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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튼애플 Mar 19. 2020

<호텔 뭄바이> 테러 속에서도 빛난 호텔 직원들의 헌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호텔 뭄바이 리뷰

때는 2008년 11월 26일. 한 무리의 청년들이 보트에서 내려 택시를 잡는다


어딘가로 이동하는 내내 누군가에게 지시를 받는 듯한 이들. 이들의 정체는 무장 테러리스트들이었고, 지령을 받은 대로 기차역에서 사람들을 학살하게 된다.


호텔 뭄바이 줄거리


이들을 쫓아온 경찰에게도 총알 세례를 선사함으로써 추격자까지 완전히 제거한다.


그리고 식당 직원을 총으로 저격하고, 수류탄까지 투척하는 이들.


이 혼란 속에서 살아남은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은 근처에 있는 타지 호텔로 피신을 한다.


하지만 피난 온 사람들을 받는 과정에서 테러리스트도 섞여 들어왔고, 이들은 본격적인 테러를 감행하게 된다.


난리 속에서도 호텔 직원 아르준은 고객들을 안심시킨다. 호텔 프런트 직원은 객실에 전화를 걸어 안전을 위해 방 안에 있을 것을 당부하기도.


한편, 자흐라와 데이빗의 아이를 돌보던 보모 샐리도 이변을 알아차린다. 호텔 식당에 갇힌 자흐라의 전화를 받던 도중, 피투성이의 할머니를 방에 들이게 된 것.


총소리까지 울려 퍼지자 옷장에 몸을 숨긴 샐리. 곧 테러리스트들이 방에 들이닥쳤고, 이 방으로 피신 왔던 할머니를 끝내 사살하고 떠난다.


아이가 살아있다는 소식에 안도했지만, 아이를 구하기 위해 객실로 가겠다는 데이빗. 이에 아르준은 너무 위험하다고 그를 말린다.


하지만 끈질긴 아르준의 만류에도 식당을 박차고 나온 데이빗. 그는 엘리베이터에 잠입하는 데까지 성공한다.


그런데 4층으로 올라가던 도중, 3층에서 테러리스트가 엘리베이터를 잡았고 위기에 놓이는 데이빗. 


다행히 테러리스트들이 음식에 정신 팔린 때를 노려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고, 총탄 세례를 피해 4층의 샐리가 머물던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간발의 차로 들키기 전에 객실로 들어온 데이빗. 그는 아이가 무사하다는 걸 보고 안도하지만, 화장실에 쓰러진 할머니 시체를 보며 큰 문제가 발생했음을 비로소 체감하게 된다.

한편, 호텔 식당의 셰프였던 오베로이는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직원용 계단은 발각되지 않은 만큼, 이를 이용해 고객들을 대피시키고자 했던 것. 그리고 언제나 그의 입버릇 같았던 말이 다른 직원의 입에서 나오는 데,


고객은 신입니다!

직원들을 지휘한 건 오베로이였다면, 식당 고객들을 지휘해야 했던 건 아르준. 그는 직원용 계단이 안전하다는 걸 확인한 후에 고객들을 대피시킨다.


그렇게 호텔에서 가장 안전한 챔버에 도착한 고객들. 그리고 오베로이는 이들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한다.


그 사이, 뭄바이 경찰들은 테러범 몰래 호텔에 잠입한다. 이들을 잡아내기 위해 뒤를 쫓던 경찰들. 하지만 권총 하나로는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테러범을 잡기에는 무리였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찰들이 사상자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경찰도 무기력하게 제압당한 상황에서, 호텔 고객들 간의 내분까지 일어난다. 힌디어를 쓰던 자흐라에게 테러범과 같은 언어를 쓴다고 적개심을 내보이는 영국 노인.


아이와 보모를 데려가기 위해 4층에 갔던 데이빗 역시 테러범과 마주치며 위기에 놓인다. 아이와 샐리는 벽장에 숨겼지만 그는 결국 테러범에게 인질로 잡히게 된 것.


한편 수류탄 폭격을 피해 살아남은 경찰 둘은 아르준의 안내를 받아 CCTV실로 이동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이때, 경찰이라며 한 남자가 챔버의 문을 두드린다. 이를 지켜보던 아르준은 곧장 오베로이에게 전화해 함정임을 알린다. 그때 허둥대던 투숙객 하나가 유리잔을 깼고, 자신의 정체가 들통난 걸 알게 된 테러리스트는 문을 향해 소총을 휘갈긴다.


테러범에게 완전히 점령당한 타지 호텔. 델리에서 특공대 병력이 오려면 아직 오랜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


이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건, 호텔 직원들과 경찰 둘이 전부. 과연 이 악조건 속에서도 직원들과 고객들은 생존할 수 있었을까?


실제 테러사건을 옮겨오다


이 작품은 2008년에 벌어진 뭄바이 테러 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파키스탄에서 조직된 이슬람 극단주의 행동파들은 호텔을 들이닥쳐 마구잡이로 총기난사를 벌인다.


