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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ta kim Sep 08. 2024

3년 만에 1천억 원 투자, 블랭크스트리트커피

아홉 번째 브랜딩스토리 

2020년 카페전쟁터라고 불리는 뉴욕에서 창업해 3년 만에 8700만 달러(한화로 약 1160억)를 투자받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어떻게 이 브랜드는 창업 후 3년 만에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받을 수 있었을까요? 




문제의식 : 효율성 좋은 커피를 마실 순 없을까? 


블랭크스트리트 창업주 이삼 프라이하(Issam Freiha)와 비나이 멘다(Vinay Menda)는 초기 각자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삼은 15년 동안 커피를 즐겨마시면서 커피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멘다는 소매업에 늘 관심이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이들이지만, '커피'와 '소매업'이 만나 블랭크스트리트 브랜드가 탄생되었습니다. 


15년 동안 커피덕후로 지내왔던 이안은 서양문화권에서 지난 50년 동안 소비자들은 늘 일부 독점 커피 회사들 안에서 한정적인 선택을 한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소비자들은 품질 때문에 스타벅스를 선택했지만, 가격이 비싸서 망설였고 가격이 저렴한 던킨을 선택하면 커피 품질에 대해 고민을 갖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안은 스타벅스보다 저렴하지만 던킨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자 '블랭크스트리트'커피를 창업했습니다. 여기서 이들이 말하는 '효율성 좋은 커피'라고 함은 품질은 높이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커피를 추구했습니다. 


저는 친구들이 편리함 때문에 스타벅스에 가고, 가격 때문에 던킨에 가고, 품질 때문에 스페셜티 커피숍에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학생이었던 우리는 매일 6달러짜리 카푸치노를 살 여유가 없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스톱 숍이었습니다. 속도와 효율성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저렴한 가격으로 뛰어난 커피를 제공하는 장소였습니다. - Issam Freiha- 


포지셔닝 : 저렴하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스페셜티 원두


'효율성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 블랭크스트리트는 두 가지를 혁신했습니다. 


첫 번째, 가격 : 2.75 달러의 저렴한 가격 


블랭크스트리트 커피는 스타벅스 및 타 커피집보다 낮은 가격을 내세웁니다. 뉴욕 커피집 3개 평균 대비 커피 가격은 0.57% 저렴하지요. 낮은 커피 가격을 내세울 수 있었던 이유는 '부동산 임대료 혁신'과 '인건비 혁신'의 때문입니다. 


뉴욕의 타 일반 커피브랜드들은 대부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중요성 때문에 높은 부동산 임대료를 감당해야 했고, 임대비용은 곧 커피 가격으로 반영되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지점을 간파해 블랭크스트리트는 '트럭 창업' 형태로 변형하며 임대 비용을 일반 매장 임대료의 7.5%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주로 사용되지 않는 골목이나 문 닫는 상점 앞을 노리면서 부동산 임대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낮추면서도 쉽게 지점을 오픈할 수 있었지요. 



트럭창업에 알맞은 커피 기계를 두면서 인건비는 줄이고, 속도를 높였습니다. 일반 가게과 다르게 트럭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커피를 내려야 하기 때문에 큰 커피 기계를 둘 수 없었고, 많은 바리스타를 고용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원두에 맞는 커피 머신을 사용하면서 바리스타를 1명~ 최대 2명까지만 두고 기계로 한 시간에 700 잔을 내리면서 기존 바리스타 대비 8배 이상 높은 효율성을 추구했습니다. 


두 번째, 원두 : 품질 좋은 스페셜티 원두

흔히 '적당히 맛있는 커피'로 알고 있는 블랭크스트리트는 실제로 스타벅스보다 좋은 원두 품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품질 때문에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을 보면서, '좋은 원두의 품질'을 고집하게 된 이유 때문이지요. 다만,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원두의 맛을 크게 구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100점짜리 원두가 있다고 하면 스타벅스는 약 82점 정도의 원두를, 블랭크스트리트는 86점 이상의 원두를 사용하지만 소비자들은 82점과 86점짜리의 원두를 미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최고는 아니다"는 말은 95, 96점과 다르다는 뜻입니다.  -Issam Freiha- 



블랭크스트리트는 부동산 임대비용과 바리스타 비용을 낮추면서 절감한 비용을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함으로써 맛과 원두 품질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고객 핵심 경험 : 효율성 있는 경험 

블랭크스트리트는 효율성 있는 고객 경험을 중요시합니다. 바쁜 뉴욕 일상에서 커피를 기다리기 위해 10분 15분 줄을 서있는 것보다 빠르게 커피를 픽업받아서 마신 후 10분 15분을 쉬기를 바라지요. 그래서 블랭크스트리트커피숍은 무엇보다 빠르게 내릴 수 있는 '커피 머신'을 두었고, 빠르게 찾아갈 수 있도록 '앱'을 통해 주문하도록 합니다. 


