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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정 김밥은 왜 3대 김밥집이 되었을까?

오는 정 김밥, 기대를 뛰어넘어 제주를 김밥의 도시로 만든 힘

by VIta kim

아침 아홉 시, 제주 서귀포의 한 골목에 들어서면 이른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른 가게들이 문을 열 준비도 하지 않은 시간에 <오는 정 김밥> 앞은 북적입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예약을 확인하는 손님들로 카운터가 붐비고, 사장님은 “오늘 당일 픽업은 불가합니다. 내일은 가능하세요.”라고 알립니다. 어떤 손님은 급히 전화를 걸어 숙소 체크아웃 시간을 확인하며 여행 일정을 바꾸기도 합니다. 단순히 한 끼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여행 계획 자체를 조정하게 만드는 힘. 바로 이 지점에서 오는 정 김밥은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숨어있는 전략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이 있었던 오는정김밥집


오는정 김밥이 단순히 허기를 달래는 곳이 아니라, 여행 동선을 좌우하는 강력한 브랜드로 성장했음을 보여줍니다. 보통 음식점은 일정에 맞춰 방문하지만, 오는정 김밥은 거꾸로 여행 일정을 그 가게에 맞추게 만듭니다. 오는정 김밥이 갖고 있는 브랜드 힘은 무엇일까요?

오는정김밥의 시그니처 김밥 '오는정김밥'

김밥의 본질을 이해한 차별화, 기대불일치의 긍정적 효과

오는정 김밥의 가장 큰 차별화는 메뉴 자체에서 나타납니다. 오는정 김밥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원조 김밥'메뉴가 없습니다. 대신, '오는정 김밥'이라는 메뉴를 메뉴판 가장 상단에 적은 후 판매합니다. 처음 방문한 고객들은 오는정김밥이 흔히 일반 김밥과 비슷한 맛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주문을 하지만 실제로 맛보면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됩니다. 바삭하게 튀긴 유부를 양념해 밥과 함께 말아내는 방식은 일반적인 김밥과 확연히 달라, 손님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깁니다.


이러한 경험은 소비자 행동 연구의 기대불일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경험하기 전에 일정한 기대를 갖는데, 실제 경험이 예상했던 기대를 초과하면 만족도가 극대화됩니다. 고객은 “김밥은 평범하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주문하지만, 막상 한입 먹는 순간 예상치 못한 풍미를 경험합니다. 오는정 김밥은 고객이 상상한 평범한 맛을 뛰어넘는 긍정적 불일치를 제공해, 강렬한 만족과 재방문 욕구를 만들어냈습니다.


상권 입지와 아침 틈새시장 공략

오는정 김밥의 성공은 메뉴 차별화뿐만 아니라 상권과 운영 전략에서도 비롯됩니다. 가게는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인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지역은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동선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으며, 관광객 소비 비중이 높은 상권입니다. 관광객은 지역 주민보다 지출 여력이 크고, 여행 중 먹는 음식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합니다. 오는정 김밥은 이러한 특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또한 영업시간에서도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대부분의 주변 가게는 오전 10시 이후 문을 열지만, 오는정 김밥은 더 이른 시각부터 문을 열어 아침 수요를 선점했습니다. 김밥은 간단하면서도 영양을 갖춘 한 끼로, 여행을 서두르는 관광객에게 최적의 선택지가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 공백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오는정 김밥은 경쟁자가 없는 시간대에 독점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전략적 선택은 단순한 메뉴의 차별화를 넘어, 운영 시간까지 브랜드 경쟁력으로 전환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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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을 가득 채운 연예인 인증사진과 사인

연예인 찐 단골 입소문과 홍보 효과

가게 내부에 들어서면 벽면을 가득 채운 연예인들의 사인과 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단순히 스쳐 간 흔적이 아니라 여러 차례 방문한 발자취들이며, 일부는 자신의 SNS에 직접 후기를 남겨 ‘찐 단골 인증’을 남겼습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홍보와 벽면 가득 채운 인증사진들은 진짜 연예인이 방문한 김밥맛집이라는 신뢰도와 강력한 입소문 효과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소비자 심리에서 말하는 ‘사회적 증거‘의 효과처럼, 새로운 고객을 모객 할 수 있는 강력한 홍보수단이 되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행객의 46.5%가 방송이나 유명인 추천을 맛집 선택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오는정 김밥은 이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부터 이미 연예인들의 발자취를 통해 신뢰를 얻었고, 이는 곧 일반 여행객에게도 “꼭 가야 할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광고보다 강력한 신뢰, 그것이 오는정 김밥의 초반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었습니다.


오는정 김밥 사례를 적용한다면?

오는정 김밥의 사례는 자영업자들에게 많은 교훈을 줍니다. 무엇보다 상품의 본질을 깊이 이해한 뒤, 고객이 예상하는 경험을 뛰어넘는 작은 불일치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고객은 메뉴 이름만 보고 이미 맛을 상상하며 기대를 만듭니다.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적절히 벗어난 경험을 제공해야 차별화가 완성됩니다. 오는정 김밥이 성공한 이유는 김밥의 본질은 지키면서도 예상치 못한 식감과 풍미를 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일치는 어디까지나 즐거움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기대와 경험의 간극이 지나치면 혼란으로 전락합니다. 국밥을 주문했는데 차갑게 나오는 것 같은 경우는 대표적인 부정적 불일치입니다. 오는정 김밥은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불일치를 제공했기에 긍정적 효과를 냈습니다. 소상공인이 새로운 메뉴나 서비스를 기획할 때도 이 원칙은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오는정 김밥의 성공은 시장의 흐름과 상권 특성을 읽는 감각에서도 나왔습니다. 김밥이 다양하게 변주되던 시기에 자신만의 차별화를 제시했고, 관광객 중심 상권을 전략적으로 선택했습니다. 아침 공백 시장을 노려 경쟁자가 없는 시간대를 선점한 것도 탁월한 운영 전략이었습니다. 이는 자영업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내 가게가 위치한 상권의 특성과 고객의 생활 패턴, 운영 시간의 선택이 곧 브랜드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오는정 김밥은 상품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경험을 제공하며, 상권과 운영 전략까지 맞물려 성공을 거둔 사례입니다. 자영업자라면, “내 가게의 상품은 고객의 기대와 실제 경험 사이에 어떤 간극을 만들고 있는가?”, “그 간극은 혼란이 아닌 즐거운 차별화로 이어지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오는정 김밥처럼 여행지에 잠깐 들릴 수 있는 김밥집이 아닌, 목적지가 되는 브랜드 힘을 갖은 김밥집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찾고 싶은 경험이 남긴 의미

저 역시 오는정 김밥을 다시 찾으면서 그 특별함을 체감했습니다. 예약은 이미 마감되어 있었지만 어렵게 포장해 남편과 함께 맛본 김밥은 여전히 기대 이상의 만족을 주었습니다. 남편도 오는정김밥을 처음 경험했는데, 한입 먹자마자 ‘우와!’의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오랜 시간 사랑받는 가게가 있다는 것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소중한 사람과 공유하는 행복으로 이어지는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 제주 여행에서도 저는 또다시 오는정 김밥을 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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