이는 사전부터 꽤 철저히 준비가 된 작전이라 볼 수 있는데, 뭄바이는 큰 도시이지만 테러범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특수부대가 전무한 상황. 그리고 델리에서 병력이 도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걸 계산하고 펼쳐진 만행이었기 때문.


그래서 테러범들은 호텔을 장악한 뒤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들이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배경에는 파키스탄의 이슬람 극단주의가 있었다.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배타성과 알라의 이름 아래 어떤 행위도 용납되는 잔혹성이 이 참사를 만들어냈던 것.


알라가 천국을 예비했으니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라는 이야기를 지령으로 내리는데,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장기간의 세뇌와 맹목적인 교리의 순응이 이들을 테러리스트로 전락시켜버린 것이다.

영화 내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되지만, 이들은 아직 너무나도 어린 나이의 청년들이다. 총보다는 펜을 드는 쪽이 더 어울리고, 죽음을 겸허히 맞이하기보다, 이제 막 꿈을 꾸기 시작할 나이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결국 종교라는 것이 이 젊은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단순히 그들을 사지로 내 몬 것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죽이게까지 했다.


그리고 이들은 이 과정에서 종교적 가르침과, 개인이 가진 도덕성의 충돌을 경험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임란’. 그는 부상을 당한 뒤 인질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대테러부대의 출동이 임박함을 알고 인질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는데, 이때 임란은 큰 갈등에 빠지게 된다. 그 이유는 자흐라가 알라를 숭배하는 기도문을 읊었기 때문에.


그는 같은 종교였던 자흐라를 죽이는 걸 거부한다. 하지만 뒤에서 테러를 조종했던 남자는 종교와 관계없이 그녀를 죽일 것을 지시한다.


분명 그는 급진적 이슬람교도인의 지시를 받아 이 호텔을 습격했고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하지만 그는 이슬람교도기 전에 하나의 인격체였다. 다른 인종, 다른 생물을 죽이는 데에도 여러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같은 인종, 같은 종교의 사람을 죽이는 건 아마 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임란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따뜻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볼 수는 없다. 그가 사람들을 학살하는 테러 행위를 자행한 건 명백한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작품에서도 그를 종교적 교리와 인간의 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으로 그려내긴 해도, 인류애를 실천하는 모습이나, 갱생의 길에 오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겠다.


느리지만 옥죄어오는 공포


이 작품에서는 액션 영화나 스릴러 영화 특유의 빠른 전개는 찾아보기 어렵다.


마치 투숙객이 된 것 마냥 타지 호텔에 갇힌 듯한 느낌으로 천천히 흘러갈 뿐이었다.


하지만 느린 템포 속에서도 영화는 충분히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알라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라면 어떤 행동이라도 서슴없이 벌이는, 이슬람 극단주의파들의 폭주를 보여준 뒤 호텔에 갇히게 되는데, 아무리 안전한 챔버에 있다고 하더라도 왠지 모를 불안감과 공포에 휩싸였기 때문에.


또 하나 긴장감을 선사했던 건 바로 제한된 정보였다. 호텔 직원들까지 완전히 제압당하고 챔버에 숨어 있는 상황 속, 관객들에게 제공되는 건 그들이 보고 있는 단순한 정보의 파편이 전부.


외부의 상황까지 알고 지시를 받는 테러리스트와, 엄청난 정보 격차를 가진 채 이 작품을 보게 되는 데, 무지(無知)가 주는 상상력이 공포심을 자극하고 그들과의 격차에서 오는 불균형이 점차 큰 파열음을 만들어냈다.


그래서인지 방 하나를 이동하는 순간에도 영화는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알 수 없게 했다. 호텔을 장악한 테러범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등장인물은 물론 관객들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장면이나 빠른 화면 전환 없이도 충분히 훌륭한 긴장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었다.


비극을 그리는 방법의 정석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들은 아주 가볍게 흐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작품 역시 분위기를 환기시킬 가벼운 농담은 찾아볼 수 없으며, 시종일관 무겁고 긴장감 넘치는 상태로 러닝타임이 흘러간다.


하지만 실제 사건을 영화화하는 경우 너무 가볍게 흐르기보다, 그들이 처했던 상황, 그리고 그들이 택했던 행동에 포커스를 맞추는 편이 더 낫다고 보는지라 이 구성만큼은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엄청난 스케일의 전투 장면이나 빠른 화면 전환이 주는 속도감을 즐기는 관객에겐, 이 부분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더 놀라운 건 이 '타지 호텔'에서 일했던 직원 대부분이 타지 호텔 복구가 끝난 뒤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투숙객도 큰 고통의 시달렸겠지만, 직원들이야말로 트라우마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이들은 다시 타지 호텔을 찾았다. 이들의 존재야말로 이 호텔이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속될 수 있는 이유였고, 앞으로의 100년. 그리고 그 이상을 그릴 수 있게 만든 힘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https://youtu.be/3esy4-A6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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