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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튼애플 Mar 24. 2020

<아사코> 사랑의 기회가 두 번 주어진다면

일본 영화 아사코 리뷰 및 분석

사진전을 찾은 주인공 아사코. 그런 그녀의 뒤에 이상한 행색의 남자 하나가 지나간다.


그렇게 관람이 끝나고 집에 가던 아사코는 폭죽 소리에 놀라 뒤돌아보는데, 거기엔 아까 봤던 그 남자가 있다.


다짜고짜 아사코의 이름을 묻던 이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바쿠'라는 걸 알려준다. 그리고는 바로 키스를 하며 두 사람은 연인 사이가 된다.


영화 아사코 줄거리


하루는 아사코가 친구들과 함께 바쿠가 DJ로 일하는 클럽을 찾는다. 그런데 한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는 DJ 일도 내팽개치고 나와 그 남자를 걷어차 버린다.


또 다른 날,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두 사람은 사고가 나서 도로에 널부러진다. 하지만 심각하기보다 오히려 가볍게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바쿠와 아사코.


저녁에는 친구들과 오카자키의 집에 모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갑자기 크림빵을 산다며 집을 나서는 바쿠.


다음 날 아침, 여전히 바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사코는 걱정이 되어 그를 찾지만, 오카자키는 이런 일이 굉장히 흔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다.


다행히 오카자키의 말처럼 큰 일은 아니었고, 근처 목욕탕에서 친해진 아저씨의 집에 놀러 갔다 왔다는 바쿠.


하지만 얼마 뒤, 신발을 사러 간다고 두 번째 자취를 감춘 뒤 바쿠는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뜻밖의 장소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 도쿄로 상경한 그녀가 일하던 카페의 커피를 주문했던 회사의 직원이 바쿠였다.


반가움에 아사코는 그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이상한 이야기만 늘어놓던 남자. 알고 보니 그는 바쿠가 아니라 료헤이였다. 너무나 닮은 모습의 그녀가 착각을 했었던 것.


그날 이후, 료헤이와 아사코는 몇 번씩이나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아사코는 의식적으로 그를 피해버린다. 그리고 얼마 뒤 사진전을 관람하기 위해 기다리다 다시 마주치는 두 사람.


그곳에서 아사코의 친구 마야와도 친해지게 되고, 그녀의 집으로 초대까지 받게 된다. 마야의 집에서 마야와 료헤이의 직장 동료인 쿠시하시와의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잘 마무리되었고, 그 둘은 중재하던 료헤이에게서 아사코는 호감을 느낀다.


또 얼마 뒤, 언제나처럼 회의용 커피를 주문했던 료헤이는, 주전자를 찾으러 온 아사코를 만난다. 그녀는 뭔가에 쫓기는 듯 떠나지만 료헤이는 아사코를 붙잡고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그렇게 '바쿠'가 아니라 '료헤이'와 연인 사이가 되는 아사코.


그렇게 두 사람은 점점 더 가까워진다. 그런데 하루는 전화를 걸더니 뜬금없이 작별의 말을 남기는 아사코.


아사코를 찾기 위해 그녀가 온다던 마야의 연극 장소까지 찾게 된 료헤이. 하지만 아사코는 이 날 오지 않았고, 그때 강한 지진이 일어나며 연극은 취소가 된다.


지하철까지 운행이 중단된 탓에 료헤이는 걸어서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의 눈 앞에 나타난 아사코. 둘은 다시 서로를 꼭 껴안는다.


5년의 시간이 흐르고 이 둘은 같은 집에서 동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센다이로 봉사 활동을 함께 떠나기도 한다.

하루는 백화점에서 쇼핑하던 아사코의 눈 앞에 고향 친구였던 '하루요'가 나타난다. 료헤이를 보고 바쿠라 생각해서였는지 크게 놀라는 하루요.


료헤이가 먼저 자리를 뜨자, 아사코는 하루요에게 적극적인 해명을 한다. 닮아서 다가간 건 맞지만 그 이유로 사귀는 건 아니라고.


그런데 하루요의 입에서 바쿠가 모델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함께 집에 모여 TV를 보던 아사코와 친구들은 방송에 나오는 바쿠를 보게 된다. 그리고 바쿠인 줄 알고 료헤이에게 다가갔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아사코.


그 감정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그녀는 뒷정리를 하던 료헤이에게 사실대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오히려 쿨하게 이 상황을 정리해주는 료헤이.


그런 료헤이의 마음에 감동해서인지 두 사람은 결혼을 생각한다. 오사카로 가서 신혼집을 구하기로 한 두 사람.


그런데 근처 공원에서 바쿠를 봤다는 이야기에, 하루요와 아사코는 홀린 듯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가 바로 떠나며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사코는 떠나는 차의 뒤에서 열심히 손을 흔들어준다. 


얼마 뒤, 두 사람은 오사카의 신혼집으로 이사를 한다. 그리고 집들이 초대를 위해 료헤이가 마중을 나간 사이 초인종이 울리는데 그녀의 눈 앞에 있던 건 바쿠.


아사코는 바쿠를 좋아했지만, 그는 아무런 말없이 그녀를 떠났다. 그리고 그와 닮은 남자와 결혼을 하기로 한 시기에, 다시 바쿠가 눈 앞에 나타난다. 이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의 사랑은 어떻게 결론이 나게 될까?


반복되는 상황, 달라지는 결론


이 작품은 아사코와 바쿠. 그리고 료헤이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멜로물이다.


