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몽땅이 스토리
몽땅이는 색연필 케이스 속에서 조용히 누워 있었습니다.
'언젠가 루카가 나를 사용해 주겠지.'
그런 기대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루카는 몽땅이를 손에 들지 않았습니다. 몽땅이는 가끔 케이스 밖으로 보이는 루카의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했습니다.
'왜 나를 사용하지 않을까? 내가 너무 작아서 그런 걸까...?'
그러던 어느 날, 몽땅이는 루카가 품에 안고 있는 작은 고양이를 보았습니다. 키키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루카의 손길을 받으며 행복한 얼굴로 야옹거리고 있었습니다. 몽땅이는 그 모습을 보며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나도 저렇게 사랑받고 싶다..."
며칠 후, 놀이방의 주인들인 루카와 리코가 외출한 뒤, 놀이방에는 조용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제야 몽땅이는 조심스럽게 케이스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폈습니다. 그런데 책꽂이 위쪽 구석에서 작고 둥근 고양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키키가 몸을 둥글게 말고 쉬고 있었던 것입니다.
몽땅이는 그 순간, 키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저 고양이가 루카와 정말 친해 보였는데... 나도 말을 걸어볼까?’
조심스럽게 키키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키키 님?"
키키는 몽땅이의 부름에 살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책꽂이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몽땅이는 자신을 소개하며 밝게 인사했습니다.
"안녕! 나는 몽땅이라고 해요. 여기 색연필 케이스 안에서 키키 님을 보고 있었어요."
키키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몽땅이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것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부러진 몽땅이를 마주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몽땅이가 이렇게 작은 모습으로 자신에게 다가온 이유가 바로 자신 때문이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키키는 심장이 두근거리며 자신도 모르게 방을 뛰어나갔습니다. 어디론가 숨어버린 키키는 스스로를 다그쳤습니다.
‘왜 도망친 거야? 잘못은 나인데… 이렇게 도망치면, 몽땅이가 ... 또 상처받을거야. 어떻하지? 어떻게 사과해야 하지?’
키키의 마음은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복잡하게 얽혔습니다.
그 모습을 본 몽땅이는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키키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다 조용히 케이스로 돌아갔습니다.
‘내가 무례했던 걸까? 키키를 놀라게 했나 봐…’
몽땅이도 키키의 반응에 놀라, 케이스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