블랭크스트리트는 문제의식의 출발점에서부터 출발해 포지셔닝/고객 핵심 경험을 통해 빠르게 성장해 2023년엔 영국에 진출하면서 약 30개 정도의 매장을 더 오픈했습니다. 


다만, 지금은 다소 아쉬운 성장 모멘텀 

최근 들어 블랭크스트리스 커피 매장에 대해 찾아보면 '트럭창업'이 아닌 실제 매장이 들어선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가격혁신을 위해 트럭창업을 했던 이들이 일반 커피숍처럼 매장으로 들어서면 과연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까요? 


커피 원두 원자재가격 (2016년 ~2024년) 

최근 들어서 커피원두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도 문제입니다. 2020년 블랭크스트리트가 창업했을 당시 커피 원두 가격은 낮은 가격대로 형성되고 있었지만, 코로나 종식 이후 인플레이션이 찾아오면서 커피 원두가격은 높은 가격으로 치솟았습니다. 실제로 최근 블랭크스트리트는 영국에서 처음 6개월 동안 약 290만 파운드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회사의 가치는 1년 전 2억 1,800만 달러에서 1억 7,700만 달러로 하락했습니다. 




브랜딩에 대한 전략이 와닿지 않는 것도 아쉽습니다. 블랭크스트리트 커피의 시그니쳐 색상인 '그린'컬러를 사용하면서 이미지적인 인식은 전달되고 있지만, '왜 블랭크스트리트 커피여야만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시그니쳐 커피에 대한 애매한 모호성이 브랜딩에 대한 인식을 약하게 만드는 듯하고, 최근 들어선 블로그 후기들을 살펴보니 지점별로 다른 커피 맛으로 인한 고객 경험의 부재도 브랜딩에 대한 좋지 않은 부분이 보이고 있는 듯합니다. 


앞으로의 기대 : 테크기반의 커피회사

앞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최근 성장에 대해 제약이 걸려 보이지만 블랭크스트리트를 단순 '커피'회사를 넘어서 '테크' 회사로 바라보면 성장의 기회는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현재 판매 비용에 대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구독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는데 이 구독 프로그램을 통해 약 5,000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고 약 4,000명의 가입 대기자 명단이 있다고 합니다. 통합 약 9,000명의 회원들이 대기 중이란 의미인데, 3년 만에 그만큼 유의미한 앱사용자수를 확보했다는 의미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블랭크스트리트는 지역 타코 브랜드인 'King David Tacos'와 협업하여 'Powered by Blank Street'의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 있습니다. 당시 바쁜 현대인들을 타깃으로 아침 출근할 때 앱으로 주문을 하면 블랭크스트리트 트럭매장에서 커피와 함께 픽업하여 든든하게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하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는 '효율성 있는 경험'을 추구하는 블랭크스트리트의 고객 핵심 경험과도 부합하며, 매장을 픽업 거점으로 활용하며 지역 상권까지 같이 살릴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블랭크스트리트의 유의미한 앱사용 자을 기반으로 매장을 주변 지역 가게들과 협력하여 블랭크스트리트를 거점 픽업 장소로 이용하면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문화'를 제안하는 회사로 탈바꿈하면 어떨까요? 


소비자들은 커피와 어울리는 음식을 빠르게 픽업받을 수 있고, 주변 지역 상권들은 더 많은 잠재고객 확보를 할 수 있으며 블랭크스트리트 커피는 더 유의미한 고객 확보와 강력한 비즈니즈 확대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지 않을까요?



블랭크스트리트와 비슷한 길을 걸었던 이디야커피 

실은 한국도 전 세계 중에 커피의 격전지 중 한 곳입니다. 커피 소비량이 많은 나라 중 한 곳으로 속하기도 하니까요 블랭크스트리트 브랜드에 대해 알아보면서 문득 생각나는 건 '이디야 커피'였습니다. 


처음엔 프랜차이즈 중 가장 저렴한 커피와 적당한 맛으로 승부를 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코로나 시절 최저가 커피인 '메가커피/컴포즈커피'의 등장으로 영업이익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여러 커피숍에서 '왜 이디야 커피를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니 결국 쇄락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브랜드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보면서 결국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인 '왜 꼭 이 브랜드여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게 브랜딩이든 혹은 비즈니스이든 해답을 찾아가야 살아남는 브랜드가 되는 것 같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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