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브랜딩 스토리
일본의 브랜딩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면 꼭 만나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하나인 '츠타야서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라는 비전을 갖고 '취향을 설계하는 츠타야서점'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이 서점은 브랜딩을 공부하는 저에게도 꽤나 많은 영감을 가져다주는 회사였습니다. 특히, 정용진 부회장은 삼성역 코엑스를 '츠타야 서점'을 모방해서 만들었다고 할 정도니까요. 다만, 최근 츠타야 서점에 대해선 긍정적인 소식보다 부정적인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늘 존속할 것 같던 츠타야 서점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츠타야서점이 탄생한 1980년대 일본은 한국의 베이비부머세대에 해당하는 '단카이세대'가 주 경제층을 이뤘습니다. 이때 당시 일본은 버블경제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천황이 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고 할 정도로 경제 호황기를 맞이한 시기인데요. 이때 창업주인 마스다무네아키는 이 현상을 보면서 '문화 호황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문화현상을 예측한 그는 어떻게 하면 문화를 색다르게 제안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책'이라고 하는 상품은 '모든 문화를 제안할 수 있는 집합체'라는 생각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렇지만 이때 당시 '책소비'는 사양산업에 가까웠고 독립서점 점포수는 자꾸만 줄어들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1983년 오사카부 히라가타시에 처음으로 '츠타야서점 히라카타점'을 오픈합니다. 이때 당시 처음으로 '서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츠타야서점'의 상호명을 사용하였지만 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서점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습니다. 책 판매보단 비디오/음반도 같이 판매하면서 '대여'가 주 비즈니스 모델이었거든요.
1980년대 일본에서 '비디오/음반 대여'에 대한 인식은 '음지의 문화'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양질 콘텐츠의 비디오/음반 대여를 하며 문화를 즐기는 게 아니라 성인물 관련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비디오/음반을 대여하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이 인식을 깨기 위해 지식인도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서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첫 1호점 오픈 이후 츠타야서점은 꾸준하게 성장하며 1999년 12월 시부야 츠타야 서점 개업, 2003년 4월 스타벅스와 협업한 최초의 'BOOK&CAFE'의 롯폰기 츠타야 서점이 개업하면서 2011년 12월 '다이칸야마 T-STIE'를 개업하면서 드디어 츠타야서점이 제안하고 싶었던 '라이프스타일의 서점'을 제안하게 됩니다.
도서관이나 교보문고를 방문하게 되면 책은 '경제/경영/문화/마케팅'과 같이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 분류법에 따라 분류가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각각의 분야가 명확하게 나눠져 있기보다는 융합되어 교집합이 되어있는 형태가 많아지고 있죠. 츠타야서점은 이 부분을 노렸습니다.
츠타야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구역이 없고, 하나의 ZONE 마다 각 ZONE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여행'이라는 하나의 섹터를 정한 후 프랑스 여행과 관련된 ZONE을 구성하여 하나의 '프라스 여행'을 제안하는 방식이지요. 그 안에는 프랑스 여행과 관련된 에세이 서적이 있을 수도 있고, 여행 잡지가 있을 수도 있고, 프랑스 관련 기념품들이 전시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츠타야만의 분류법으로 탄생된 하나의 제안법인 거죠.
이 때문에 츠타야서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맡은 ZONE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인재들을 채용하고 있으며, 일반 서점과 다르게 커피를 사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하면서 머무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해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츠타야 서점은 일본에서 1500개의 체인을 갖고 있으며 연간 책 판매 금액이 1조 원 이상될 만큼 성장했죠.
성장세를 달리던 츠타야서점도 최근 들어 800개로 매장수도 감소하며, 매출도 줄어들면서 걱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왜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게 된 걸까요?
초창기 츠타야서점 1호점은 '책/비디오/음반'렌털 서비스 사업을 최초로 시작하면서 많은 고객층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렌털사업으로 인한 수익성 강화도 츠타야서점이 지속적인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어준 근간이기도 하지요. 다만 코로나 이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나타나면서 사용자들도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츠타야서점이 갖고 있던 대여서비스의 수익성을 가져갈 수 없게 된 거지요. 실제 21년도 2분기 경영결과보고서를 보면 렌털사업부는 2020년도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츠타야서점에서 책을 앉아서 읽기 위해선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구매해야지만 책을 앉아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협력 구조 덕분에 음료판매 수익금이 츠타야서점의 주요 판매수입원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나 실제로는 위와 같이 책 판매비중이 전체 판매구조의 56%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출판시장 규모는 2022년 1억 3442억 달러이며, 2031년엔 3억 8035억 달러로 성장하며 연평균 3.3%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종이책 소비는 줄어들고, 전자책 판매로서의 소비가 이동되며 산업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죠. 츠타야도 이런 흐름을 피할 수 없듯이 책판매 비중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2023년 4월 츠타야서점과 관련된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24년 만에 시부야 지점의 츠타야서점을 전격 리뉴얼하기로 한 것인데요. 이 리뉴얼된 모습을 보면 츠타야 서점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하고 있는지 대략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지하 2층부터 지상 8층까지의 층별 구성을 보면 눈에 띄는 구성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공간 대여'공간이 많아진 점과 'IP ZONE'이 많아졌다는 것인데요. IP ZONE은 일명 '덕후들을 위한 공간'으로 굿즈위주의 샵으로 선별된 공간으로 되어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행보는 일본문화가 이제는 '덕후'를 위한 문화 흐름으로 바뀌어 가는 것도 있지만, 츠타야서점이 스스로 '잘하는 것은 잘하자'라는 관점에서도 있습니다. 츠타야서점의 판매 흐름을 보시면 '특수 엄선한 한 상품 및 문구류'의 판매가 지속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해당 상품의 비중 증가가 곧 책 판매로 전환됨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츠타야서점이 갖고 있던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제안이 곧 취향을 제안하는 강점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지요.
2개의 층을 셰어라운지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본격적인 머무는 공간으로서의 포지셔닝을 확립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츠타야 서점에서의 책 판매가 상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머무는 공간의 서점'으로서의 포지셔닝이 매출로 이어진 성과를 볼 수 있었던 츠타야인데요. 이젠 지금까지 쌓았던 성장공식을 이용해 본격적인 '머무는 공간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된 셈이죠.
츠타야서점의 탄생기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츠타야서점의 행보를 바라보면서 츠타야 서점의 전략을 비즈니스모델로서의 관점으로 해석해 글을 써봤습니다. 브랜딩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수익성이 기반되어야 하는데, 수익성을 존속할 수 있는 건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브랜딩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