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몽땅이 스토리
키키의 고백을 들은 후 진실을 알게 된 몽땅이는 다시 용기를 내기로 합니다. 루카가 자신을 가지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로 했습니다. 매일매일 루카만을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루카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매일매일 그림을 그렸고요. 형형색색의 색연필과 크레파스들이 루카의 손에서 춤추며 멋진 그림을 만들어냈습니다.
몽땅이도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내가 선택될 차례일까?"
하지만 루카의 손길은 한 번도 몽땅이를 향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몽땅이는 점점 초조해졌습니다.
“왜 나를 사용하지 않는 걸까? 나도 분명 친구들처럼 예쁜 색을 가지고 있는데... 왜 나는 항상 여기 남겨져 있어야 하지?”
그러던 어느 날, 몽땅이에게 큰 충격이 찾아왔습니다.
그날은 집 안은 평온했지만 어딘가 텅 빈 느낌이 감돌았습니다. 루카는 아빠와 외출한 듯 보였고, 엄마 엘리와 호기심 가득한 니코만 집에 남아 있었습니다. 니코는 루민이를 손에 쥐고 놀이방으로 달려왔습니다.
“루민아, 언니가 그림 그려줄게!”
니코는 루카의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몽땅이는 긴장한 채 색연필 케이스 안에서 조용히 누워 있었습니다. 니코가 색연필 케이스로 손을 뻗어 하늘색 색연필을 짚으려다가, 옆에 있던 몽땅이의 뾰족한 부분에 손이 찔리고 말았습니다.
“아야!”
니코는 깜짝 놀라 몽땅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너는 왜 여기 있는 거야! 아프잖아!”
화가 난 니코는 몽땅이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는, 엄마에게 달려갑니다.
“엄마~ 내 손~ 나 아야 해요! 호~ 해주세요!”
몽땅이는 쓰레기통 속에서 놀란 나머지 몸이 굳어진 채로 어리둥절해 있었습니다.
그 순간을 지켜보던, 공룡이와 기린이가 다급하게 소리쳤습니다.
“몽땅아, 괜찮은 거야?”
연필꽂이 통 속에서 포슬이도 놀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야? 몽땅이가 왜?”
모든 일을 지켜보던 키키는 쓰레기통으로 달려가, 작은 발로 재빨리 쓰레기통 안을 뒤적이며, 조심스레 몽땅이를 찾아내 책상 위로 올려주었습니다.
몽땅이는 넋이 나가있습니다.
엘리가 달려와 무슨 일이었나 확인해 봅니다. 책상 위의 몽땅이를 보고는, 연필꽂이로 옮겨 놓았습니다.
"어? 내가 분명히 연필꽂이에 따로 빼 두었는데..... "
처음부터 몽땅이를 연필꽂이로 옮겨놓은 사람은 바로 엘리였습니다. 부러진 색연필이 루카를 다치게 할 것 같아서 따로 두었던 것입니다.
충격을 받은 몽땅이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앞만 보고 앉아있습니다. 연필꽂이 통 속 친구들도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몽땅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순간 몽땅이는 친구들이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너무 놀랬어요. 모두들 놀라셨죠? 이젠 괜찮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모두를 안심시키고, 조용히 한편에 앉아 있었습니다.
'니코를 다치게 했어.... 루카도 다치게 할지 몰라. 내가... 내가 니코를 다치게 하다니....'
낮에는 친구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 아무런 내색도 보이지 않았지만, 모두가 잠든 후 몽땅이는 자신만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한때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었던 마음은 이제 단순히 방해되는 존재처럼 느껴져, 절망의 어둠 속으로 떨어진 듯했습니다.
그때, 옆에 누워 있던 포슬이가 잠꼬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포슬이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어둠 속을 헤매던 몽땅이의 마음에 살며시 스며들어, 며칠 전 있었던 기억의 조각을 살짝 깨웠습니다.
몽땅이는 자신이 왜 깨어났는지 알게 된 후 마음의 진정을 찾고, 연필꽂이로 돌아와 조심스레 그 이유를 친구들에게 전했습니다. 포슬이를 비롯한 연필꽂이 통 속 친구들은 몽땅이의 이야기를 듣고는, 마치 한 편의 모험이 완성된 듯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몽땅이는 그런 칭찬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자신은 단지 우연한 실수로 깨어났을 뿐, 시시하고 너무 하찮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아 실망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런 몽땅이의 마음을 눈치챈 듯, 선플라워는 다가와 조용한 목소리로 이렇게 위로했습니다.
“네가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이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단다.
네 부족함을, 네 나약함을 사랑해 주렴. 부족함은 사랑으로 채워지고, 나약함은 사랑으로 강해질 수 있어.
무슨 말인지 알겠니? "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몽땅이는 그 순간에 위로를 받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슨 뜻인지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포슬이의 잠결 속 한마디가, 몽땅이의 마음속 깊은 어둠에 은은한 빛으로 다가와 그의 마음을 감싸주며, 그 온기가 선플라워의 이야기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몽땅이의 마음속에 희망의 씨앗이 서서히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그래...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몽땅이는 단단한 결심을 해봅니다.
'왜 깨어났는지 알았으니, 색연필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야. 지금은 조금 슬프지만, 언젠가 나도 루카가 사용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날 밤, 몽땅이는 오랜만에 마음 편히 잠들었습니다. 창밖의 별빛이 연필꽂이 속 몽땅이를 살며시 감싸 앉아줍니다.
"몽땅아~
음냐 ~ 음냐 ~
넌 혼자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