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브랜딩 스토리
전세계적으로 신발 시장은 '나이키/아디다스'등 특정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부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가 진입해서 시장을 형성하기엔 기존 브랜드들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편이죠. 그런데 작년 신발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이긴 신예같은 브랜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고프코어 열풍을 타고 등장한 '호카(HOKA)'. 처음 호카 브랜드 신발을 봤었을 땐, '엥 ? 이걸 이 가격에 산다고?''싶을 정도로 디자인과 가격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던 브랜드였는데요. 호카는 저의 의문을 이겨내고 5년만에 10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2023년엔 매출 1조 8778억 수준까지 상승하게 됩니다. 지금은 '나이키 대신 호카' 라고 말 할정도로 두터운 고객층까지 확보한 호카(HOKA)의 브랜딩 전략은 무엇일까요?
뉴질랜드 마오리족 언어로 '지구 위를 날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호카(HOKA)는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 출신의 니코 머무드(Nicolas Mermoud)와 장 뤼크 디아르(Jean-Luc Diard)가 창업한 브랜드입니다. 이 둘의 평소 취미는 달리기였는데요. 산 속에서 달리기를 하던 중, 고도가 높고 위험한 산의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면 일반 달리기뿐만 아니라 다치지 않고 마라톤 완주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제품입니다.
호카 탄생의 문제의식 :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산 중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
창업자들은 산속에서도 안전하게 타고 다니는 '산악자전거'를 떠올리며 험난한 지형을 안전하게 달리려면 큰 타이어처럼 큰 아웃솔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아웃솔을 과하게 부풀린 '오버사이즈 아웃솔'제품을 처음으로출시합니다. 사실 2009년 이들이 창업을 했을 당시 신발 업계엔 '미니멀리즘'의 신발들이 인기를 끌고 있어 이처럼 큰 아웃솔은 시장에서 환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시장에서는 호카 신발을 보고 못생긴 신발이라고 놀리며, 큰 아웃솔 때문에 '맥시멀리스트 브랜드'라고 불리우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신생브랜드 호카 입장에선 이렇게라도 이슈화 되는게 홍보 마케팅에 도움이 되었을겁니다.
호카는 오롯이 스타일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기능성'에만 초점을 맞춘 포지셔닝 전략을 취했습니다. 오버사이즈 아웃솔로 안전성을 갖추고, 무게는 가볍게 해서 정말 '마라토너'에게 필요한 신발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지요. 마라토너에게 안성맞춤으로 제작된 호카는 마라토너들에게 홍보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2010년에 울트라 러너 칼 멜처(Karl Meltzer)에 호카 신발을 소개하며 후원을 이어갔습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실제 2011년 1년만에 그는 첫 레이스에서 우승하며 그가 신은 신발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마라토너(=핵심 고객)에게 실제 신발을 신고 달리는 경험(=핵심경험)을 제공하면서 호카를 알리기 시작했죠.
사람들은 그것이 광대 신발처럼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어요. 나는 바위 위로 떠다니면서도 아무것도 느낄 수 있었거든요." — 칼 멜처
이후 호카는 울트라마라토너만 신는 신발이 아닌, 누구나 안전하게 뛰고 싶은 러너들을 위한 신발로 가치를 확장시키기 위해 2012년 올림픽 1500m 은메달리스트인 Leo Manzano를 2014년에 후원하기 시작합니다. 호카는 특정 엘리트러너 집단을 위해 존재하는게 아닌, '안전하게 달리고 싶은 러너'들을 위한 신발이며 고객들에게 '건강하게 뛰는 삶'을 제안하면서 말이에요.
호카의 고객과 라이프스타일제안 : 안전하게 뛰고 싶은 러너에게 건강하게 달리는 삶을!
