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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튼애플 Mar 15. 2020

<다크 워터스> 국민들을 서서히 독살시키던 글로벌 기업

듀폰이 저질렀던 만행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다크 워터스 리뷰 및 해석

젖소 190마리의 떼죽음. 그리고 이걸 이상하게 생각한 테넌트가 대형 로펌인 태프트를 찾아가며 영화는 시작된다.


테넌트가 찾은 건 이 로펌 소속인 롭 빌럿. 테넌트의 이웃 중 한 사람이 롭의 어머니였고, 그녀의 소개를 받아 이곳을 찾은 것.


영화 다크 워터스 줄거리


롭은 시골에서 자신을 찾은 이 농부에게 큰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가 괜한 피해의식의 휘말려 있는 것이고, 설령 사건을 맡는다 해도 큰 이득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가 남기고 간 비디오테이프를 보던 롭은 생각이 바뀌게 된다. 이유 없이 말라가는 젖소들과 이상한 병에 시달리는 그의 동물들. 적어도 이 사건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던 건 충분히 알 수 있는 단서들이었다.


하루는 테넌트의 농장을 직접 찾게 된다. 쓸데없이 비대해진 쓸개와 뒤틀린 발굽 등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롭은, 더 이상 공터가 아니라 공동묘지로 전락한 그의 뒷산을 보고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 길로 롭은 이 사건에 착수하게 된다. 화학 기업을 주로 변호했던 롭에게는 고객을 등져버리는 결단이었지만, 눈 앞에 놓인 진실에서 고개를 돌릴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사건을 조사하던 롭은 ‘듀폰’ 사의 환경 평가 자료를 요청한다. 하지만 환경국을 통해 들어온 자료는 듀폰이 배출하는 오염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


그러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가는 롭. 화학 기업 총수까지 참여하는 파티를 찾은 그는 듀폰의 담당자를 찾아가 정보를 요구한다. 그러자 듀폰은 한 방을 꽉 채울 정도의 서류 더미를 그에게 보내온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쯤에서 그만뒀겠지만, 그의 집념은 이 모든 서류를 파악하게 했다. 그리고 PFOA. 다른 말로 'C-8'이라는 물질이 공장 노동자는 물론, 듀폰사에서 만들어지는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화학 전문가는 아니었던지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던 그는 다른 전문가를 만나 이 물질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다. PFOA의 오염된 물을 마시면 어떻게 되냐고 묻는 롭의 질문에 전문가는,


내가 타이어를 삼키면 어떻게 되겠나?

그러자 듀폰이 보내준 정보의 진위가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왜 여성 노동자를 생산 라인에서 몽땅 빼버렸으며, 왜 테프론 코팅 물질을 섞은 담배를 지급했는지. 그리고 왜 그들의 생쥐 실험에서 수많은 기형아가 태어났는지 퍼즐이 맞춰진 것.


이 사실을 듀폰에게 들이밀자 그들은 자신들이 정보를 숨겨왔음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듀폰 공장의 폐수와 근처 지역 주민들의 발병. 두 사건의 역학 관계를 확실히 밝히지 못한다면 자신들은 어떤 책임도 질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게 된다.


첫 공판에서 듀폰은 자신들이 유출하는 폐수에서 PFOA 성분이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극히 미미한 양에 불과하며, 인체에 전혀 무해한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처음 밝혔던 인체의 무해한 기준인 10억 분의 1ppm이란 기존 입장을 뒤집고, 10억 분의 150ppm 이하라면,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이야기한다.


당연히 원고 측이었던 롭은 이 조사를 믿지 않는다. 그는 제대로 된 환경 평가와 함께 지역 주민들의 피해 정도를 조사하고 치료 비용까지 듀폰에서 대야 할 것을 주장하고 나선다.


거대 글로벌 기업이자 연 매출 25조 원의 공룡 기업 듀폰. 그리고 이를 상대하는 쪽은 롭 빌럿 단 한 명.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보이는 이 재판에서 롭은 피해자 측의 권리를 제대로 지켜낼 수 있었을까?


실제 사건이라 더 무서운 영화


이 작품은 1998년, 농부인 윌버 테넌트의 의뢰로 시작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상한 증상을 앓거나 죽어나가는 동물들을 보며 그는 이 사건을 롭에게 의뢰하게 된다.


치아를 변색시키고, 돌의 색깔까지 변하게 만든 듀폰의 폐수. 그 폐수 안에는 PFOA라는 화학 성분이 담겨 있었다.


