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집으로 가는 길

위탁모가 운다

by 미르

위탁모가 운다. 아기를 집으로 데려가는 날이었다. 사무실에서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왔는데 위탁모가 줄 게 있다 했다. 아기에게 주려고 준비한 선물들이었다. 새로 산 옷과 본인이 만든 아기 포토북, 분유 병 심지어 카시트까지 준다.

잘 가~ 잘 살어~ 엄마 잊지 말고 기억해 줘!


위탁모는 △△의 손을 잡고 마지막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운다.


“흑... 흐.......윽....으.... 이별이 익숙할 때도 됐는데, 미안하고 고맙고. 이별은 왜 이리 아픈지 모르겠어요.”


그리고는 자신의 가슴팍을 아래로 몇 번이고 쓸어내린다.


위탁모 일을 10년째 하셨다고 했다.

그녀의 눈물은 아기와 지냈던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장, 자장 노래부르며 아기 잠을 재우던 시간, 눈을 마주치며 분유를 먹이던 시간, 끌어안고 노래를 불러주던 시간, 아프면 급한 마음으로 병원으로 달려갔던 시간.

매번 했던 일이지만 매번 다른 일이었다. 어떤 아기는 더 정이 가고, 어떤 아기는 까탈스러웠다. 아기들은 해외로도 떠났고 국내로도 갔다. 내 손을 거쳤던 아기들은 모두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기는 예민하다. 여러 명을 거쳤어도 대충하지 않았다. 뭣 모르는 사람은 돈 벌려고 위탁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24시간 밤잠을 설쳐가며 아기 키우는 일임에도 봉사 수준의 급여다. 위탁모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잠시라도 아기에겐 여러 명의 봉사자가 아니라, 눈을 마주치고 사랑해 줄 단 한 명의 엄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의 생각이 푸른 비단처럼 일렁이며 나에게 들어왔다. 부끄럽지만 한 번도 위탁모의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정말 미안하고 고마웠다. 우리 아기가 좋은 위탁 엄마에게 잠시라도 양육되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우리 아기 건강하고 이쁘게 잘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위탁모는 코를 찡긋거리며 뒤돌아섰다. 우리 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빨리 가세요. 먼 길 가야 할 텐데. 아기는 제발 잘 키워 주세요~~ 흐ㅡㅡ윽 흑.”


그녀는 일부러 정을 떼려는 듯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


집으로 가는 길은 1~2시간 거리였다. 나는 두 명의 아기를 키워 봤지만 마치 처음인 것처럼 어설펐다. 엉거주춤,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 다행히 아기는 차를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사진으로 보고 또 보고 수백 번을 봤지만, 온전히 보는 건 처음이다. 우리의 공간에서 우리 아기가 되어서 말이다. 믿기지 않아서 아기 손을 만지작거렸다. 실체를 확인하고 싶다. 아기가 숨을 쉬고 있었다. 그것마저 신기해서 “아기가 숨을 잘 쉬어~”라 말했다. 아들과 딸도 아기에게서 눈을 못 떼며 “응. 아기가 숨을 진짜 잘 쉬네”라 했다. 우리는 덤앤더머처럼 낄낄거렸다. “그러네. 정말 숨도 잘 쉬고 말이야, 못 하는 게 뭐야?”라며 웃었다.

아기의 손끝으로 말이 아닌 말들이 마음으로 떨어졌다. 아기는 생모와 2명의 위탁모를 거쳐 우리에게 왔다. 그 사실이 막연히 안쓰럽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위탁모의 뜨거운 이별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그들 모두 아기를 사랑했기에 이별했다. 그리고 많이 아팠을 것이다. 생모는 오죽했을까. 아기는 세 명의 엄마들에게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사랑받았다. 누구보다 더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았다. 사랑하기에 이별한다는 말이 개소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가는 길.JPG