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입양하기로 했어. 아마 곧 데리고 올 거야.”
친정 엄마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순간 정적이 흘렀고 엄마는 얼음이 되어버려서 내가 ‘땡’하고 쳐주어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될 정도였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딸이라 한두 번 당하는 것도 아닌데 늘 새롭다는 반응이다.
“뭘 입양한다고?”
“아기 말이야! 아기!!!”
“미.....치........인........년.”
엄마는 ‘세상의 모든 욕을 다 모아서 너에게 보내도 모자라’라는 얼굴이 되었다.
도대체, 왜 하는 건데?
뭐 그렇게 됐어.
김 서방은 허락한 거야?
응.. 당연하지.
하....아.... 다들 제정신이 아니구나. 그러니까 너랑 살지.
엄마는 나에게 기대가 있었다. 어릴적, 공부 제법 한다는 소리도 들었고 대학도 나왔으니 간판 있는 직장을 다녀라. 비록 아픈 몸이지만 너의 아이들은 내가 키워주마, 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딸은 자신의 기대와 자꾸만 엇나갔다. 직장생활은 적응을 못해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고 결혼해서는 전업주부생활을 했다. 두 자녀를 드디어 앞가림할 만큼 키웠으니 공부방이라도 하길 내심 바라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입양? 입양은 돈 많고 배부른 미국 사람이나 하는거야. 그러니 제발 정신 차려, 엄마는 협박하다가 애걸했다. 딸이 고생할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친정 부모님과 시댁 부모님께는 모든 입양절차를 다 거친 후, 거의 통보에 가깝게 입양 결정을 말씀 드렸다. 무시했던 것은 아니다. 반대하실 것을 뻔히 알기에 선 행동, 후 통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 후에 아기가 집으로 온다. 그제서야 부모님께 알렸다. 도대체 왜? 라며 엄마는 혼잣말을 하고 또 한다.
“딸아 정신 차려! 입양하면 너는 불행에 빠질 거야. 그건 내가 보는 모든 드라마의 공식같은 거야. 어떤 피가 섞인 아이인 줄 알고.”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서양에선 입양은 흔한 거라고. 불행은 무슨 불행? 그런 드라마 보지 말라고 했지! 내가 안 낳았을 뿐이지 똑같은 자식인데 무슨 그런 소리를 해? "
최대한 센 척하며 말했다. 나도 두려워한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그랬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는 거 같다. 그 파도가 우리 가족을 어디로 데려 갈지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것은 늘 두렵다. 서핑을 배운다면 파도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을까?
남편과 아이들을 설득했고, 부모님껜 통보했다. 내가 멱살잡이로 하드 캐리하여 입양을 진행했다. 드디어 일주일 후면 아기가 온다. 두려움인지 설렘인지 분간되지 않는 감정들이 요동을 쳤다. 그 무렵 나는 잠을 이루기가 참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