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브랜딩 스토리
약켓팅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약과 티켓팅'이라는 단어를 줄여서 '약켓팅'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약과 구하기가 힘들다고 소문한 원조 약켓팅 장인, 더 약과에게 최근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더현대 팝업 스토어 예정이었으나, 취소되었다는 소식인데요. 최근까지도 '약켓팅'으로 입소문이 나있던 장인, 더 약과에게 어떤 일이 생긴 걸까요?
장인, 더 약과의 탄생 배경인 포천엔 예로부터 유명한 전통 한과 명장분이 살고 계셨습니다. 바로 제113호 기능 한국인, 제566호 식품분야 명장, 제26호 유과, 약과 명인으로 유명한 김규흔 명장님이신데요. 장인, 더 약과의 제조사인 '장인한과'가 바로 김규흔 명장님의 동생분입니다. 쉽게 말해 '장인한과'는 장인, 더 약과 브랜드의 제조사 OEM을 맡아 생산했습니다. 장인, 더 약과에서 '장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브랜드 네임으로 정한 이유가 느껴지시나요? 오랜 전통을 가진 명장님의 가문에서 만든 전통 약과로서 '장인 정신'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익숙해진 것은 늘 외면받기 쉽습니다. 전통 약과 또한 우리에겐 익숙한 간식 중 하나로 외면받기 쉬웠는데요. 김승태 대표는 장인이 만든 약과가 아무리 맛있어도 익숙함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 고객들에게 외면받기 쉽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주목한 게 전통약과를 만들 때 부서져서 나오는 '파지약과'였습니다. 마치 흑백요리사의 못난이 양파로 만든 '못난이 양파수프'처럼 같은 약과이지만 모양이 못생겼단 이유로 외면받았던 약과에 주목한 거죠.
결과는 대박이 났습니다. 단순히 '못난이 파지약과'라고 승부를 띄운 게 아니라 '못난이 파지 약과'만의 강점을 살려 마케팅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인, 더 약과의 마케팅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가격!
지금은 가격이 많이 올라 1팩당 6,500원으로 판매가 되고 있으나 초창기 출시 했을 당시엔 가격이 1팩에 2,000원으로 많이 저렴했습니다. 한과 장인이 만든 약과인데, 정품 약과의 1/2 가격이었으니 1팩에 2,000원이라면 한 번쯤은 도전할만한 가격대가 아닐까요?
두 번째, 파지약과만의 식감 강조
오롯이 파지약과만의 강점을 강조하기 위해 파지약과만의 식감을 강조했습니다. 바로 잘린 단면이 많이 '바삭하다'라는 점인데요. 약과를 먹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게 약과의 특징입니다. 정품 약과는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선호하는 분들에게, 파지약과는 바삭거리는 식감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리면서 파지약과의 차별성을 강조했죠.
세 번째, 입소문과 한정수량 판매
'유튜브'에 파지 약과의 입소문이 타기 시작하면서 전국 방방 곳곳 파지약과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당시 2,0000원 하던 파지 약과를 당근마켓에서는 3배 넘는 가격으로 거래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공급의 풍요는 수요를 감소시킵니다. 이점을 이용해 장인, 더 약과는 일주엘이 3번 온라인 한정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맛볼 수 있는 약과가 아닌 '약켓팅'에 성공한 사람들만 맛볼 수 있는 약과로요!
MZ세대의 전통과자 디저트를 선호하는 '할매니얼' 트렌드까지 가세하게 되면서 장인, 더 약과의 인기는 지속되었습니다. 포천에 한 곳이었던 장인, 더 카페는 전국 4곳으로 늘어났고 카페에서도 1인당 파지약과 개수를 한정으로 판매하면서 파지약과 품절 현상을 지속시켰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장인, 더 약과를 찾는 사람은 늘어났죠.
불과 최근까지 인기 몰이를 하고 있었던 장인, 더 약과가 이슈가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품질' 때문입니다. 장인한과 대표와 장인, 더 약과의 대표사이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라 이 브런치 글에서 자세히 다루진 않을 예정입니다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이슈 발생 후 소비자들의 반응입니다. 홈페이지에 가면 '맛이 예전과 다르다'라는 댓글도 보이고, '다신 안 먹겠다'라는 글도 보이니까요.
과거에 저도 장인, 더 약과를 맛본 적이 있었는데 평소 약과를 좋아하지 않던 저도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최근 포천에 갈 일이 있어 포천에 있는 장인, 더 카페에 방문했습니다. 마감시간이 다되어서 방문했던 터라 '혹시 약과가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토요일 주말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약과는 많은 재고로 남아있었습니다.
맛은 예전에 먹었던 것처럼 여전히 맛있었습니다. 바삭거리고 쫀득거리는 식감이 여전히 맛있는 약과였죠. 그렇지만, 꼭 장인, 더 약과를 먹어야겠단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가격도 1팩당 6,500원으로 비싼 편이었고 여기까지 와서 먹고 싶단 생각은 안 들었거든요.
사실 제가 장인, 더 약과를 좋아했던 이유는 장인, 더 약과 전달한 메시지인 '장인 정신'이었습니다. '장인 정신'으로 정성을 들여서 만들기 때문에 한정수량으로 판매하는 걸 이해할 수 있었고, 그 기다림 속에 먹는 맛은 장인이 그만큼 정성을 들여서 만든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장인, 더 약과에서 발견된 품질 이슈는 장인정신과 맞지 않는 행동 중 하나였고,
장인, 더 카페에서도 '장인 정신'의 요소들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현대와 전통의 어우러지는 모습들을 기대했었는데, 그냥 일반 카페와 특별하게 다를 게 없었죠.
본점 카페이었지만 장인, 더 약과만의 요소들을 볼 수 없었던 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장인, 더 약과 브랜드를 보면서, 오래 존속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