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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튼애플 Nov 01. 2019

<니나 내나> 가족이 가족일 수 있는 이유

독립영화 <니나 내나> 영화 리뷰 및 줄거리

가족의 의미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는 핏줄로 연결되어 있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가족이라 일컫는다.


혈연으로 엮여 있는 관계이자,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만큼 가족이 주는 의미는 유달리 끈끈하고 돈독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가족이 그러할까? 모든 가족이 서로 잘 이해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걸까?


이에 대한 답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No”이다. 어떤 가족들은 화목하게 잘 살아가는 반면, 어떤 가족들은 서로를 죽이는 일까지 벌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사례가 있음에도 ‘가족’이라는 단어는 특별함을 주고, 따뜻함을 준다.


사람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건 너무나 당연하게도 가족, 그리고 집이라는 배경과 공간이 갖춰졌을 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가족의 의미에 대해 작은 물음을 던지는 것 같은 독립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이동은 감독의 영화 <니나 내나>가 바로 그 주인공.


영화 니나 내나 줄거리

영화는 오래전 집을 떠난 어머니의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소중한 아들이었던 수완의 죽음 이후, 어머니는 돌연 자취를 감추고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보내온 편지에는 ‘보고 싶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어머니란 단순히 집을 떠난 존재일 뿐 아니라, 돈까지 가지고 튄 원수이자, 자신들의 삶을 불행하게 만든 악랄한 존재이다. 당연히 이를 보고 반가워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미정과 경환, 그리고 재윤은 어머니의 편지가 온 파주의 병원으로 가보자고 한다.


이들이 살고 있는 진주에서 파주는 땅과 땅끝. 이 제안을 듣고 재윤은 못마땅해하며 억지로 여행길에 오른다.


미정의 딸 규림까지 네 명이 함께 떠난 파주 가는 길. 하지만 만삭의 아내를 두고 있던 경환에게 아내가 출산을 할지 모른다는 긴박한 연락을 받는다.


경환은 어머니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자신의 아내이자 자신의 자식이 태어날 순간을 놓칠 수가 없어 고속버스를 타고 진주로 향한다.

졸지에 세 명이 되어버린 이 가족은 파주로 가는 길을 재촉한다. 하지만 규림이가 화장실이 급하다는 통에 다시 자동차는 얼마 가지 못해 또 멈춰버린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 도착한 파주의 한 병원. 그곳에서 어머니를 찾지만 그런 환자는 없으며, 자세한 내용은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직원.


한참을 고민하다 이들은 편지 봉투에 적힌 주소로 찾아가 보기로 한다. 주소지가 가리키고 있는 건 허름한 칼국수집. 게다가 불도 꺼져 있고, 장사를 하는지도 의심스러운 모습.


이때 재윤이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한 여자가 나타난다. 그런데 그 여자는 이들이 찾던 어머니는 아니었다.


게다가 말을 하지 못하는 듯 수화와 노트에 글을 써서 보여주는 이 여자.


과연 이들의 어머니와 칼국수집 여자는 어떤 관계였을까? 그리고 이들은 어머니와의 해묵은 갈등을 씻어낼 수 있었을까?


가족이라는 이름의 짐

보통의 사람들이 가장 긴밀한 유대와 가장 많은 애정을 가지게 되는 집단이 가족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가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아들 수완의 죽음 이후 가출을 선택한 어머니를 보고 이들은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벽을 쌓아왔다.


먼저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는 미정을 보자. 겉으로 봤을 때 그녀는 누구보다 가족에게 충실한 사람이자, 헌신적이 사람이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 뒤에 진심은 없다. 말 그대로 ‘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던 것뿐이지, ‘진짜 어머니’가 되지 못한다.


미정은 단순히 어머니가 뱉었던 말들, 어머니가 했던 행동들을 흉내 낼뿐이었다.


동생들의 진짜 고민이 뭔지, 가면 뒤에 숨긴 민낯의 모습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어머니가 해왔던 행동들을 자신이 하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녀의 행동에 진심은 없다. 그래서 재윤이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을 때 그녀는 적잖게 당황해 버린다.


