어, “키키 님… 사실대로 말해줘서 고마워요. 진실을 알게 돼서… 기뻐요..... 몽땅해진 건 속상하지만 … 덕분에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다른 세상도 보게 되었어요..... 저… 키키님을 용서할게요…...”
색연필 케이스로 돌아온 몽땅이는 참았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깨어난 건.……
……키키님의 장난 때문이었구나…….
… 난 ….. 특별한 색연필이 아니야…..‘
눈물은 계속 흘려내렸습니다.
'그래도 괜찮아….
덕분에 내가 세상을 더 빨리 볼 수 있었잖아.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험도 정말 재밌었으니까! 연필꽂이 통 속 친구들과 함께 보낸 시간도, 바깥세상으로 나온 모험도 모두 소중하니까...'
밤새도록 눈물을 흘리던 몽땅이는 새벽녘이 돼서야, 키키를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