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브랜딩 스토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인 코카콜라를 모르는 분들은 없으시죠? 1886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해 13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전 세계 하루 소비량이 19억 잔에 달하고 1초당 판매량이 21,990잔에 달한다는 코카콜라! 현재 북한과 쿠바만 제외하고 전 세계 200여 국에 진출되어 어떤 나라를 가더라도 코카콜라를 마실 수 있는데요. 코카콜라도 초기엔 모두 성공만 한 게 아니었습니다. 페루에서는 실패를 맛보기도 했고, 초기 한국에서도 실패를 맛봤는데요. 오늘은 코카콜라의 타 나라 진출 실패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현재는 코카콜라와 펩시의 높은 점유율 때문에 '콜라' 하면 코카콜라와 펩시만 떠올리지만, 코카콜라 초기 창업 당시엔 각 나라마다 고유한 콜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카콜라의 진출로 현지화된 콜라들이 거의 사라지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콜라가 있습니다. 바로 '페루의 잉카콜라'입니다.
마치 파인애플 환타처럼 노란색을 띠는 페루의 잉카콜라는 1935년 페루 도시가 건립된 지 400주년이 되는 해에 페루의 수도인 '리마'에서 처음 출시가 되었습니다. 잉카콜라는 첫 출시부터 쭉 페루인의 문화 정신을 깃든 콜라로 포지셔닝을 해왔습니다.
먼저 '잉카'라는 이름은 페루의 고대 문명인 잉카문명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미로 '잉카'라는 이름을 사용하였고, '노란색'은 황금의 나라라고 불리었던 잉카문화의 대표적인 색채성을 나타냈습니다. 즉, 페루국민들에게 잉카콜라는 곧 페루국민이 마시는 음료와 동일한 의미였죠.
코카콜라가 초기 진입했을 당시 애국 마케팅으로 똘똘 뭉친 잉카콜라를 넘기엔 벽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잉카콜라는 '잉카콜라는 페루의 음료이다'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행함과 동시에 페루의 전통적인 음식을 같이 홍보하면서 '페루의 음식과 정말 잘 어울리는 콜라'의 메시지를 더해 페루의 문화적인 요소까지 더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였습니다.
페루사람들의 독보적인 잉카콜라사랑으로 인해 1980년대에는 잉카콜라의 점유율이 35%까지 올라갔으며, 1995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코카콜라가 시장 점유율 32%까지 기록했지만 32.9% 점유율이었던 잉카콜라를 더 이상 추격할 수 없어 1999년 2월 코카콜라는 잉카콜라를 인수하기에 이릅니다. 사실상 코카콜라가 패배를 받아들인 거죠.
사실 잉카콜라가 애국마케팅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페루의 암울했던 경제상황 때문이기도 합니다.
1980년대 남미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할 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못한 시기였습니다. 남미국가 대부분은 1973년 이후 오일파동으로 원자재가격이 상승하던 1970년대에 부문별 하게 외채를 끌어드렸고, 1980년대 초 원자재 가격 폭락과 채무 위기로 물가가 폭등하고 빈곤층이 급증하는 시기 었습니다. 위의 표를 보시면 페루의 물가상승률이 1980년대엔 10,000,000% 까지 치솟았으니까요.
1980년대 전까지 승승장구했던 페루를 포함한 남미국가들은 GDP성장률이 5% 이상을 웃돌았지만, 1980년대 이후 2%로 하락 후 현재까지 쉽게 올라오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때 당시 생겼던 대외채무 및 외환 위기의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 당시 페루 국민들은 외국산 제품의 '코카콜라'의 진출이 달갑지 않았을 겁니다. 대외채무 또한 미국의 개입으로 인해 생긴 부분도 있어 자국산 보호에 대한 애국심이 강했던 시기였거든요.
우리나라에도 초장기엔 코카콜라 점유율이 좋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바로 독립 운동가의 정신이 깃든 것 같은 이름부터 색다른 '콜라독립 815'인데요. 1998년 4월, 범양식품에서 출시 한 '콜라독립 815'는 '콜라독립'이라는 애국마케팅을 내세우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1999년 초에는 코카콜라를 제치고 점유율 1위까지 기록했다고 합니다.
https://youtu.be/W7hhsuZBhKY?si=dyLnX0R0LZhsbFaU
콜라독립 815는 애국마케팅과 더불어 '맛'과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시장우위를 점 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었는데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코카콜라와 비슷한 맛이 난다라고 느껴질 정도였고, 코카콜라에게 로열티를 주지 않고 자체 생산을 통해 만들어서 공급 단가를 낮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우리의 힘/ 대한민국 콜라'라는 메시지를 내세우면서 다국적기업인 코카콜라를 물리치고 '한민족 정서'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콜라독립 815는 지속적인 저품질 된 맛과 적절하지 못한 가격 인상으로 인한 프리미엄 전략 시도로 인해 결국 코카콜라에게 시장 우위를 내주고 파산의 길로 가게 됩니다. 페루와 동일한 전략을 사용했었는데 왜 콜라독립 815는 파산의 길로 가게 되고, 잉카콜라는 코카콜라의 우위를 점하게 된 걸 까요?
잉카콜라와 콜라독립 815의 가장 큰 차이는 차별화된 요소가 부족하단 점이었습니다. 당시 출시된 콜라독립 815를 보시면, 코카콜라의 대표적인 컬러인 빨간색을 사용했고 실제 내용물도 검은색으로 코카콜라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만, 잉카콜라는 '노란색'을 대표적인 컬러로 내세우면서 코카콜라와의 '검정/빨강'과 확연한 차이를 선보였죠. 인간이 갖고 있는 오감 중 가장 덜 민감한 게 '미각'입니다. 그에 비해 후각적인 요소와 시각적인 요소는 경험인식에 많은 차이를 주는데, 독립콜라 815는 타 감각에서 기존 코카콜라와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가 있습니다.
잉카콜라가 애국마케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시기와 동일하게 초기 독립콜라 815가 코카콜라를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페루와 동일한 경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었습니다. 1997년부터 시작된 외환위기였던 IMF는 1998년 엄청난 타격을 주었고 국민들은 타 나라에 대한 반감 정서도 강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타 나라인 '코카콜라'의 진출이 달갑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 이후 회복의 시점에서 페루와 한국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페루는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던 이후 쉽게 회복하지 못하는 '잃어버린 10년'을 겪었지만, 한국은 회복하면서 큰 성장을 이뤄내는 일명 '차화정의 시기'까지 누렸습니다. 전 국민이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경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이때 단순한 '애국마케팅'은 큰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이때 콜라독립 815가 애국마케팅을 넘어선 달라진 한국 문화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마케팅으로 포지셔닝했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콜라독립 815를 맛보고 있지 않았을까요?
코카콜라의 실패라고 말하면 보통 '뉴코크'의 실패사례만 기억하지만, 같은 제품으로도 각 나라에 진출할 때 마주하는 실패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코카콜라 진출 실패 사례를 보면서, 다국적 기업이 타국에 진출할 때, 타국 나라의 문화&경제적 요소를 파악 안 후 포지셔닝과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