분명 자신이 가족을 지켜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이 가족을 단단히 붙잡고 있던 건 둘째인 경환 쪽이었다.


얼핏 보면 약간은 무뚝뚝한, 덤덤한 성격의 경환은 막내 재윤이의 비밀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재윤이 말하지 않고 있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비밀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만큼 경환은 배려심 깊은 사람이었다.

막내 재윤은 가족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멀리하는 인물. 그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거추장스러운 짐 더미처럼 느낄 뿐이다.


이에 미정은 어머니의 가출과 연결해서 생각하지만, 재윤의 상처는 그것보다 훨씬 예전부터, 더 깊게 패어있었다.


그걸 모르고 엄마 노릇을 하려는 척하는 미정에게 재윤은 더 큰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엔 입을 닫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의 비밀을 알게 된 미정이 왜 말을 하지 않았냐고 그를 추궁하자 그는,


가족이라서 말 못 하는 거도 있는 거야

그렇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비밀을 공유할 수는 없다. 오히려 너무 가깝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미정은 엄마 흉내를 내기 바쁘다. 뭐든 이야기를 해야만 가족인 것처럼, 뭐든 잔소리를 해야 엄마가 되는 것처럼. 의미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유대감

하지만 이 답 없어 보이던 형제들을 뭉치게 한 것도 결국엔 가족이었다.


아무리 이들이 싸우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도, 기본적으로 이들은 가족이라는 바탕 위에 서 있다.


떼어내려고 해 봐도 결국엔 붙어버리는 자석처럼, 서로를 열심히 밀어내던 이들도 결국엔 착 붙어버린다.


그런데 멀어진 이들 사이를 좁혀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의 존재. 평생을 저주하고 원수 대하듯 지내왔지만, 어머니의 ‘보고 싶다’라는 말에 형제들은 한데 뭉쳤다.


그리고 냉랭한 분위기 속 출발한 차에서 수많은 사건들을 겪으며, 이들은 다시 가까워진다.


서로가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하나 둘 늘어놓고, 그동안 꽁꽁 숨겨두던 진실이 들켜버리면서 말이다.


이들은 가족 때문에 상처 받았고, 가족 때문에 바뀌어야 했다.


하지만 결국 가족에 의해 치유받는다. 부정하려 해도 가족은 누구보다 믿을 만한 사람이었고, 차갑게 대하려 해도 따뜻한 메아리로 받아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다소 뜬금없는 전개?

영화는 어머니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꽤 좋은 짜임새로 흘러간다. 하지만 몇몇 장면에서 다소 뜬금없는 전개도 눈에 띄었다.


먼저 카센터에서 일하는 현중이가 할아버지뻘인 미정의 아버지를 밀쳐 다치게 한 사건이다.


이는 미정의 아버지가 치매가 심해지는 원인이 되며, 죽은 수완을 더 그리워하게 트리거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만큼은 개연성이 꽤 많이 손상을 입는다.


치매가 심해져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고, 현중을 수완으로 착각하기에 이른다는 이야기인데, 영화의 진행상 꼭 필요한 부분이었을까 싶었다.


현중이가 나오는 부분을 송두리째 드러낸다 해도, 영화의 흐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이 사건은 영화의 굵직한 사건과 큰 연결성을 지니지 못한다.


수완을 그리워하며 형제들이 뭉치는 과정을 더 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듯 보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부분이 없었다면 더 깔끔한 이야기 진행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가족이 가진 힘을 믿다!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단순히 독립영화라는 프레임에 갇혀, 이 영화를 피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물론 보는 관객들에 따라 억지 감동을 쥐어짜는 듯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스토리의 개연성을 불어넣어 이러한 느낌이 들지 않게 판을 잘 짜두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주인공들의 경험과 맞닿아 있는 경험이 있어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더 잘 된 거 같기도 했다.


가족에게 상처를 받았지만, 결국 가족에게 치유를 받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너무  이야기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해관계나 손익을 따질 수 없는 사이, 그리고 끊어내려야 끊어낼 수 없는 가족 간의 유대를 그린 영화 <니나 내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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