하지만 이 세 사람은 복잡하게 얽히며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만들어지게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건 아사코에게 비슷한 사건이 두 번 발생한다는 것. 그리고 두 번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


먼저 아사코와 바쿠는 운명적인 첫 만남을 겪는다. 사진전에 들어갔던 아사코의 뒤에서 얼쩡대던 바쿠는, 폭죽 소리에 놀라 뒤돌아본 아사코에게 바로 사랑의 표현을 하게 된다.


처음 만났을 때는 지나쳐가는 선택을 했지만, 두 번째 만났을 땐 조금 더 적극적인 선택을 했던 것.


도쿄로 상경한 그녀가 료헤이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그랬다. 첫 번째는 우연히 커피 주전자를 돌려받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다 바쿠와 똑 닮은 료헤이를 보게 된다.


하지만 바쿠가 아님을 알고 아사코는 의식적으로 그를 피한다. 그러자 도망가는 그녀를 료헤이가 잡게 되고, 두 번째 마주했던 이 순간,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7년 만에 바쿠가 눈 앞에 나타났을 때 그녀가 취한 행동도 달랐다. 처음엔 문 앞에 있는 바쿠를 무시했지만, 식당으로 그가 찾아오자 손을 잡고 함께 떠나버렸으니 말이다.

언제나 비슷한 사건이 두 번 일어나고 아사코는 그때마다 다른 선택을 한다. 두 번의 선택이 달랐다는 건, 기본적으로 첫 선택이 틀렸다는 이야기.


첫눈에 바쿠를 못 알아보고 놓쳤지만, 두 번째는 연인 사이가 되었던 일. 료헤이를 착각하고 거리를 두려 했지만, 역시나 연인 사이로 발전했던 일.


그리고 바쿠를 거부하려 했지만 결국 함께 떠나버린 일까지. 그녀는 항상 첫 번째 선택을 뒤엎고 다른 길을 가고자 했다.


이는 아사코가 유난히 우유부단하거나 생각이 짧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인생의 순간순간 항상 옳은 판단만을 할 수 없으며, 잘못된 행동 하나로 인연을 떠나보내야 했던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첫 번째 상황은 그녀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남자와 뜻밖의 장소에서, 또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마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지만 두 번째 상황은 그녀가 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 벌어진다.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다가오는 남자. 그리고 7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다시 눈 앞에 등장한 첫사랑.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서 항상 옳은 선택을 할 수 없고, 당황한 나머지 그녀도 제대로 된 선택의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지자, 아사코 또한 조금 더 마음 가는 대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벌어지는 상황이 우연이 겹쳐진 뜻밖의 만남이라면, 두 번째 벌어지는 상황은 이 두 사람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 운명이라 볼 수 있겠다.


상징적 소재의 적극적인 사용


또한 영화는 굉장히 많은 상징적 소재를 사용하고 있었다.


먼저 오사카의 신혼집을 얻은 료헤이와 아사코가 바라보던 강이다. 이 강 역시 두 번에 걸쳐 보게 되는 데, 처음 볼 때 두 사람은 강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료헤이를 떠났다 돌아와서 두 번째 보게 되었을 때, 그는 강이 더럽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를 보며 아사코는 그럼에도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말이다.


이는 강이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두 사람의 사랑을 의미하고 있었다. 처음 두 사람 사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마냥 즐거웠던 것.


그래서 흙탕물로 대변되는 어떤 어려움이나 고난 역시 아름다운 사랑의 한 과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사코가 료헤이를 등지고 바쿠와 떠남으로써 두 사람의 사랑 역시 퇴색되어간다.


한 발 떨어져 사랑을 바라보자, 더 이상 모든 게 아름답던 사랑은 없다. 대신 더럽게 얼룩진 사랑이 보일 뿐.


그럼에도 아사코는 이 사랑을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본인이 사랑을 망친 데에서 온 죄책감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항상 완벽하지 못하고 여러 실패를 거치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선택을 하는 사랑 역시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의미였을 테다.


7년 만에 찾아온 바쿠를 본 뒤 접시를 깬 사건 역시 상징적 표현이었다. 깨진 접시를 보며 쿠시하시는 이런 말을 한다.


형태가 있는 것들은 다 깨지기 마련이지

평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 접시는 료헤이와 아사코의 사랑을 의미한다. 바쿠가 등장하고 얼마 안 돼 깨진 이 접시처럼, 료헤이와의 관계가 곧 깨어질 것이란 걸, 영화는 접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던 것.


이외에도 반려묘 진탄, 고속도로 등이 대표적 상징물이라 볼 수 있다. 단순히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일 뿐 아니라 숨은 상징들을 찾는 재미 역시 쏠쏠했던 작품이었다.


실제 불륜 사이가 되어 비난을 받았던 주인공


이 영화는 두 주연 배우. 히가시데 마시히로와 카라타 에리카의 불륜 사건으로 더 주목받은 작품이다. 이제는 관계가 끝났다 하지만 아내를 두고 불륜을 일으킨 두 배우를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역시 해피엔딩으로 끝나진 못했지만, 주연 배우의 러브라인이 현실로 까지 이어졌던 <지금, 만나러 갑니다>처럼 불륜이 엮이지 않았다면 긍정적인 쪽으로 입소문을 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영화 속 아사코처럼 이들은 옛사랑을 거부하고 다른 사랑을 찾았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사람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영화 속 이들은 불륜은 저지르지 않았다.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도 뒤로한 채 불륜을 저질렀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좋은 작품성으로도 잘 가려지지 않는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https://youtu.be/88zwPi-zw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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