‘PFOA’란 C-8 이라고도 불리는 과불화화합물의 일종이다. 듀폰사에서 개발한 물질이자, 원래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탱크를 방수 코팅하기 위해 개발된 물질.


그런데 듀폰은 이를 가정에서 이용하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프라이팬의 코팅 물질로 이를 사용했으며, 유아 매트, 콘택트렌즈에 이르기까지. 실생활에서 폭넓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래 가정용으로 개발된 물질이 아니어서였는지, 이는 큰 장점을 가졌음에도 치명적인 단점을 드러냈는데, 그 단점은 이 화합물이 바로 발암물질이 되어버린다는 것.


이를 이용해 만들어진 프라이팬으로 요리를 해 먹은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이 PFOA에 오염되어 버린다. 공장 폐수에도 자연스레 흘러 들어갔으니 테넌트의 동물들이 죽고, 지역 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급격히 오르게 된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럼에도 듀폰은 자신들의 혐의를 끝끝내 부인했다. 증거가 나와있으니 불리한 상황이지만, 사건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며 장기전으로 돌입한다면,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듀폰이 끝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98년에 의뢰된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는 데에, 20년이 가까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보통의 변호사였다면 일거리가 끊기고, 스트레스성 질병이 생겼을 때 포기했을 가능성인 높다. 그렇다면 듀폰이 그려왔던 대로 그들의 무난한 승리. 그리고 진실의 은폐까지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롭 빌럿은 그렇지 않았다. 지속적인 감봉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까지 그는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듀폰의 항복을 받아낼 때까지 그는 멈추지 않았고, 여러 소송에서 승소를 하게 되며 '듀폰'으로 하여금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만들었다.


재밌는 건 듀폰이라는 기업이 환경 보호와 건강을 슬로건처럼 내걸었다는 것이다. 노동자 친화적인 기업이자 환경 친화적 기업으로 대내외적 평가가 모두 좋았던 미국의 대표 기업 듀폰은, 그 추악한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모든 걸 숨기려만 했다.

지금의 우리는 안전할까?


안타깝게도 PFOA의 사용은 2015년에서야 금지되었던 지라 이미 전 인류. 아니 전 세계에 있는 생물의 99%가 이 화학물질의 오염되었다고 한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이 아니고, 영화에서처럼 직접적인 피해자를 규명하기 어려웠던 만큼, 우리의 피부로 와 닿는 충격은 다소 약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점을 약간만 바꿔봐도 비단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2001년부터 판매된 글로벌 기업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접목시킨다면 말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말 그대로 가습기를 살균하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안내 사항에 이런 문구 대신 물과 혼합해 사용하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고, 이는 치명적인 폐 질환의 시발점이 되어버린다.


가습기를 살균하고 씻어 버려야 할 물질이 담긴 채로 가습기는 가동되었고, 이 가습기의 장기간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만성적 호흡기 질환에 시달려야만 했다.


사건의 경과도 영화와 비슷했다. 제조사의 안일한 문제 인식, 정부의 미흡한 관리. 그리고 사고 발생 후 책임을 떠넘기려고 노력하는 모습까지. 배경과 상황이 달라졌을 뿐, 영화 속 PFOA 문제와 아주 많이 닮아있었다.


안타까웠던 건 이러한 재난이 불행했던 과거의 한 사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었다. 여전히 듀폰사의 폐수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았던 3,000명이 넘는 피해자들은 소송이 진행 중이다. 마찬가지로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를 입었던 우리나라 피해자들의 소송도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 속 설정으로만 머물러줬으면 하는 연출들이, 우리의 목을 조르고 있는 위험요소로 여전히 남아있다는 건 슬프고도 무서운 일이다.


씁쓸한 여운을 남겼던 영화 <다크 워터스>


작품의 마지막쯤에서 롭은 이런 말을 한다.


결국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슬프게도 맞는 말이다. 국가의 존립 이유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고, 모든 국민들을 위해 정부가 돌아가는 만큼, 사실 이 몫은 국가가 떠안아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 국가가 돈 혹은 다른 어떤 요소로 인해 국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스스로 지키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봐야 하니 말이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유난히 씁쓸했던 뒷맛을 남겼던 이유는, 바로 우리의 삶과 이렇게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여러 사회 문제가 터질 때마다 국가도 국민을 위해 어떤 액션을 취하기는 하지만, 모든 국민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만한 대응을 제때 해주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안일한 정부 인식이 국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기도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줄 수 없는 정부만을 믿을 수는 없기에, 능동적으로 자신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영화는 이야기하고 있었다.


https://youtu.be/1QDPiu1bz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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