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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튼애플 Aug 26. 2019

타임슬립 로맨스의 교과서 같았던 영화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리뷰 및 해석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중적으로 유명한 건 '어바웃 타임'일 것이고,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당신 , 거기 있어줄래요' 또한 전형적인 타임슬립 로맨스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일본 영화 중에도 타임슬립이란 소재로 만들어낸 멜로 영화가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후 최고의 일본 멜로물로 꼽는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가 말이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줄거리


언제나처럼 지하철로 통학을 하고 있던 다카토시. 그는 같은 지하철에 타고 있던 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그래서 큰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전화번호를 묻지만, 돌아온 건 핸드폰이 없다는 이야기.


하지만 거절인 줄 알았던 에미의 말은 거절이 아니었다. 이후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두 사람.


그러다 지하철이 들어오고 에미가 떠나려는 순간, 다카토시는 다음 만남에 대해 묻자 펑펑 눈물을 흘리는 에미.


다음 날, 과제를 하기 위해 동물원을 찾은 다카토시. 그런데 약속을 잡지도 않았던 에미가, 뒤에서 나타난다. 분명히 어디서 만날지 이야기하지도 않았는데 불쑥 나타난 그녀를 보며 놀라는 다카토시.


이후 친구 우에야마에게 등 떠밀려 잡은 데이트 약속.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보고, 카페도 가며, 두 사람은 부쩍 가까워진 듯 보이는 두 사람.


그리고 그 날 저녁, 함께 공원을 산책하던 다카토시와 에미. 이때 다카토시는 용기를 내, 그녀에게 고백을 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정식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하루는 다카토시가 집을 데려다주다, 처음으로 손을 잡게 되는데, 이 타이밍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에미.


이뿐만이 아니라 에미는, 이야기한 적도 없는 다카토시 어머니의 비프스튜 비법을 알고 있다거나, 다카토시의 그림이 전시실에 붙을 거라는 걸 다 알고 있었다. 


다카토시 역시 이상함을 눈치채고 그녀에게 캐묻기도 하지만, 가벼운 농담처럼, 이 상황을 모면했던 에미. 그런데 다카토시의 집에 그녀가 수첩 하나를 두고 가게 된다. 그 안에 있던 건 마치 지나간 일처럼, 적혀있는 미래의 일들.


이때 걸려온 그녀의 전화. 그리고 내일 모든 걸 털어놓겠다고 밝히는 에미.


다음 날, 다시 만난 그녀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꺼내 놓기 시작하는데, 그녀의 이야기에 따르면 에미와 다카토시는 시간의 흐름이 정반대인 세계에 살고 있으며 5년에 딱 한 달. 이 한정된 시간만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듣던 다카토시는 당연히 그녀의 이야기를 믿지 않지만, 그녀가 가져오라던 상자에는 다카토시의 부모님과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은 에미와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천생연분이라 생각했던 그녀와 지내온 모든 날들이, 미래의 일들을 미리 알고 행동한 그녀의 연극이라 생각하게 된 다카토시.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인정하려 들지 않고 상처를 주게 된다. 과연 이 두 사람의 사랑은 해피 엔딩이 되었을까?


풋풋한 감성의 로맨스 영화


이 영화는, 로맨스 작품인 만큼 두 사람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곳곳에 묻어 있었다.


처음 에미를 보고 첫눈에 반한 다카토시의 설레는 마음, 용기를 내 물어본 그녀의 전화번호, 그리고 연인 사이로까지 발전한 두 사람의 관계까지.


영화는 스무 살의 풋풋한 사랑을 시작하는 두 사람을 절로 응원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버린다. 비록 두 사람이 완벽한 사랑 같아 보이지도, 서로에게 진심이라는 것이 잘 보이지 않았어도 말이다.


첫눈에 누군가에게 반해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건네는 건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 또한 그 자리에서 바로 호감을 갖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일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스무 살이라는 이들의 나이가, 설레어하는 듯한 모습이, 다소 서툰 표현 방식이, 오히려 이러한 사랑을 더 응원하게끔 만들고 있었다.


뒤틀린 시간 속에서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건, 뒤틀려버린 시간의 흐름이다. 작품은 다카토시의 시선에서 흘러가는데, 정작 그의 연인인 에미는 완전히 정반대의 시간 흐름을 겪게 된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가까워지는 사이가 되는 다카토시와 달리, 그녀는 하루하루 어색해져 가는 다카토시를, 그저 바라만 봐야 했다.


이 때문인지 에미는 항상 이상한 타이밍에 눈물을 보였다. 처음 손을 잡던 날, 고백을 받았던 날, 심지어 첫 만남이 있던 날까지. 의미를 알 수 없었던 그녀의 눈물은 이 비밀이 밝혀지고 나서야, 이해가 되는 부분.


하지만 정작 이러한 상황에 더 큰 불만을 가졌던 건 다카토시 쪽이었다. 그녀에게 진심이란 없으며, 그저 노트에 적힌 대로, 충실히 수행하는 배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여겼던 것.


물론, 다카토시의 입장도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다. 자신은 순수한 사랑이라고 느꼈는데, 상대는 미리 알고 있던 일들을, 상황에 맞게 끼워 맞췄던 것에 불과했다면, 당연히 기분 좋게 이를 받아들일 사람은 없을 테니까.


사랑을 지키려던 에미의 노력


하지만 더 괴롭고, 더 힘든 상황을 견디고 있는 건 당연하게도 에미. 점점 친근했던 호칭이 딱딱한 존칭으로 변하고, 자연스러웠던 스킨십이 이제는 할 수 없는 것이 되어가는 상황.


계속해서 무언가를 잃어가야만 하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에미는 더 활짝 웃으며 다카토시에게 좋은 여자 친구로 남고자 했다.


이런 에미의 헌신 속에서도, 두 사람의 만남은 끝을 향해 간다. 아무리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한다 해도, 5년을 주기로 딱 한 달만 허락된 두 사람의 사이는, 결코 이뤄질 수 없던 사랑이었다.


타임슬립 로맨스 영화의 모범 답안


이렇게 슬픈 운명 앞에 놓여있던 것이었을지는 몰라도, 두 사람의 사랑만큼은 그 빛을 잃지 않고 영화 내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과 두 사람의 진심이 스크린 너머로 잘 전해왔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사실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는 다루기 힘든 소재 중 하나다. 너무 과도하게 시간을 틀어버리면,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너무 평이하게 흘러가면 '타임슬립'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니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적절한 타임슬립적 요소를 넣음과 동시에 이 영화의 본질, 즉 로맨스에도 충실했던 작품이다. 타임슬립 소재는 두 사람의 사랑을 좀 더 애틋하게 만들 뿐,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았으며, 두 사람의 슬픈 운명의 당위성을 제공했다.


아주 독특하거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류의 타임슬립은 아니었지만, '타임슬립 로맨스'라는 교과서가 있다면 그 맨 뒤에 붙어있을 만한 모범 답안 중 하나가 이 영화가 아니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jwpnxe7q2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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