'안전하게 달리는 러너를 위한 신발'로 포지셔닝한 호카는 미학적인 요소보단 '기능적'인 요소를 더 중점적으로 확장하며 입지를 굳혀왔습니다. '기능성'의 객관적인 고객 신뢰도를 얻기 위해 미국 족부의학협회 승인까지 받으며 별도 인증마크를 사용합니다.
마라토너를 위한 후원도 아끼지 않습니다. 초장기 핵심 고객를 위해 탄생했던 계기를 잊지 않게끔 마라토너 후원을 꾸준하게 이어오면서 사회적 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별도 테스트매장을 보유하면서 러너들에게 필요한 제품들을 만들기 위한 실험적인 정신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호카의 포지셔닝 전략 : 기능성을 중점에 둔 신발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호카는 2013년 창업주의 손을 떠난 브랜드입니다. 당시 데커스는 2013년 인수 당시 연 매출이 300달러였던 호카를 110달러에 인수는데, 당시엔 호카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도 않았고, 매출도 많지 않았지만 데커스 ceo는 호카의 잠재적인 성장력을 알아봤다고 합니다. 그는 호카가 갖고 있는 경쟁력을 이용하면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것이라고 확신을 했다고 해요.
저는 못생긴 별명이 상관없어요... 기본적으로 당신이 다르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당신은 뭔가 독특한 것을 소유하고 있어요. — Deckers CEO Dave Powers
"사실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한 브랜드는 거의 예외 없이 시각적으로 눈길을 끄는 어떤 종류의 품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리복의 에어로빅화는 다른 어떤 신발과도 달랐습니다. 테바, 킨, 어그, 닥터 마틴, 비브람 파이브핑거는 모두 시장에 출시되었을 때 소비자들이 " 와, 다르네요 ." 라고 말한 신발이었습니다.
실제로 호카는 2018년부터 5년동안 폭발적인 성장률을 만들어냅니다. 5년만에 10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2023년 매출은 1조 8778억원을 기록하죠. 호카의 기록적인 성장률엔 코로나 이후 건강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인해 형성된 고프코어 트렌드도 반영이 되었겠지만, 인수 후에도 호카가 갖고 있는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시키기 위한 데커스의 노력이 가장 크게 기여된다고 생각됩니다. 브랜딩이라는건 처음 추구했던 방향성을 갖고 일관되게 하나의 목소리로 꾸준하게 목소리를 내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다시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호카의 브랜딩을 공부하면서 보니, 문득 떠올려진 사람은 바로 '나영석 PD'였습니다. 어릴적 1박 2일 시절부터 좋아했던 PD였는데요. 1박 2일을 시점으로 신서유기, 윤식당, 삼시세끼 등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왔습니다. 그 덕분에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청자들은 나영석이 만든 콘텐츠를 보면 '믿고보는 나영석'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이며 시청하곤 했으니까요.
나영석 PD가 호카의 브랜딩과 닮아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의 콘텐츠속에 녹아있는 '인간다운 면모' 때문입니다. 에전이나 지금이나 방송국에서 제일 중요하게 평가되는 지표는 '시청률'입니다. 시청률이 성적으로 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예전부터 특히 예능은 '자극적인 콘텐츠' 위주로 더 많은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한 콘텐츠를 많이 송출했습니다. 그러나, 1박 2일 시절때부터 느낀 나영석 PD의 콘텐츠속에는 'PD-출연진-연출자-시청자'들의 관계를 늘 자연스럽게 노출하면서 웃기기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게 아니라 평소 지인들끼리 농담따먹는식의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어가면서 웃음포인트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1박 2일 뿐만 아니라, 신서유기, 삼시세끼, 윤식당을 보면 소소하게 하는 일상 대화를 콘텐츠화 하면서 멀리있지 않고,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는 삶처럼 비춰지며 웃음을 선사하지요. 그렇다 보니 나영석PD의 콘텐츠를 보면 농담따먹기처럼 출연진과 PD가 웃으면서 소통하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래서 일상속에 즐거운 콘텐츠를 보고 싶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나영석 콘텐츠를 찾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