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마술사' 신카이 마코토를 대표하는 작품 '언어의 정원' 영화리뷰
안녕하세요!
영화리뷰 작가 '로튼애플' 입니다.
여러분들은 한여름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녹음이 우거진 숲,
찌는 듯한 한여름의 더위,
혹은 바닷가로의 피서...
여러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질 겁니다.
이번에소개해 드릴 영화는
대표적으로 여름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여름의 많은 이미지중
‘장마’라는 이미지를 가져왔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언어의정원’ 인데요.
빛의 마술사라는 평가답게
이 작품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영상미의 끝을 보여줍니다.
섬세한 작화와 단순한 이야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장면은 물론이고,
만원 지하철에서 밀려나가는
사람들의 찌뿌린 얼굴,
의미없어 보이는 골목길까지…
정말 ‘섬세함이란 이런 것이다’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으로,
언어의 정원은
극사실주의 화가의 작품을 들여다보는 듯한
황홀함을 선사해줍니다.
섬세한 영상미에 비해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구두 직공을 꿈꾸는 15살 타카오와
왜인지 초콜렛에 맥주 한 캔을 즐기는
유키노의 장마철의 만남과 사랑을 그려냅니다.
낯선, 하지만 운명적인...
이름도, 나이도 모르고
우연히 비를 따라 다다른 정자 한 곳에서 만난
두 사람의인연은 장마와 함께 깊어집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인사로 시작했던 사이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같이 도시락을 나눠먹고,
꿈에 대해 이야기 하는 등
점점 깊은 속내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어 갑니다.
빗줄기와 함께 찾아온 만남은
장마 동안 꽤나 잦은 만남을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장마가 끝나고 8월이 되니
만날 기회는 차츰 줄어들게 됩니다.
갈등이 고조되는 언어의 정원의 '8월'
타카오와 유키노는 장마의 끝을 아쉬워하는데요.
그런 와중에도 타카오는 여름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바쁜 날을 보내고,
유키노는 비를 기다리며
여전히 그 정자에서 타카오와의 만남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녀의 독백 속에서
그녀가 처한 상황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됩니다.
왜 그녀가 출근도 하지 않고
공원 정자에서 한가롭게
초콜렛과 맥주나 마시고 있는지 말이지요.
하지만 그녀의 행동에 구체적인 이유는
영화 중반까지도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집니다.
사실은 금지된 사랑(?)
그렇게 방학이 지나 개학 시즌이 돌아옵니다.
타카오는 개학날 학교에서
눈에 익은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사람이 바로 유키노였습니다.
유키노는 타카오가 다니는
학교의 고전 문학 교사였고,
그녀가 출근하지 않았던 직장은
바로 학교였던 것입니다.
친구들과 대화를 하던 중
유키노가 왜 출근을 하지 못할 정도의
트라우마를 겪는지 타카오는 알게 됩니다.
그리고 타카오의 분노의 화살은
바로 그 원인 제공자를 겨누게 되는 것이죠.
진정한 사랑을 하는 타카오와 '쇼윈도 남친'
타카오가 그렇다고 이 문제를 해결해주고,
유키노가 복직하는 것은
이 영화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타카오는 원인 제공자 선배에게
맞고 오게 되고,
유키노는 끝내 학교로 돌아오지 않게 되니 말이죠.
하지만 그의 행동을 통해,
그가 얼마나유키노를 위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이 모습은 유키노의 전 남자친구였던
‘이토’와의 통화에서
선명한 대비를 통해 더 잘 느껴집니다.
마치 깨질 것같은 물건처럼
유키노를 다루고 있다는 이토는
‘사실 그렇게 유키노를 위했던 사람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생깁니다.
그녀가 가장 힘든 시기였던 그 때,
이토는 유키노를 믿어주지 않으며
그녀의 편에 서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퇴직 소식을 접할 때도,
안타까움을 표하기보다는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어쩐지 남의 일을 관망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베란다 너머로 비치는
여자의 실루엣을 보건대,
아직도 과거 일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유키노와는 달리
그는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작 아무 사이도 아닌 타카오는
그녀가 가장 힘든 시기에,
그녀를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힘든 시기에 자신을 지켜주지 않았던
이토와의 선명한 대비를 통해,
타카오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다음날,
타카오는 유키노가 첫 만남에 자신에게 남긴
단가에 답을 하며, 공원을 찾습니다.
그리고갑작스레 쏟아진 비.
다음 날 역시 둘의 만남을 이어준 것은
‘비’라는 매개체 였죠.
'언어의 정원' 결말은?
유키노와 타카오는
결국 성공적인 만남을 이어갈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답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 둘의 만남은 우리들의
첫사랑과 닮아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들의 만남은 그리 세련되지도,
또 그리 빠르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서로를 위하는 진심이 있고
조금은 서툴지만 귀여운듯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그려낸 초록색과
빗물에 번져 조용히 우리에게 스며들어 옵니다.
화려하진 않아도 풋풋한 이 커플을
자신의 첫사랑에 투영하여,
영화를 보는 내내 유키노와 타카오를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영상미'와 '긴 여운'
또 이 영화를 보면
편안한 휴식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억지스럽게 누군가 관계를
진전시키려고 서두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생활 속, 짧은휴식처럼 상대를 만나고
이야기를 할 뿐 이죠.
고요한 정원 풍경과
상쾌한 빗소리도 상당 부분 기여하지만,
이는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합니다.
46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인 이 영화.
하지만 러닝타임과 다르게 잔잔하지만
오랜여운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한 여름의 소나기 같은 영화.
첫사랑의 풋풋함과 아련함이 공존하는 영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언어의 정원’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kONy0HRwpI&lc=z22ijru52wjzd5r31acdp4320eosrvaekjbr2lj4katw03c010c
<영상과 함께 '언어의 정원' 리뷰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사진은 '네이버 영화'를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